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말고 빼기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한 해 마무리 어떻게 하고 있어?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일상을 살거나 송년회로 정신없거나 둘 중 하나다. 별생각 없어요. 내게 질문받은 김에 생각해 보는 이들도 있다. 일단 노트를 편다. 2024년 목표는 돌아보지 않는다. 2025년에 뭘 할까에 집중한다. 어떤 걸 더해야 할까. 새로운 일로 가득 찬 새해를 계획한다.
자기만의 연말 루틴을 가진 사람이 있을 거야. 굴하지 않고 계속 묻는다. 전 10월부터 새해를 시작해요. 신선하다. 10월부터 새해라니, 1월을 위해 12월이 버려지는 느낌이 싫단다. 3개월을 먼저 사는 기분일까. 10월부터 1월이면 12월은 3월로 의욕이 한창 불타오를 때다. 그래 나도 평소와 다르게 마무리해 볼까?
잘한 일보다 못한 일이 더 맴돈다. 2024년을 돌아보는 게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던 이유다. 해낸 일에 초점을 맞춰보자. 분명 잘한 일도 많을 테니까. 2024년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2024년 1월 1일 정초부터 백수였다. 회사가 인수합병되며 권고사직을 당했다. 회사에서 잘린 다음날 친구가 요가원 체험을 간단다. 그럼 나도 갈래. 체험 수업을 등록한다. 친구는 새로 나온 아이패드를 싸게 구매할 방법을 찾는다. 학생 신분이면 애플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주변에 학생이 없어 스스로 학생이 된단다. 어? 그럼 나도. 친구 따라 카페 갔다가 얼떨결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등록하고 생활체육지도자 과정 학사 편입을 한다. 덕분에 요가 강사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학사를 취득해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 자격증 응시 기회를 얻는다. 3월까지만 살펴봐도 이렇게 잘한 일이 많은데 왜 주저했던가.
더 다르게 보내볼까? 책을 읽는다. 성공하는 사람의 단 한 가지 습관은 ‘빼기’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더할 것만큼 뺄 것도 넘쳐난다. 700개가 넘는 핸드폰 연락처. 전 회사 사람, 고객, 오다가다 만난 사람 하다못해 예전에 살던 동네 김밥집 전화번호까지 있다. 2년간 연락하지 않은 사람, 언젠간 연락하겠지 하는 번호도 지운다. 메일함 정리, 블로그 글 정리, 폴더 정리 등 뺄게 넘쳐 난다. 오프라인에도 뺄 것 천지다. 입지 않는 운동복, 쿠션이 커진 소파, 작은방 잡동사니. 매일 조금씩 정리하고 버린다.
불필요한 생각도 비운다. 덜어낼수록 내가 집중할 일로 뚜렷해진다. 전화번호부를 지우니 챙겨할 사람들이 떠오르고, 메일함을 비우니 내가 잡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에 용기가 생긴다. 폴더를 정리하니 생각이 정돈되어 당장 행동으로 옮긴다. 운동복을 솎아내니 운동 갈 마음이 솟구친다. 거실에서 소파를 빼니 눕지 않고 앉아 글을 쓴다. 쌓인 잡동사니를 버리니 속이다 시원하다. 내게 정말 필요한 건 더하기가 아니었구나. 질문을 바꾼다. 어떤 걸 빼야 할까. 뼈만 남은 새해를 맞이해야지.
[요마카세] 월요일 : 그냥 살 순 없잖아?
작가 : 흐름
소개 : 이해할 수 없는 인생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