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나 어떡해.. 엄마한테는 뭐라고 말해.. 어떡해 진짜”
잔뜩 술에 취해 친구를 붙잡고 엉엉 울면서 같은 말만 계속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섭식장애가 생겼다. 녹초가 되어 집에 오면 밀려드는 공허함에 폭식을 했고, 죄책감에 억지로 게워내기를 반복했다. 흔히 말하는 먹토였다. 거의 3년이 넘게 이어져왔다. 그날 이후, 집에서는 하루에 몇번씩 먹토를 했다. 회사에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날도 억지로 퇴근시간만 기다리는데 갑자기 ‘오늘은 집가면 뭐먹고 토하지’ 라고 생각했다. ‘나 왜이래..?’ 갑자기 무서워져 급하게 상담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선생님은 한참을 내 얘기를 들으셨다. 며칠 전의 이야기와 지난 3년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리엠씨가 진짜 원하는게 뭐에요?” 선생님이 질문하셨다. “그냥…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퇴사일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다시 선생님은 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물어보셨다.
“리엠씨, 리엠씨가 어떤 결정을 해도 상관 없어요. 리엠씨 마음이 편한게 제일 중요해요. 리엠씨가 진짜 원하는게 뭐에요?”
“그냥… 그냥 그 사람이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한 댓가를 받으면 좋겠어요.” 눈물이 쏟아졌다.
“그럼 리엠씨. 용기가 안나더라도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해봐요 우리”
퇴사를 (진짜) 코앞에 둔 시점에 나는 내 마음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대로 행동했다. 당장 상황이 뒤집히는 그런 결과가 있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이 시기에 아무것도 안하고 도망쳤다는 후회는 하지 않을거라 확신했다.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졌다. 그제서야 회사 동료들에게 퇴사한다는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정신이 들었다. 정말 괴롭게 안가던 시간이 갑자기 폭풍처럼 흘러갔다.
그 와중에 자기도 퇴사한다며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 같이 술을 마셨다. 어쩌다보니 주량이 훌쩍 뛰어넘게 진탕 마셨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취해 겨우 가게를 나와 가게 앞 화단에 앉아 엉엉 울었다. 괜찮은척 홀가분한 척 기껏 말해 놓고 나 어떡하냐고, 엄마한테 뭐라고 말하냐며 꺼이꺼이 울었다.
나만 생각하고 결정한 퇴사에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반응이 두려웠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갈팡질팡하다가 조금 늦게 취업을 했다. 그 시기에 부모님의 염려 가득한 그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죄송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진득하게 회사를 다니는가 싶었는데, 그나마 엄마 아빠가 자랑할만한 회사로 이직까지 했는데. 그 있어보이는 회사를 나오고 또 갈피를 못잡는 그런 걱정 덩어리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자랑스럽고 싶었는데 그게 또 안되고 말았다.
“나 퇴사해!” 라고 자유로운 척 일부로 더 밝은척 했다. 퇴사하고 앞으로 뭐할거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거 해보려구요!” 라며 뭔가 있는 것 처럼 말했다. 하지만 하고싶은 것들은 너무 많고,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건 없고, 그 모든걸 할 능력은 더더욱 없고, 어떠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난 어디가서 굶어죽을 사람은 아니야!” 라면서 쿨한척 말했지만, 뭘 하고 살지 깝깝했다. 사실 부모님의 걱정은 그냥 핑계였다. 나는 정말 답이 없었다. 걱정 덩어리라는 시선은 부모님의 시선이 아니라 날 바라보는 내 시선이었다.
정말 몸뚱이만 덜렁 나와버린, 대책없는, 갑자기 백수가 되었다.
p.s. 글을 쓰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그 시기 참 힘들었구나, 그래도 그 선택을 잘했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지금 갈피를 못잡고 있는건 여전하지만, 이 백수의 시간 역시 그냥 얻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요마카세] 작품명 : 어쩌다 퇴사
작가명: 리엠
소개: 누구보다 열심히 월급받으면서 살던 직장인, 계획도 없이 퇴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