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대학 시절, 내 일기장엔 아직 낳지도 않은 딸에게 쓰는 편지가 종종 등장하곤 했다. 이유는 몰라도, 나에게는 늘 딸을 갖게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내 나이 서른다섯, 그 믿음은 현실이 되었다.
믿음이 현실이 되는 과정은 사실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제왕절개 예정일을 이틀 앞둔 날 새벽, 양수가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응급실로 실려가 밤새 진통에 시달리다, 이른 아침 응급수술로 태어난 딸을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아이로 인해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는 이전 챕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아직 태지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이 작고 쭈글쭈글한 것이 내 눈에는 얼마나 예쁘던지… 다른 사람들은 보통 눈물이 난다는 그 순간에, 나는 눈물 대신 너무 신이 났다. 우리 딸이 살아갈 멋진 인생에 신이 나고, 나에게도 처음이 될 모든 순간들에 신이 났다. 사람들이 왜 자식을 낳는 것이 그렇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뭐든 첫 경험만큼 설레는 건 없다. 어릴 적 처음 맛본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학교 첫날의 떨림, 첫 해외여행, 첫 연애, 첫 출근. 어쩌면 우리는 ‘첫 경험’이 점점 사라지는 나이가 되었을 무렵, 그 모든 설렘을 다시 느끼기 위해 아이를 낳는 건지도 모르겠다.
첫 임신과 첫 출산의 경험은 설레었지만 두려웠고, 신생아 육아는 행복하지만 고되다. 먹고 자고 싸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이 작은 생명체가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나를 짓누른다. 기약 없이 계속되는 수면 부족은 몸과 마음을 예민하게 만들고, 죄 없는 남편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고 싶게 만든다. 출산 후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몸뚱이를 볼 때마다 자괴감이 밀려들고, 이런 와중에 운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음에 또 절망한다.
하루 내내 쌓인 고됨이 나를 무너뜨릴 때쯤, 내 품에 안겨 세상 평화롭게 자고 있는 아기를 보면, 속도 없이 힘든 마음이 싹 녹아내린다. 잠든 아기 옆에서, 솔솔 풍겨오는 달콤한 아기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드는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어떤 힘듦도 압도해 버리기에, 육아는 할 만하다.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
[요마카세] 목요일 : 어쩌다 엄마
작가 : 초보맘 비키
소개: 서른다섯에 엄마가 된 초보맘 비키, 자유로운 영혼에서 '엄마'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딸에게 남기는 성장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