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커다란 빗방울이 대차게 유리창에 부딪치는 소리에, 알았다.
반짝거리는 바다, 길어진 낮, 늘어지는 풀잎만이
여름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장마가 시작된다. 여름이 도착했다.
무기력한, 엄마,
폭우, 단발머리 여자 셋,
휴가, 이삿짐,
작은 창, 햇빛 조각,
비누를 깎고 향을 피우는 방,
의자, 다리,
가족, 몸,
개구리와 매미의 울음,
6인용 식탁, 손님이 없는 집,
하얀 이불, 검은 자동차,
제주, 지원,
끊어진 마음, 노란 새벽
냉장고에 복숭아, 설거지
녹색 옥상, 흰 구덩이,
비 오는 오후, 괴성
페스티벌, 해방,
생일, 아이들과의 6주,
시원한 식탁, 초당 옥수수,
부여, 불면,
9, 마음의 덩어리,
평평해진 땅, 햇빛 샤워,
바뀐 목적지, 따뜻한 실내,
전화 목록, 남색 셔츠.
[요마카세] 일요일 : 드로잉하고 싶은 날
작가 : 명진
소개: 드로잉 작업을 하고, 동시대 미술 기반으로 전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를 여행자로 살아가며 이를 글과 이미지로 남깁니다. 익숙했던 풍경, 인물, 행위를 낯설게 보고, 기억과 무의식에 떠도는 감정들을 마주해 봅니다. 어느 날은 부지런하고, 어느 날은 느긋하게 주변을 감각하고 나를 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