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우연히
신발들이 줄 지어 있는 문을 열면
시끌벅적할 줄 알았던, 너머의 세상이
고요하게 모든 빛을 낮추고
밤하늘을 만나고 있어요
도착지를 향해 달리다
바닥에 떨어진 나무 열매에 대해
대화를 나눠요
“저건 나무 열매야?”
“저건 낙엽이야?”
단단한 동그란 것이 조금씩 제 몸을 움직여 어디론가 가요
야생의 소라게가 집으로 가요
폭우의 한가운데에서 망설여요
“점점 더 빗소리가 깊어져.”
“잠깐만 기다리자.”
하얀 우비를 꺼내 길을 걸어요
나무숲을 지나 햇빛이 내리는 곳으로, 가요
빗방울이 맺히는 커다란 연못을 만나요
바다 아래 세상에 시선을 빼앗겨요
모래를 걸어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구름 사이에 걸린 무지개를 포착해요
경로를 따라가니 입구가 없어요
“돌아가자.”
되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니
별똥별이 내려요
삶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배우는 거라고
알려준 이가 있어요
모든 것은 우연히
문을 열고,
천천히 속도를 낮추다,
잠시 기다리면,
시선을 바꾸었을 때,
되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요
몸을
다르게
움직이면
그때,
우연히
풍-덩!
[요마카세] 일요일 : 드로잉하고 싶은 날
작가 : 명진
소개: 드로잉 작업을 하고, 동시대 미술 기반으로 전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를 여행자로 살아가며 이를 글과 이미지로 남깁니다. 익숙했던 풍경, 인물, 행위를 낯설게 보고, 기억과 무의식에 떠도는 감정들을 마주해 봅니다. 어느 날은 부지런하고, 어느 날은 느긋하게 주변을 감각하고 나를 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