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재택 하던 중 회사 대표님이 갑작스레 한 시간 뒤 만날 수 있냐고물어온다. 달그락달그락- 마주앉은 나와 당신 사이의 침묵을 채우는 건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뿐이다. 빨대를 휘적거리며 눈치를 보는 듯하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편히 하세요 대표님”. 먼저 말을꺼낸 건 나였다. 녹아가는 얼음만 바라보고 커피만 홀짝거리고 있는 자리가 가시방석에 앉은 듯했다.
“작가님 그 동안 고생 하셨는데… 내일부터 출근 안 해도 돼요.”설마 했던 불안의 과녁 한 가운데를 흔들림 없이 적중해 꽂혀버린다. 불안한 예감은 왜 항상 적중하는 것일까.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했다고 타격감이 없을 수는 없는 법. 상대방의 펀치가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걸 알아도 맞으면 아픈 것처럼 말에 부딪힌 마음에는쩍쩍 금이 갈라졌다. 그어진 틈새 사이로 불쾌감, 언짢음, 속상함, 막막함 같은 감정들이 부대끼며 덮쳐온다. 한 달치의 급여가 미지급된 상황이었고, 한 번 더 임금 체불이 발생한다면 밀린 급여를받아 내고서야 그만두려 했는데 대표가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분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묵묵하게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이런 것이라니. 억울했다. 회사 소속 작가로 일하면 조금이나마안전지대에 머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마음이 짓밟힌 기분이었다. 짓밟혀서 아팠다. 아파서 괴로웠다. 프리랜서로 지내온 그간의 시간들이 있으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제 또 뭘 해야 할까? 언제또 일할 수 있을까?’ 쉽사리 답할 수 없는 상황도, 질문도 지겹고지친다.
대표는 떠났고, 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마치 타임랩스로 빠르게 흘러가고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나만우두커니 있는 듯한 장면 속에 있는 듯했다. 움직여야 했다. 몸을움직여서 불현듯 덮쳐온 상황으로부터 필사적으로 탈주해야 했다. 그렇게 뛰는 동안 들었던 유튜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간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무언가 닥쳤을 때 그게 결과라고 생각하면 너무 괴로운데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타이밍이 참 기똥차다. 평소에 유튜브를 잘 보지도 듣지도 않는데이렇게 위로를 받기도 하는구나. 그래- 지금 내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원하던 모양새가 아닐지라도 눈에 보여지고 느껴지는 손에잡히는 현상에 굴복하지 않기로 한다. 분명 이 또한 지나갈 테니, 지금 이 시련은 잠시 쏟아지는 소나기에 불과할 테니. 소나기가 내린 뒤에 무지개가 뜰 테니. 그래 어디 한 번 실컷 쏟아져봐라. 홀딱좀 젖을 뿐이다. 그냥 좀 젖지 뭐!
[요마카세] 화요일: 절찬리 기록중
작가명: 세렌디피티
소개: 쓰고자 하는 마음에 사로 잡히다가, 이제는 쓰고자 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질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어찌됐든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