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전시를 일상으로 확장하는 법

Good to be alone, better to be together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전시 경험을 일상으로 끌어오는 방법

벌써 마지막 편을 쓰게 되었다. 이제 겨우 글을 쓰는 게 약간 익숙해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여러모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이번 편은 전시를 본 경험을 더 적극적으로 일상으로 확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고 싶다. 혹시나 지금까지 쓴 글을 읽은 누군가는 전시를 하나라도 더 보게 되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주는 일 역시 전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전시를 더 잘 경험하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몇 가지 활동과 관련한 경험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1. 함께 관람하고 질문 나누기 - Good to be alone, better to be together


아무래도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전시를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사실 전시 관람이란 온전히 보고 듣고 느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독한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누군가와 ‘같이’ 전시를 본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내게 전시를 함께 본다는 것은, 마치 친구나 애인과 영화를 함께 보는 것처럼 단지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시간대를 공유하며 같은 콘텐츠를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SADI 재학 당시 과제로 인포그래픽을 작업하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제목으로 넣었다.) 무엇이든 자신이 100개 이상 쌓아온 데이터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 정보를 시각화하는 과제였는데, 그때의 나는 역시나 지금처럼 전시를 많이 보러 다녔기 때문에 전시 관람 기록을 100개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시를 보며 찍은 사진 수, 같이 관람한 사람 수, SNS 업로드 여부, 주관적 감상 별점 등을 수치화해서 전부 시각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든 후 하나하나 도를 닦듯이 그려나가 완성했다.

(실제로 너비가 180cm정도 되었다. 지금 보니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이지만 이 과제를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정보를 분리하고 위계를 나누어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이 과제의 목적이었지만, 사실 이 과제의 진짜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시각화된 결과를 통해 나도 몰랐던 나의 생각 발견하기’ 였다. 모두들 저마다의 일상을 낯설게 보게 되니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과제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전시를 혼자 보러 다니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각화된 결과물을 보니, 나는 혼자 보고 누구와도 생각을 나누지 않을 때보다’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함께 전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 전시에 대해 더 좋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시를 반드시 같이 볼 필요는 없었지만, 어쨌든 이 전시를 본 누군가와 대화를 통해 전시에 대한 소회를 나누는 것이 그 전시를 더 잘,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 숨겨진 진실을 발견한 뒤 이 인포그래픽의 제목을 ‘Good to be alone, better to be together’이라고 확정할 수 있었다.


혼자 전시를 보고 묵혀두기만 했던 내가, 전시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궁금해하게 되고, 더 많이 질문하며 생각을 나누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생각과 관점을 가진 타인과 이야기하며 전시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두세 번씩 관람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혼자 미술관에 가는 게 망설여진다면, 가장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방점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에 찍혀야 한다. 그게 혹시나 ‘뭔 소리래?’ 이더라도, 생각한 바를 여과없이 꺼내 보일 수 있는 대상이 가장 좋다. 뇌에 힘을 풀고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가끔 사금같은 진리가 반짝이곤 하기 때문이다.


같은 전시를 본 사람과 나누기 좋은 질문 (꼭 함께 볼 필요는 없습니다!)

- 가장 좋았던 작품과 그 이유
-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거나, 가장 나와 멀다고 느낀 작품과 그 이유 (e.g. 주제나 논리가 이해가 가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는 주제였거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거나 등)
- 오늘 본 전시를 보고 떠오른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전 지식
- 오늘 본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다른 전시를 본 경험
- 오늘 본 전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관용어, 밈, 노래 등 무엇이든 상관 없다)


2. 작가의 생각 살펴보기 - 작가 노트, 인터뷰/다큐멘터리, SNS 등


작품에 더 깊게 다가가기에는 작가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정확하고 쉬운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식재료도 몇 가지의 부재료와 조미료와 합쳐지면 깜짝 놀랄 만큼 훌륭한 음식이 되듯, 얼핏 평범하거나 밋밋하다고 느꼈던 작품도 작가의 코멘트 몇 줄만으로도 그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가장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영상물을 보는 것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작가의 작업 과정을 담아낸 인터뷰 영상을 전시 공간에 함께 준비해 둔다. 작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는지를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도 있지만.


