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러너는 아니지만, 러닝을 해보니

학생 시절 ROTC 지원을 위한 1.5킬로부터, 퇴근길 10킬로까지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뭐 하나 잘할 수 있는 걸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앞으로도 찾을 수 있을까 싶던 참이었다. 내가 마주했던 분들이 남겨주신, 그동안 쌓인 리뷰를 꺼내보며 생각에 잠겼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자애들까지 포함해 오래달리기 뒤에서 2등,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중학교 입학은 전교 10등 정도로 했지만 조금씩 성적에도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턱걸이를 접하고 삶은 아예 달라지기 시작했다.


혹시 이런 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하지만, 솔직히는, 턱걸이를 하고 맨몸운동을 꾸준히 해서 내가 사는데 도움이 된 건 전혀 없었다. 현실적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냉정하게 생각해도 내게 남아있는 리뷰가 말해주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용기가 필요한 분께 용기를 드렸고, 온기가 필요한 분께는 온기를 드렸다는 것.


또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데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분들을 집부터 운동공간까지, 다시 맨몸운동의 세계까지 시종일관 누구보다 더 친절하고 안전하게 안내해드렸다는 것. 바로 이것이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구나, 내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이 어딘가에는 있겠구나.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자애들까지 포함해 뒤에서 2등 한 오래달리기는 어떨까?


지금도 여전히 가장 못 하고 싫어하는 운동이 달리기이고 정말 가끔 뛰지만 1.5킬로부터 해서 3킬로, 5킬로 그리고 10킬로까지, 한 번에 뛰는 거리와 소요시간이 얼추 좋아졌다.


언더아머가 최근에 밀고 있는 슬로건 “I’,m not runner, but I run”이 있다. 잘하는 법, 효율적으로 하는 법, 방법과 정보는 갈수록 넘쳐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하는 맨몸운동이 그렇듯, 그리고 어떤 다른 분야도 그럴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각 잡고 하는 러너만 러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올해 그나마 러닝을 다시 해보면서 제대로 느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상탈 하고 질주하던 한강에서, 야외보다 싫어하던 러닝머신 위에서, 퇴근길을 코스 삼아 달리던 길 위에서, 그렇게 러닝을 싫어하고 못 한다는 나는 어느새 찾아볼 수 없었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으면 어디로든 가라”라는 구절을 어떤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어디로 가든 그 길 위에서 지금의 나에게 전한다. “참 다행이다”.


[요마카세] 목요일 : 맨몸운동을 하며 생각한 것들

작가 : 종태

소개 : 맨몸운동을 10년 넘게 하며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이 운동보다 더 커졌고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나눠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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