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허리는 다행히 점점 나아졌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첫 비행기를 타고 Porto Alegre라는 도시로 향했다. 도착해서 짐을 찾고 밖으로 나와 시내로 가는 기차를 찾았다. 구글맵이 알려준 곳으로 갔으나 기차역에는 사람이 없었다. 두리번두리번 돌아다니다 보니 의자에 앉아있는 관리원 같은 분이 보여 시내로 어떻게 가는지 물어봤다. (나는 포르투갈어는 잘 모르지만 스페인어를 좀 할 줄 안다.) 무언가 설명을 하시는데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하신듯하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알려주시는 곳으로 가서 기다리다 보니 버스가 한 대 왔다. 갑자기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어디선가 우르르 와서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고, 난 현금이 없는데 누가 봐도 카드는 받지 않을 것 같은 버스여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버스에 올라타니 돈을 받지 않는다. 검색을 해보니 이례적으로 브라질에 비가 너무 많이 와 공항 주변 길이 침수되었어서 주요 대중교통편이 다 운행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임시로 무료 운영하고 있다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했다. 버스를 타기까지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남아 터미널 내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대충 구글 번역기를 돌려 주문했는데 혼자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 나와 당황했다. 적당히 먹고 나와 보니 딱히 앉을자리가 없어서 터미널 주변을 맴돌았다. 걸어 다니는데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왜 그러지 하고 보니 이곳에 동양인은 나밖에 없는듯했고, 동양인 여자 혼자 배낭을 메고 짐을 들고 터미널 주변을 서성이는 게 신기해 보였나 보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밝게 웃어주니 손을 흔들고 반가워했다. 떠나기 전, 내가 남미를 간다고 했을 때 모두가 나를 걱정하며 말했다. “진짜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혼자 간다고? 조심해야 해!” 하지만 전혀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아직까지는).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달려 친구가 사는 도시에 도착했다.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는 다른 친구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장장 이틀이 넘게 걸려 지구 반대편에 왔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일까 긴 여정이 생각보다 고되었던 걸까 코끝이 찡해졌다. 결혼하는 브라질 친구네 아파트 로비에 도착해 친구를 기다렸다. 신랑 신부가 드레스와 턱시도를 픽업해서 도착했다. 너무 반가움에 안아주었고 친구집에 올라가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들을 전달하며 근황토크를 한참 했다. 몇 년 만에 만났지만 마치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숙소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결혼식 전야제 장소로 향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해외에서는 종종 본식 전에 가족, 신랑신부 들러리들을 초대해 가볍게 술 한잔을 하며 감사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갖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는 들러리는 아니지만 멀리서 왔기에 함께했다. 친구의 가족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다음날, 결혼식은 오후 5시였다. 결혼식은 외곽의 와이너리에서 진행되었다. 다섯 시라고 했지만 절대 다섯 시에 시작하지 않는다. 하객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브라질 11월은 여름 초입이라 엄청 덥지는 않았다. 해가 지려하니 오히려 조금 쌀쌀했다.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데 너무 아름답고 멋졌다. 노을과 함께 골든타임에 서약을 맺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결혼식은 길었다. 약 한 시간가량 포르투갈어가 들리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한국 결혼식 주례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처럼 가족들과 사진 찍고 친구들과 사진 찍는 과정을 거친 후 피로연 장소로 이동했다. 코스로 나오는 음식을 먹으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과 서로의 결혼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두 시간 안에 끝나버리는 우리나라 결혼식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축제처럼 오래 함께 즐기면 더 좋을 텐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되었다. 신랑 신부의 댄스 타임에 이어 DJ가 등장하며 브라질 인기차트가 플레이되는 듯했다. 바에 줄을 지어 너도나도 칵테일을 받아 마시며 춤을 추고 놀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노래를 떼창하고 춤을 췄다. 정말 여기가 결혼식인지 페스티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갑자기 브라질 친구의 친동생이 내 팔을 잡고 어디로 끌고 갔다. 그러더니 발 사이즈가 뭐냐고 묻는다. 왜지? 했는데 갑자기 하바이아나스 쪼리를 건네주었다! Havaianas는 브라질 유명 쪼리 브랜드이다. 편하게 춤추고 놀라고 슬리퍼를 주다니.. 문화충격이었지만 너무 좋았다. 힐을 신고 오랜 시간 있었더니 다리가 마침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슬리퍼를 신고 더욱 신나게 춤을 추고 놀았다. 림보도 하고 모르는 사람과 블루스 음악에 춤도 추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새벽 4시가 되었고 하객들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들과 나도 신랑 신부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결혼식을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하다니. 힐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마치 이태원에서 밤새 놀고 집으로 들어가는 내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브라질에서 결혼식 하려면 체력은 필수이다! 약 50시간이 걸려 도착한 보람이 있었다.
[요마카세] 금요일 : 오늘 밤 나가 놀고 싶어 지는걸?
작가 : DJ Jinnychoo
소개 : 음악 없이 살 수 없어 직접 틀고 만드는 디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