영화도 찾아보면 꽤 있다. 실제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경우 아주 아름답고 탁월한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형태로 작품세계가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가장 핫했던 론 뮤익 전시에서는 전시 공간의 꽤 큰 부분을 할애해 창작 과정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했고, 실제로 그 다큐멘터리가 가장 인상깊었다는 리뷰도 많았다. (매우 공감하는 바이다.)

최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창작의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나 작품 창작 과정을 깊게 들여다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는 기획전을 진행했다.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는 원할 때 아무데서나 볼 수 없기 때문에 해 줄때 봐야 한다..)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의 경우 작가노트 등 작가의 개인적인 기록물을 함께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으로만 알던 작가와 필담을 나누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기억하고 싶은 작가의 말은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거나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는 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록했다. 천경자 상설전시실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 메모장에 적었다.)
(환기미술관 역시 촬영 불가. 하지만 디지털 필사를 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옮겨 적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처럼 작품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작품 바깥의 얼굴을 상상하는 일도 꽤나 즐겁다. 어떤 성미를 가진 사람이 어떤 상황을 등에 업은 채로 어떤 얼굴을 하고 그림을 그렸을지 자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요즘은 SNS를 활발히 해서 자신의 활동을 열심히 알리는 작가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가의 SNS 계정이 있다면 팔로우해두고 전시 소식이나 신작에 대한 정보를 자주 얻는 편이다. 그리고 아주 성실하고 꾸준하게 작가노트처럼 활용하는 작가들도 많아, 빠르게 소식을 얻기에는 꽤나 편리하고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3. 관련 도서 읽기


물론 너무나 고리타분한 방식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원래 미술관 가는 사람 10명, 독립서점 자주 가는 사람 10명, 영화제 가는 사람 10명이 모이면 총합 12명이고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고 전시를 보러 다니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분명 관련 도서도 어렵지 않게 읽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아주 두텁고 긴 리서치와 사유의 시간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편리하게 기대는 매체는 아무래도 책이다. 그래서 작가의 인터뷰나 평론 등을 찾아보면 작품에 영향을 주었거나 작가가 참고했던 도서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비슷한 맥락에서,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2024)>가 열리기 전 아트선재에서는 전시와 관련한 책을 함께 읽는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읽기 모임 리딩 리스트

-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 벅민스터 풀러
- 『비장소』 - 마르크 오제
- 『세상 끝의 버섯: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 - 애나 칭
-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서도호 작가가 사변적 세계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방법론을 참고하거나 관련 의제를 리서치하며 참고했던 도서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마침 요즘 현대미술에서 이 네 권의 도서가 다루는 주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좀 더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더 많은 참고 도서

『블러드 차일드』 - 옥타비아 버틀러
- 김아영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옥타비아 버틀러의 아프로퓨처리즘 세계관에 큰 흥미를 느꼈음을 아주 자주 밝혔다. 이처럼 SF의 하위 장르인 아프로퓨처리즘은 ‘제3세계’에서 미래의 단서를 찾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서구-남성 중심적인 세계관을 전복시키는 상상을 촉발한다.

『딕테』 - 차학경(테레사 학경 차)
- 비운의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천재 예술가가 남긴 불후의 저서이다. 주체 설정, 언어 사용, 문장 구조 등에서 수많은 실험을 한 텍스트로, 그 형식에서부터 서술하고 있는 주제까지 후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꽤 많은 인터뷰에서 본 저서가 언급되었다.

『포에버리즘』 - 그래프턴 태너
- ‘노스탤지어’가 과거의 기억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되어 끊임없이 기술을 통해 소환되며 존속하는 현상을 ‘영원주의(포에버리즘)’라는 개념으로 구체화하여 비판적으로 현재의 문화현상을 고찰하는 저서이다. 일민미술관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전시가 개최되기도 했다.

