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루돌프 머리띠가 없어도 크리스마스는 온다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너 이사했을 때 루돌프 머리띠 그거 챙긴 거 절대 잊지 못해.”

“그거 아직도 못 버렸잖아.”

“어..? 내 기준 버리는 거 1순위인데.”

“왜 못 버리는 줄 알아? 크리스마스 기다려서 그럼”


추운 건 싫지만 크리스마스는 좋다. 36살에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건 왜일까. 그렇다고 이렇다 할 추억도 없다. 크리스마스가 시즌에 느껴지는 동화 같은 분위기가 좋다. 다 큰 내게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 일은 없을까. 기대감은 눈이 보이지 않으니 물건에 기대는 걸까. 보슬보슬한 촉감에 통통하게 입체감 있는 루돌프 뿔이 귀엽다. 다이소에서 파는 천 원짜리 납작한 뿔과는 다르다. 빨강 초록 싸구려 반짝이가 덕지덕지 붙은 뿔보다 자연스럽다. 집에서 루돌프 머리띠만 쓰고 있어도 크리스마스가 벌써 온 것만 같다. 내게 머리띠는 크리스마스 그 자체다.


죽고 난 뒤 남겨진 물건을 상상한다. 주인을 잃은 물건은 애물단지다. 남아있는 사람이 내 물건을 정리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마음이 무겁다. 죽어서까지 짐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한 개라도 더 버려야 한다. 내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정리할 때마다 이게 여기 있었어? 하는 순간이 점점 없어져야 한다. 마음은 그렇지만 버리기는 여전히 힘들다. 물건 자체는 의미가 없다. 물건의 생명은 활용도다. 잘 사용하면 그 물건은 곁에 두고 그렇지 않다면 놓아주어야 한다. 이 머리띠는 12월 25일 외 364일은 생명을 잃는다. 세수할 때라도 쓰면 모를까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갖고 있는지도 잊고 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머리띠 하나도 선뜻 버리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뭐 하나 쉽게 되는 것 없는 인생은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당연한 것에 감동하며 살아가라 말한다. 크리스마스가 오길 기대하고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하루가 그렇다. 그렇다면 굳이 버릴 필요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친구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루돌프 머리띠가 없어도 크리스마스는 옵니다요?’



[요마카세] 월요일 : 비워야 산다

작가: 흐름

소개 : 가볍게 살고 싶다. 뼈마저 비어있는 새처럼. 하루에 한 개씩 물건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매일 물건과 이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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