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운동을 처음 시작한 곳에서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명절이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모처럼의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는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푹 쉬며, 또 누군가는 출근을 한다. 아니면 각자 다른 수많은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다양함 속에서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맨몸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장소를 다시 찾는 나다.
2013년 초여름, 아마도 춘추복에서 하복으로 넘어가려던 무렵이었다. 공학이었지만 반이 분리되어 남고 비슷했던 그 시절, 철봉이 잠시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서인지 늘 운동을 동경했다. 그런 내가 턱걸이를 단 한 개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적지 않은 충격과 함께 묘한 열망이 생겼다. 그때의 감정은 마치 도미노처럼 내 안에서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이미 넘어간 도미노는 되돌릴 수 없듯, 지금 자취를 하는 나는 오랜만에 옛 동네를 찾을 때마다 그곳이 늘 조금씩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그곳까지 가는 길, 학교 외벽, 주변의 아파트와 상가들까지 — 시간의 흐름이 곳곳에 묻어 있다.
게다가 OO고등학교 옆에는 내가 다녔던 00초등학교가 있어서 그 자리에 서면, 나는 어느새 그 시절의 공기 속으로 깊이 잠긴다.
철봉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한 구절이 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이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서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또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도미노가 멈춘 그곳은, 어쩌면 나에게 ‘우물’이었다. 그곳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쳐져 있다.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함께 있다. 그 사나이가 그리웠다가, 미웠다가, 결국은 추억으로 남는다.
[요마카세] 목요일 : 맨몸운동을 하며 생각한 것들
작가 : 종태
소개 : 맨몸운동을 10년 넘게 하며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이 운동보다 더 커졌고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