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겨울 정말 너무 싫어요.' 겨울만 되면 듣는 인사말이다. 나도 겨울이 싫다. 추위에 한껏 움츠려 들어 어깨는 아프고 얼굴은 찢어질 것 같다. 밤은 또 어찌나 긴지 눈뜨기도 힘들다. 해가 짧으니 일하는 시간에만 햇살이 있는 것도 슬프다. 옷은 있는 대로 껴입고 둔해지고 움직이기도 힘들다. 안 그래도 피곤한 하루 옷까지 무거우니 더 지친다. 주머니는 어찌나 많은지 외투마다 쓰다 만 립밤이 몇 개는 들어있다.
추운 게 싫으니 겨울이 오는 길목인 가을도 애꿎다. 가을이 지나가면 겨울이 오니까.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바라만 봐도 좋은 계절인데 곧 다가올 매서운 겨울바람을 걱정한다. 노란 은행나무 잎이 빛나는 걸 보고 있자니 이 얼마나 어리석었나 싶다. 안 그래도 짧은 가을을 만끽하지 않는다니. 코 풀고 주머니 속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은 카페 휴지처럼 가을을 다뤘구나. 가을이 좋은 이유는 수백 가지다. 겨울을 좋아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그도 그럴 것이 11월부터 3월까지 반년 남짓이 춥다. 내겐 일 년의 반이 겨울인 샘이다. 불평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아무리 여름이 좋아도 서울에 사는 한 겨울을 나야만 한다.
겨울이 좋을 이유를 적어본다. 따뜻한 곳에 있다 밖으로 나설 때 나는 차가운 겨울 냄새가 좋다. 숨 쉴 때마다 보이는 입김은 내가 살아있다 말해준다.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보듬는다.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로 평화를 체험한다. 딸깍 딸깍 붕어빵 굽는 소리 들으며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팥붕어빵이 근본이니 슈크림 붕어빵은 진짜니 가짜니 논쟁을 벌이는 것도 즐겁다. 전기장판에 들러붙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보드라운 수면양말 신고 귤 까먹으면 그곳이 낙원이다. 귤 덕에 노래진 손에서 나는 향긋함은 어떤가. 산타가 아빠라는 걸 알지만 여전히 머리맡에 양말을 두고 자고 매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캐럴에 설렌다. 한 겨울의 차분함은 한 해를 보내기도 새해를 맞이하기도 완벽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복슬복슬 피워낸 목련 봉우리는 사랑스럽다.
진작 좋아할 걸 그랬다. 겨울을 좋아하자 마음만 바꿨을 뿐인데. 하루가 예뻐 보인다. 또 어떤 면을 예뻐해 줄까 생각한다. 1년에 하루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겨울 헤이터를 또 만난다. 오늘부터 겨울을 좋아해 보는 건 어때? 넌지시 던져본다. 그가 하루라도 더 따뜻해지길 바라며.
[요마카세] 월요일 : 그냥 살 순 없잖아?
작가 : 흐름
소개 : 이해할 수 없는 인생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