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사직서는 어떻게 생겼나요? 퇴사해 본 적은 없지만 매일 퇴사하고싶다.
대책 없는 퇴사를 할 순 없다. 뭔가는 준비해야 한다.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도 딱히 없다. 답답하고 슬프다.
관심 있던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한다. 돈도 시간도 들여야 하는 동앗줄.
수업 첫 날, 출석 체크 중 “네” 하고 답하자마자 인원이 다 찼는데 받아 준 거라고 말하는 선생님.
응? 황당해서 눈 알이 튀어나올 뻔 했다. 짚고 넘어가고 싶지만 참는다. 설렘이 잠시 우당탕 깨진다.
퇴근 후 수업, 연습, 과제가 벅차다. 새로워서 재밌고 처음이라 어렵다. 고되지만 해내야하는 절박함.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과 배우고 연습하는 게 꽤 의지 된다. 집 가기 전 함께 먹는 짬뽕도 든든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질문이 많다. 딱 수업시간만 채우는 선생님. 배우려고 온건데, 아쉽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는 지도자가 되자 다짐한다.
15시간 당직 근무. 하루 꼬박 밤을 새야하고, 식사 시간도 없다. 밥알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방광염? 변비? 달고 산다. 당직 근무엔 필라테스 수업을 갈 수 없어 변경하는 것도 일이다. 참 사회생활도 인생도 고되다.
고생 끝에 지도자 자격증은 취득했지만, 사직서 한번 쓰지 못하고 결국 제자리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시작했지만 16년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건 쉽지 않다. 알 수 없는 두려움. 퇴사에 실패했지만, 매일 퇴사하고 싶다.
[요마카세] 수요일 : 실패 좋아하세요?
작가 : 지지soak
소개 : 마음껏 실패하며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