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남미에서 생일파티 (전야제)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 Phoenix. 내용은 무관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뭔가 기대가 되고 설레는 마음이 생긴다.


페루를 여행하는 중에 생일을 맞았다.


페루에 왔으니 마추픽추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티켓을 사기 위해 웹사이트에 들어갔다(페루로 이동하기 하루 전 날이었다). 이럴 수가 이미 몇 달 치 티켓이 솔드아웃이었다. 나는 대문자 P다. 그럼 그렇지. 7대 불가사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을 방문해야 하는데, 미리 예약은 필수겠지. 아차 싶었다. 몇 시간 동안 서칭을 해보니 당일 티켓을 직접 가서 구한 사람도 있다고는 하는데, 최근 시스템이 바뀌어 이마저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다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머무는 도시인 쿠스코에 페루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인데, 카톡으로 서비스를 하는 업체를 발견했다. 후기가 좋아 보여 연락을 해보았다. 가장 유명하다는 코스는 아예 불가능하고, 파노라마 뷰로 볼 수 있는 코스로 예약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가능한 날짜는 딱 하나. 내 생일이었다. 이건 마치 꼭 마추픽추를 가야 한다는 신호가 아닌가. 바로 예약을 잡았다.


쿠스코에 도착해 친구와 함께 티켓을 받으러 여행사를 방문했다. 페루 현지인 아저씨가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반겨주셨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선 벤을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야만 한단다. 각 여정에 대한 티켓과 마추픽추 입장권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영어로 설명을 해주시는데, 버스 티켓인지 기차 티켓인지는 한국말로 써주셨다. 친구와 웃느라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오피스를 나왔다.


마추픽추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다들 알록달록한 판초를 입고 있다. 우리도 시장을 구경하며 입을만한 판초가 있나 둘러본다. 결국 판초는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어 알파카 인형과 페도라 모자를 하나 샀다. 마추픽추 갈 때 써야지.


쿠스코 야경이 예쁘다고 해서 뷰 포인트를 찾아 올라갔다. 쿠스코는 해발 약 3,400m에 위치한 도시로 많은 여행자들이 고산병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와 나는 강했다. 고산병 따위가 우리를 막을 순 없지. 딱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뷰 포인트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는데 평소보다 좀 더 숨이 차긴 했다. 친구와 야경을 보며 사진도 찍고, 낮에 산 미니 케이크에 친구가 사 온 초를 꼽고 고깔을 쓰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려는 찰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약간의 비 정도야 뭐,라고 생각하는 순간 빗줄기가 굵어지고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 같아서 잠깐 비를 피해 있었다. 그러나 비는 잦아들지 않았고, 우리는 제대로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았다. 관리원 같은 분들이 계신 곳이었다. 고깔을 쓰고 케이크를 손에 든 채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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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가 그치지 않을 거라 판단되어 근처 식당에서 비를 피할 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보니 낮에 시장에서 산 알파카 키링도 비를 쫄딱 맞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다음날 마추픽추로 아침 일찍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일찍 숙소로 복귀해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씻고 나왔더니 친구가 생일 선물을 잔뜩 준비해 건네주었다. 이걸 다 배낭에 넣어왔다니! 정말 감동받았다. 앞면에는 챗지피티로 만든 햄스터 DJ와 밴드 사진이, 뒷면에는 내 믹스 셋 링크가 연결된 QR코드와 여러 언어로 쓰인 생일 축하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주었는데, 생일이면 꼭 이 티셔츠를 입을 예정이다. 마추픽추에서도. 친구가 아까 못 분 초를 불어야 한다며 숙소 주인아주머니께 라이터를 빌려왔다. 다시 생일 축하 노래를 같이 부르고 사진 찍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방에 오셨다. 그러더니 알파카 인형을 하나 건네주시며 생일 축하한다고 포옹해 주셨다. 정말 조식도 페루 엄마가 차려주는 것처럼 챙겨주셨는데, 이렇게 깜짝 선물까지 너무 감사했고 감동받았다. 여행을 할 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여행도 한층 더 즐거워진다. 그렇게 셋이 또 한 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다음날 마추픽추로 떠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들었다.

마추픽추에서 보내는 생일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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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금요일 : 오늘밤 나가 놀고 싶어지는걸?

작가 : DJ Jinnychoo

소개 : 음악 없이 살 수 없어 직접 틀고 만드는 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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