『마이너 필링스』 - 캐시 박 홍
- 아시안-아메리칸은 미국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잘 녹아드는 ‘모범 이민자’적 존재이다. 숫자를 따지더라도 소수 인종 중에서도 소수로 분류되는 탓에 그 존재감은 매우 미미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는 아시안 이민자들이 ‘소수자로 분류되지도 못할 만큼 소수’라는 점을 짚어, 아시안으로서의 삶이 ‘개인적인 경험’으로 치부되어 너무나 쉽게 삭제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디아스포라, 이민, 인종 문제를 다룰 때 자주 언급되는 책이다.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 가야트리 스피박
- 저서 자체보다는 ‘서발턴’ 개념 그 자체 혹은 주변화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박탈당한 존재를 말하는 방식에서 자주 언급된다.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반드시 모든 책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전시를 통해 접한 책을 통해 더 많은 질문과 의제로 연결된다는 점은 전시를 일상으로 확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 전시 연계 토크 및 강연 듣기


사실상 가장 추천하는 방식이다. 전시를 기획한 의도와 가장 정확하게 연결된 활동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은 작가와의 대화 등의 연계 토크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를 통해 작가에게 관심이 생겼거나, 작가와 직접 대면하여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전시 연계 토크에 참여해 보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2024년도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숨결 노래> 전시에 참여한 최찬숙 작가의 토크. 지난한 리서치 과정과 작품 비하인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작품의 주요 모티프가 된 인터뷰 영상을 보거나 작가 노트를 직접 읽어볼 수 있었다. 확실히 이런 뒷이야기를 알고 작품을 보면 정말 새롭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2022년도에 아트선재에서 문경원&전준호 듀오의 전시 <서울 웨더 스테이션> 연계 강연이 열렸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 현동진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장, 문경원&전준호 작가가 참석해 로봇과의 공생 방식과 인간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좌석 자체가 둥그렇게 모여 앉는 형태라, 정말 아고라에 모여앉은 기분이 들었다.)



연계 토크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나 예술관 등을 이야기하는 방식 외에도 강연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전시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작가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러 전문가를 초빙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기도 하고, 평론가 등이 작가의 작품에 코멘트를 달거나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예술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아 이런 연계 강연에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5. 기록하기


가장 귀찮고 수고롭지만 적극적이고 확실한 방식의 관람이다. 이 열 편짜리 글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전시를 보고 대화를 나눌 대상이 없다면, 나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글만큼 효과적인 게 없는 것 같다. 휘발성이 강한 음성언어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러프하게라도 후기를 간단히 적어 남겨두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마저도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방법은 정하기 나름이다. 무어라 적을 만큼 할 말이 많은 전시라면 길게 후기를 남기는 게 좋겠지만, 그럴 기력이 없이 감상에 온 힘을 다 써버린 날에는 사진과 짤막한 코멘트만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해 두는 건, 어쨌든 다 나에게 크나큰 자산이 된다.


미술관 안에서 미술관 밖을 생각하기

앞서 소개한 여러 가지 방법은 내가 실제로 미술관 안에서의 경험을 미술관 밖으로 확장시켜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한 노력의 기억들이다. 따지자면 감히 ‘쓸모’를 찾아보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예술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가지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존재인 우리에게 조금 필요한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미술관에서 마주한 질문과 여러 사회적 의제들이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생명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내 눈과 귀와 입과 손끝에 머무르게 하려면 말이다.


