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보고 인사 중
오늘 아침
아파트 내 헬스장에 갔다.
운동도 할 겸, 씻고 출근 준비도 할 겸.
탈의실 문을 열자
이미 속옷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분들과
드라이기의 바람과 함께 춤추는 분들이 계셨다.
분명 낯익은 얼굴들인데
이상하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한마디가
목구멍 근처에서... 막힌다.
옷도 안 입은 채 마주치면
괜히 더 조심스러워지고,
시선 둘 곳도 잃어버린다.
인사라는 짧은 말이
왠지 이 공간에선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진다.
사실,
엘리베이터에서도 비슷하다.
문이 열리기 전
나는 늘 살짝 기대한다.
'제발... 아무도 타지 마라...'
띵~
문이 열리고 사람이 타면
내 머릿속은 이미 시뮬레이션 중.
인사를 먼저 할까, 말까.
상대가 못 알아보면 어쩌지.
내가 했는데 외면하면?
그 짧은 1~2초가
의외로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참고로 나는
'인사만 잘해도 사회생활 90% 끝난다'
그 말을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근데 왜, 왜 이게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이제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나 자신과도 제법 친해졌는데도,
아직도 낯을 가린다.
심지어 매일 보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은 나아졌다.
엘리베이터에서 가볍게 인사를 건네면
돌아오는 인사에 마음이 놓일 때도 많고,
헬스장 탈의실에서는
눈 안 마주치고도 허공에 인사하는 스킬도 생겼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내게는 그게 꽤 큰 일이다.
언젠간 나도
“그 인사 잘하는 이웃”
소리 듣는 날이 오겠지?
오늘도 다짐한다.
낯가림은 나의 숙명이지만,
인사는 용기로 한 번 툭!
쑥스럽지만,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해보자.
(...라고 해놓고
내일 아침엔 또
눈 피하면서 탈의실 옆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