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최근 부쩍 글을 쓰는 게 좋아졌다.
어쩌다 보니 글쓰기 수업까지 등록하게 되었다.
지난 수업 시간이었다.
저의 감정을 표현하는 어떤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데요. 한 수강생이 말했다.
부끄러운 마음인데, 어떤 후회나 반성에 가까운, 그렇다고 수치스러움까지는 아닌 그 미묘한 감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강사는 회한 같은 느낌이냐고 물었다.
수강생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강사는 감정이 꼭 한 단어일 필요는 없다며, 떠오르는 그대로 적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는 그의 말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떠오르는 그대로 적어보기.
나는 평소 글을 쓸 때 온갖 — 정확한 뜻도 모르는 — 수식어를 덧붙이고, 나름 있어 보이는 단어들을 늘어놓으려는 습관이 있었다.
그 덕에 — 강사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 ‘떠오르는 그대로 적기’는 나에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 일상 속에서도 그런 단어들을 자주 사용했느냐 하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대부분은 그저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갖다 붙였고, 때로는 처음 보는 단어임에도 오래 써왔던 것처럼 굴기도 했다.
강사님은 다시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글이 서툴더라도 그 안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좋은 출발이라고 했다.
자기 주관을 붙들고 꾸준히 퇴고하다 보면 결국 나만의 문체가 생겨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그의 말을 또다시 노트에 옮겨 적었다.
진정성, 나만의 문체 만들기.
돌아보면 나는 글을 쓸 때 진정성보다 내 글이 타인의 시선에 어떻게 비칠지만 지나치게 의식해왔다.
그 어지러운 마음을 숨기느라 애꿎은 문장들만 무장시켰다.
비단 문장만이 아니었다.
나는 허술해 보이지 않으려고 필요 이상으로 화장을 진하게 하던 때가 있었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수록, 내 마음은 점점 중심을 잃어갔다.
물론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문제는 그 마음이 기준이 될 때였다.
오래된 습관을 지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내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만큼은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나의 문체는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질까.
또 나는 어떤 진정성을 담을 수 있을까.
[요마카세] 화요일: 느리지만 끝까지 가는 거북이
작가명 : 도연
소개 : 천천히 다시 한 걸음씩 써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