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시작은 가볍게 끄적이자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사무실에서 한마리의 거북이가 되어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슬슬 목과 어깨가 뻐근해질 즈음, 천천히 목을 한 바퀴 빙그르르 돌려주었다.

그때 창밖의 하늘이 눈에 들어왔는데, 참 인상적인 구름이 하나 있었다.


길게 늘어진 구름이 있었는데, 꼭 끄트머리에 지우개가 달린 연필 같았다.


‘연필을 잡아본게 언제였지?’

당장 기억이 나질 않으니, 아마 꽤 오래전일 게 분명하다.


예전에 운동하던 센터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계기로 얼떨결에 처음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언니가 있다.

루루언니다.


이름이 루루는 아니고, 그냥 편하게 부르는 이름이다.


요즘 루루언니는 글을 쓰는 취미에 흠뻑 빠져 있다.

언니는 매일 스토리로 일상이나 순간의 생각들을 적어 올리는데, 그게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버린 모양이다.


연필 모양의 구름을 본 것뿐인데 루루언니가 떠오르다니.


예전에 언니가 함께 글을 써보자고 제안했었다.

나는 언니가 좋아서, 그냥 뭐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시작된 연재는 꽤 오랜 기간 이어졌다.

마감일의 압박 속에서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써 내려갔지만,

최근 들어 건강이 계속 악화되면서 결국 잠시 멈춰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언니의 스토리에서 예전에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의 추가 모집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마음이 다시금 불타올라, 이렇게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


‘이번에 나는 어떤 글을 써볼까?’


이전 연재 때는 멋들어진 문장을 써보겠다는 욕심에

괜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매번 마감일이 다가올 때마다 글자들이 눈앞에서 아지랑이 마냥 울렁였다.

글쓰기가 유난히 어려웠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무렵쯤, 내 삶도 함께 어질어질 흩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모든 게 조금씩 버겁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해본다.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듯,

놓아버렸던 내 삶도 다시 하나씩 하나씩 얹어가면 되는 거겠지.


하나의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하나의 글이 되는 것처럼,

내 삶도 그렇게 조금씩 차곡차곡 얹어가야지.


마음에 들면 별 다섯 개를 그려주고,

마음에 안들면 연필로 슥- 그어버리고 다시쓰면 되는 것처럼.


상처도, 실수도, 눈물도, 웃음도 많았던 나의 삶에 대해

이제는 꾸밈없이, 그저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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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화요일: 느리지만 끝까지 가는 거북이

작가명 : 도연

소개 : 천천히 다시 한 걸음씩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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