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AKAHIROMIYASHITA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오늘은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혼자를 선택한 자발적 아싸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더 솔로이스트'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작곡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타카히로는 어려서부터 록음악을 즐겨 들었으며, 비틀즈 특히나 존레넌에 푹 빠져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옷 입는 것을 좋아했으며 패션에 대한 관심이 깊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하였는데 근처에 네펜데스 매장이 들어오게 됩니다. 옷을 마음에 들어 하며 매장에 자주 드나들던 타카히로는 네펜데스의 사장 시미즈와 얘기하며 친분을 쌓아가죠. 네펜데스가 미국에도 매장을 론칭한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시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너바나에 흠뻑 빠져있던 타카히로는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어요. 사장 시미지는 매장에 자주 오던 청년을 눈여겨보게 돼요. 시미즈는 자신과 함께 네펜데스를 운영하는 엔지니어드가먼츠의 디자이너인 다이키의 미국 집주소를 알려주며, 이곳에 가서 미국을 경험해 보고 오라는 권유를 하게 됩니다. 타카히로는 바로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고, 미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일본에서 전파되던 환상적인 미국의 이미지는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이후 일본에 돌아와 네펜데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시미즈에게 부탁해 패턴사로 일을 하게 됩니다. 패턴사로 경력을 쌓은 타카히로는 갑자기 네펜데스를 떠나게 되는데요. 일을 할수록 자신이 점점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 흔한 락찔이었던 타카히로를 그만두게 만든 것은 바로 당시 너바나의 리더인 커트코베인이 자살을 하면서 남긴 유서에 적힌 글이었어요. ‘서서히 사라질 바에는 차라리 한 번에 불타버리겠다’ 이렇게 자신을 거둬준 시미즈와 큰 트러블 없이 좋은 이별을 하게 되었고, 마사루라는 인물을 소개받아 직접 빈티지 의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게 됩니다. 이후 1997년 타카히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처음 론칭하게 되는데 바로 NUMBER (N) INE이라는 브랜드였습니다. 브랜드의 이름에 담긴 뜻도 자신이 좋아하는 뮤즈들로 가득 채워 넣었는데 넘버 나인에서 나인은 자신이 좋아하던 밴드 비틀즈의 Revolution 9에서 가로 안에 있는 N은 자신을 거둬주었던 시미즈의 네펜데스에서 따와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죠.
도쿄 런웨이에도 참여하고, 스트릿 패션에 큰 영향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넘버나인은 ‘예술에 패션이 들어갈 수 없다면 예술을 패션에 녹여내겠다’ 가치를 추구하며 평소 타카히로가 좋아하던 락밴드들의 컬렉션들도 출시하게 되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레드 제플린’ ‘너바나’ ‘건즈 앤 로지스’ 등이 있었습니다.
이후 빈티지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고 투자를 해준 마사루가 권리를 요구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자신이 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마사루에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고, 지분을 주게 되었지만 사업가였던 마사루는 점점 넘버나인을 장악해 나가면서 이런 압박들로 인해 점점 넘버나인 만에 아이덴티티가 사라지고 있다고 느낀 타카히로는 넘버나인을 떠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10년 동안 넘버나인을 이끌어 오던 타카히로는 휴식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타카히로를 위로하고 방향을 잡아준 사람은 바로 언더커버의 수장 준 타카하시였습니다.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사상과 가치관이 매우 닮았다고 느끼게 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서로의 브랜드를 응원해 주었는데요. 힘든 시기를 보내던 타카히로에 큰 위로가 된 건 다카하시의 한 마디였습니다. ‘브랜드는 밴드와 같다. 지금의 너는 같이하던 밴드가 해체된 것이며, 너는 다시 너만의 밴드를 만들면 된다’ 락찔이 맞춤형으로 밴드에 비유한 이 말은 타카히로에게 큰 위로와 감명을 주었고, 쉬는 동안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밴드를 만드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하는 브랜드가 바로 2010년 론칭하게 된 ’TAKAHIROMIYASHITA TheSoloist.‘입니다. 타카히로의 인생의 지표였던 너바나의 노래 Smells Like Teen Spirit에서 따온 10에서 자신의 브랜드였던 비틀즈와 네펜데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넘버나인의 9를 빼면 오롯이 ‘1’ 자신만 남는다는 의미에서 이젠 밴드가 아닌 솔로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됩니다. 아방가르드한 쉐입에 무채색 색감들과 다양한 원단과 부자재들을 사용하여 그런지한 룩들을 완성시켰는데요. 넘버나인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던 타카히로의 솔로이스트는 론칭을 하자마자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얻게 됩니다. 요지야마모토 그리고 꼼데가르송의 카와쿠보 레이의 계보를 잇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주목을 받은 솔로이스트는 일본 브랜드에서는 사키이와 언더커버 외에는 쉽게 진출할 수 없었던 유럽의 런웨이에도 진출하게 됩니다. 2018년 그의 친구인 준 타카하시의 언더커버와 함께 파리 런웨이에서 더블헤더 런웨이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런웨이에서도 넘버나인 때부터 지켜오던 전통을 이어왔는데요. 바로 쇼를 시작하고 2분 30초 동안 음악만을 들려주다 이후 모델들이 런웨이를 시작하는데요. 뭔가 락을 좋아하던 그가 락스타의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런웨이를 마무리한 솔로이스트는 많은 협업을 진행하게 되었죠. 대표적으로 아디다스, 컨버스, 우포스, 살몬, 아이반 등 슈즈와 아이웨어 협업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특이한 점이 바로 의류 협업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타카히로의 패션에는 그만의 확실한 철학과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협업을 하면서도 의류만큼은 다른 요소들에 휘둘리기를 싫어했기 때문인데요. 물론 기념비적인 스투시 40주년, 언더커버 30주년, 그리고 자신을 거두어 주었던 시미즈의 니들스와는 협업을 진행한 예외의 상황도 있었습니다.
저 도 너무 좋아하는 두 가지 락밴드와 패션을 자신의 삶과 브랜드에 녹여내어 너무 부러운 솔로 타카히로 미야시타 그리고 더 솔로이스트의 앞날을 응원하면서 오늘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요마카세] 일요일 : 일단 사볼까?
작가 : 인정
소개 : 옷 파는 일로 돈 벌어서 옷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