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인간 #2

무뚝뚝해도 마음이 없는 건 아니야

by 써니로그

오늘,

함께 일하던 계약직 직원이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떠났다.

늘 상냥하고 인사성도 밝고,
작은 것 하나도 잘 챙기던 그 친구.

솔직히 나는
그런 타입의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가볍게 안부 묻고,
여행 사진도 보여달라고 하고,
웃으며 편하게 다가오는 사람.


그 친구는 주말이 지나면 어김없이 묻는다.
“주말에 뭐 하셨어요?”

“어머, 사진 보여주세요~ 여행 갔다 오셨다면서요!”

나는 늘 웃으며 받아주긴 했지만,


속으로는 좀 간지러웠다.
말 그대로 ‘낯간지럽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아, 뭐 이렇게까지 친하게 지내야 하나?'

'왜 내 주말 일정을 궁금해하지?'
하면서도,
나는 또 사진을 보여주고,
떡볶이 먹은 얘기도 꺼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렀고
오늘, 그 친구가 나가면서
작은 선물과 손편지를 건넸다.
편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무뚝뚝한 듯 보여도 따뜻한 마음 다 알아요. 늘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그 문장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많은 걸 했더라. 그 친구에게
폭우가 쏟아지는 날, 차로 집까지 태워다 주기도 했고
밥도 사주고 여행지에서 산 작은 선물도 주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조용히 도와주기도 했다.


나는 낯가림이 심해서 살갑게 표현은 못했지만,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내 방식이 조금 다를 뿐.

먼저 다가가진 못하지만
정 붙으면 내 방식대로 꽤 정성껏 챙기는 사람.


그런 나를,

그 친구는 알아봐 줬던 거다.
말은 많지 않아도 마음이 있었단 걸.


그래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고질병, ‘낯가림’이라는 병,
좀 고칠 수 있다면
사회생활이 훨씬 편했을지도.


하지만 뭐,
이게 또 나다.
낯은 가려도, 마음은 잘 안 숨긴다.
조금 늦게 다가가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오래가는 사람.

무뚝뚝하지만, 마음이 없는 건 아니란 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번 이별은 조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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