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 세상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이탈리아 파스타 만들기 클래스에서 만났던 친구 덕분에 이비자에 도착한 당일, DC-10에서 하는 Circoloco 파티를 갈 수 있었다. 티켓이 솔드아웃이라 그냥 쉬려 했으나 운이 좋게 guestlist에 오르게 된 우리 둘. 공짜 티켓이 생겼는데 구경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갔다. 공항 앞에 위치한 DC-10에서는 파티 중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수 있다. 도착하니 키가 크고 화려하게 꾸미고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첫 이비자 클럽 입성. 온통 붉은 조명과 네온사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클럽처럼 입장 후 지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지하로 내려간 클럽이 없었던 듯하다. 클럽 규모가 리조트 급으로 크며, 클럽 안에는 메인 스테이지를 포함한 2-3개의 스테이지가 있고, 모든 클럽에는 “가든”이 있다. 클럽 내부에 야외 공간을 두어 그곳에서 사람들이 바깥 공기를 쐬거나 담배를 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한번 밖으로 나가면 재입장이 불가능한게 이비자 클럽의 룰. 그렇다보니 가든이 있나보다.


야외 가든과 백스테이지 엑세스 구역을 한바퀴 돌아본 후, 실내로 입장한다.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된다. 길을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며 정신차리지 않으면 밟힐 수도, 친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안구가 확장된다. 사실 이 날도 유명한 DJ들이 플레이 했지만, 음악은 기억에 별로 남지 않았다. 이비자 클럽의 규모와 수많은 사람들에 압도되었었나보다. 이 날 클럽의 바이브와 음악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지만,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었다. 외국 생활을 오래하며 여러 클럽을 다녔지만, 내가 여태 보지 못했던 환경이었으며 앞으로의 일정이 기대되는 하루였다.

다음날 아침, 눈이 부시도록 쨍한 햇살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비치는게 예쁘다. 놀러와서 온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걸까. 숙소를 옮기기 전에 잠깐 짐을 맡겨두고 바로 앞 바다에 타올을 깔고 누웠다. 뜨거운 햇살에 미지근해진 맥주를 마신다. 시원하지 않아도 맛있다. 체크인을 하고 항구 근처 시내에서 밥을 먹고 동네를 구경한다. 이비자에는 클럽 굿즈 샵들이 있다. 진짜 신기한 곳이다.


나는 F45를 5년째 하고 있다. 여행을 갈 때면 항상 F45 스튜디오가 있는지 찾아본다. 그런데 왠걸? 이비자에도 F45가 있었다. 당장 DM을 보내 클래스를 예약한다. 오후 6시, 아직까지 들어갈 생각이 없는 해가 비추는 햇살을 받으며 스튜디오로 향한다. 핫걸, 핫가이들과 함께 신나게 운동한다. 운동하고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씻고 친구와 파스타를 해먹는다.


친구와 함께 놀러나가기 전 한껏 꾸밀 때가 참 재밌다. 술을 한 두잔 마시며 아이라인을 그리고 믹스셋을 들으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준비한다. 그렇게 밤 12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선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걸어서 클럽에 도착했다. 2일차는 베스트 클럽 세계 1위를 차지한 Hï Ibiza. 이날도 우리는 운이 좋게 이비자에서 만난 친구 덕에 guestlist에 이름을 올려 공짜로 입장한다. 이름을 확인하고 팔찌를 채워주는데 ‘Artist’라고 되어있다. 이럴수가! 이비자 친구가 DJ 친구라고 했지만 아티스트 게스트에 이름을 올려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Hï는 메인 스테이지 Theatre, Club room 그리고 Wild Corner 세개의 스테이지가 있다. Wild Corner는 화장실 한가운데 DJ 부스가 있다. 정말 기가 막힌다. 오늘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The Martinez Brothers의 파티가 열린다. 메인스테이지의 높은 층고와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비자 클럽에서는 물이 한병에 20유로(한화 약 32,000원)이다. 술은 더 비싸서 사 마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클럽 구경을 마치고 메인 스테이지 Theatre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Martinez Brothers가 나오기 전타임 Cloonee가 워밍업을 잘해준다. 그런데 느껴보지 못했던 사운드가 온몸을 통해 느껴진다. 우퍼를 통해 나오는 강한 베이스 사운드가 만들어 낸 진동이 클럽 바닥을 타고 내 발에 닿아 발끝에서 머리 끝까지 그 울림이 느껴진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새로운 감각에 적응해가는 찰나, Martinez Brothers가 등장했다. 백스테이지를 가보고 싶어 친구와 함께 무대 가까이로 가본다. 무대 옆에 선 덩치가 큰 가드가 못들어가게 막는다.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다. 대충 엿들어보니 아티스트나 관계자가 데리고 들어가야한단다. 가망이 없다는걸 깨닫고 우린 다시 스테이지 중앙으로 간다. 사실 사운드는 DJ 부스 쪽보다는 플로어가 훨씬 좋다.


베이스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고 비트가 울릴때마다 내 심장도 BPM을 따라가는 듯 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진짜 신세계다. 음악은 세상이 허락한 합법 마약이다. 이렇게 우퍼가 세게 울리는데도 귀가 아프지 않다.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같은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출때면 도파민이 폭발한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땀흘리며 춤추고 놀다보면 중간중간에 CO2를 눈앞이 안보일 정도로 뿌려주어 더위를 잠깐 식힌다. 댄서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 스포트라이트 아래 화려한 옷을 입고 춤을 추기도 한다. DJ부스, 댄서, 음악에 맞춰 내비치는 조명, CO2, 그리고 음악. 눈과 귀가 즐겁고 온몸에 힘을 빼고 음악따라 몸을 움직이게 된다.


Martinez Brothers의 디제잉은 마치 단단한 콘크리벽이 밀고 나가는 듯한 꽉찬 베이스가 느껴진다. 스페인어 가사가 반복되는 음악을 틀어줄 땐 모두가 같이 따라 부른다. 춤을 추다 주변을 둘러보면 똑같이 음악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괜히 미소를 짓게 되고 나도 다시 춤을 춘다.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즐기다보니 6시 반이 되었다. DJ가 볼륨을 서서히 줄이며 조명이 밝아진다. 모두 함께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클럽을 나선다. 밖을 나오니 세상이 환해졌다. 그렇게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들었는데도 이명이 들리지 않는다. 비싸고 좋은 스피커를 쓰나보다.


택시 타는 줄에 질서정연하게 서있으면 택시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이비자에서는 클럽을 나와 택시를 따로 부를 필요가 없단다. 파티섬 이비자에서는 택시줄을 질서있게 기다리는 것이 국룰이다. 안내 요원이 어느 택시를 타라고 안내도 해준다.


약 5시간 동안 음악에 춤을 췄다. 오늘 운동 많이 했으니 잠은 잘 자겠다 생각하며 택시를 탔다. 하지만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샤워를 하면서도 머릿속에 음악이 맴돈다. 자려고 누웠지만 친구도 나도 찍은 영상을 다시보며 한참을 있다가 잠에 든다.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다. 내가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세상에.



[요마카세] 금요일 : 오늘밤 나가 놀고 싶어지는걸?

작가 : DJ Jinnychoo

소개 : 음악 없이 살 수 없어 직접 틀고 만드는 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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