더 먼 지평을 바라보며 이전에 하지 않았던 질문을 하고 새로운 관점을 시도하는 일은 x, y축만 존재하는 좌표평면 위에서는 불가능하다. 미술관 안에서 나는 z축이라는 가능성에 올라탈 수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 속에 숨겨진 세계의 어느 구석들을 탐색해가는 과정은 작품 앞에서 보낸 시간은 내가 하나의 생각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부유하며 타인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탐색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주었다. 작가의 고민이 담긴 언어와 기록들, 그리고 그것이 구체화된 물리적 근거인 작품 사이를 오가며 얻은 질문은 더 먼 지평을 바라볼 수 있는 사다리가 되어 주었다. 무한히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더해 가면서, 대단한 의미 부여 없이도 말이다.


예술적 경험을 일상으로 확장시키는 일은 미술관 안에서 미술관 밖을 생각하고, 미술관 밖에서 미술관 안을 생각하는 일이다. 결국 미술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를 흐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예술은 일상을 껴안을 수 있게 된다. 미술관 안에서 차원을 더해 시선을 옮겨가며 세계의 여러 층위 안에서 발견한 질문을 안고 미술관을 나서면 삶이 달리 보인다. 조금 더 다층적으로, 예민하게, 그리고 동시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미술관 안에서 미술관 밖을 향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삶은 훨씬 더 생동적인 것이 된다.

[코너 속 코너] 지금 당장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마침 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번에는 마지막 회를 기념하는 마음으로, 제멋대로 책을 추천해 보겠습니다. 다독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책에 흥청망청 돈을 써 버리는 ‘출판계의 빛과 소금’ 중 한 명으로서 여러분의 유의미한 지름을 자극해보려 합니다. 참고로 이 리스트는 제가 직접 읽어본 책들 중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한 책들입니다. 다시 말해, 한 권만 읽어도 여러 전시에서 아는 척을 좀 해볼 만 하다는 것, 그리고 오래 옆에 두고 꼭꼭 씹어먹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두 의미합니다.

-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 손희정
- 사실 전시보다는 영화를 다루는 책이지만, 모두 연결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파국’이란 말 그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손상된 행성’이란, 인류세(혹은 자본세라고도 표현되는)로 새로이 분류될만큼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파괴된 환경의 지구를 의미합니다. 환경 위기를 시작으로 권력, 비인간 주체, 돌봄 등의 다양한 주제를 뾰족한 질문을 통해 톺아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정말 ‘트렌디’해서 쉽게 읽힙니다.)

- 『기술적 복제가 가능한 시대의 예술작품』 - 발터 벤야민
-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으로 더 유명한 이 글은 너무나 유명해서 그야말로 사골, 아니, 씨육수같은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유명한 ‘아우라(aura)’ 개념이 이 글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벤야민은 고전적인 복제와는 완벽하게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복제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예술이 가진 가치라 여겨졌던 ‘원본성’을 무너뜨림으로써 전통적인 예술개념을 전복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이 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여러모로 벤야민은 ‘평론가의 아이돌’같은 존재인 만큼 간단하게라도 알아 두신다면 무척 알차게 활용하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 『금붕어의 철학: 알튀세르, 푸코, 버틀러와 함께 어항에서 빠져나오기』 - 배세진
- 번역 및 강의 활동을 활발히 해 온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인, 구조주의 이후의 철학을 차근차근 정리한 책입니다. 강의록을 정돈하고 발전시켜 엮은 책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현대미술을 깊게 들여다보면 수많은 철학 개념을 마주치게 됩니다. 특히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 이론들은 거의 필수 상식처럼 여겨집니다. 이 책은 많은 현대철학 개념들이 지칭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개념들 간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훨씬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줍니다. (저도 요즘 계속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대단히 특별한 추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목록에 독서를 시작할까 고민했던 책이 있다면 그 선택에 확신을 더하는 역할 정도가 된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모쪼록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요마카세] 토요일 : 전시 왜 봐?

작가 : GARDEN

소개 : 주말마다(사실 평일에도..) 전시를 보러 다니는 직장인의 전시 보는 이야기입니다. ‘전시 왜 봐?’ 라는 질문에 짧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 상상해도, 무엇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들을 글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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