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오늘은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브랜드인 Needles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니들스는 1988년 일본 디자이너 시미즈 케이조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케이조는 일본 아메카지 역사에 시작점이기도 한 인물이에요. NEPENTHES라는 편집샵으로 시작해 기라성 같은 브랜드들을 론칭하고 셀렉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아메리칸 캐주얼과 아이비룩이 열풍이던 시대에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자연스럽게 미국 문화와 패션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국제 우편으로 미국 브랜드 의류를 사입을 정도로 매료되어 점점 패션에 대한 관심이 깊어집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했던 야구를 그만두고 분커 패션대학에 입학하게 되죠. 패션 사업으로 미국을 진출하는 꿈을 키워나갔는데요. 대학 졸업 후 유니온 스퀘어라는 수입 신발 회사에 취업해요. 알든, 콜 한, 레드윙 같은 미국 부츠를 다루는 편집샵에서 오픈멤버로 일하게 되죠. 일본에서 판매가 저조해지며 편집샵은 2년 만에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이때 유니온 스퀘어의 사장은 오픈 멤버였던 케이조에게 편집샵을 살릴 방법을 강구하라 지시해요. 이때가 케이조의 역량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어요. 어린 시절 미국 패션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읽은 Maid in USA 카탈로그에 있던 아메리칸 캐주얼 콘셉트 상품으로 편집샵을 재정비했어요. 이때부터 아메카지의 역사의 중심이 되는 Red Wood라는 편집샵이 탄생하게 됩니다. 리복, 아디다스, 나이키, 조던 같은 운동화부터 챔피언, 리바이스, 워크웨어 의류들을 수입하며 룩을 만들고, 판매를 하며 일본식 아메카지 룩들이 완성되기 시작했고, 편집샵 매출도 늘어나게 되었죠.
이때부터 이 편집샵은 일본 내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최애 편집샵이자 아지트가 되었답니다. 이때 ‘스즈키 다이키’라는 디자이너를 만나게 됩니다. 스즈키 다이키와 패션에 대한 철학이 일치했던 케이조는 함께 사업을 할 것을 제안했어요.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일본식 아메카지로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은 네펜데스 편집샵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작을 알리는 브랜드가 바로 오늘 소개할 케이조의 니들스와 다이키의 엔지니어드 가먼츠인데요. 패션 사업으로 미국을 진출하는 것이 목표인 두 사람이었지만 금전적으로 당장 미국에 갈 수 없었어요. 방법을 바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직접 미국에 가 물건을 셀렉해 오는 편집샵을 운영해요. 1년에 10번 정도 미국을 오가며 셀렉한 옷을 일본으로 가져와 판매하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있었죠. 시간이 점점 지나며 가져와서 팔 의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부터 직접 디자인한 브랜드를 론칭하자는 목표가 생겨요. 니들스가 탄생하게 된 거죠! 케이조는 일본에서 니들스를 론칭하고 다이키는 미국에서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를 시작으로 일본과 보스턴 뉴욕에 네펜데스 매장을 시작해 니들스와 엔지니어드 가먼츠 의류들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미국에 있던 일본인들이 아메리칸 캐주얼을 부르던 ‘아메리카나 카주아루’라는 말에 네펜데스 편집샵의 바지와 의류가 합쳐져 아메카리라는 단어가 생겨나게 되었죠.
니들스의 로고는 일본산 작물의 위대함을 알리겠다는 의미로 바늘을 모티브로 했어요. 시작은 단순한 블레이저, 바지 등을 만들었어요. 주로 재즈 아티스트들을 모티브로 한 제품이 많았고, 이때부터 특유의 펑크, 히피 문화와 에스닉한 패턴들의 의류가 중심이 되었죠. 이렇게 시작한 브랜드가 가장 큰 히트를 치게 된 것은 바로 모헤어(앙고라염소의 털을 활용한 직물) 소재의 니트웨어와 나비모양의 로고였는데요. 아티스트 스타일에 영감을 얻던 케이조는 자연스럽게 펑크, 히피 문화에 스며들었고 그들이 자주 입던 앙고라토끼 재질의 의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직물 특성상 털이 심하게 날린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안하여 염소를 활용한 모헤어를 개발해 니트웨어를 만들어요. 하게 되죠. 기성세대에 저항하며, 펑크, 히피 문화가 자리 잡던 당시 일본의 시대상과 맞아떨어지면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때 함께 판매하던 HD 벌룬팬츠도 큰 인기를 끌었어요. 지금은 다양한 브랜드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만 벌룬팬츠의 원조이자 아메카지의 시작을 알린 니들스의 HD 벌룬팬츠는 과거에나 현재나 근본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산 작물을 강조하고 아메카지의 정체성을 확립한 브랜드로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했던 니들스가 더욱더 성공하게 되는 계기가 생기는데요. 바로 지금은 니들스 하면 먼저 떠오르는 바로 나비 모양의 로고입니다. 1973 개봉한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 스티브 맥퀸이 가슴에 했던 나비문신을 보고 영감을 얻은 케이조는 나비모양의 로고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요. 지금은 오히려 일반적인 니들스의 상품들보다 빠삐용 컬렉션의 제품들이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미국 패션에 매료되어 패션 사업으로 미국진출을 꿈꾸던 일본 학생이 아메카지라는 또 다른 일본식 아메리칸 캐주얼 룩을 만들어내다니.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찾아 입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니들스. 일본 여행에서 다녀온 네펜데스 매장 사진도 보여드리며 소개 마치겠습니다.
[요마카세] 일요일 : 일단 사볼까?
작가 : 인정
소개 : 옷 파는 일로 돈 벌어서 옷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