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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밝이 어울려 살림

살림살이 흘에 피다

by 변택주

지난 금요일 대전 지소 갤러리(4.18~5.15)에서 펼쳐진 박성욱·이금영 도예전 ‘흙 위에 피다’를 누렸다.


KakaoTalk_20250514_104556109_08.jpg 고스라한 살림살이 기운차다

박성욱과 이금영은 분청 기법으로 도예를 빚는다. 분청 기법에서도 분장 기법으로 빚는데 묽게 푼 분장토에 기물을 담갔다가 꺼내는 덤벙 분청 기법으로 흙물이 흘러내리면서 섞이도록 한다.


IMG_E1998.JPG 2008년 처음 선보인 편

깊고 담백한 숨결이 담긴 분청 도예가 박성욱 선생은 이번에 달 표면처럼 좀 거친 ‘달항아리’와 ‘편片’들을 선보였으며, 우리 둘레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분청 도예가 이금영 선생은 그 따뜻한 눈길로 안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KakaoTalk_20250514_104556109_11.jpg 흙 위에 피다 전시장에 들어서며

자디잔 조각(편片)들을 켜켜이 저미어 사이를 빚어 작품을 하는 도예가 박성욱은 2008년 처음으로 ‘편片’을 선보인 뒤로 꾸준히 편을 갈닦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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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반죽한 흙을 도판으로 만들어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가마에서 불을 거친 조각들은 편(片)이 된다.

KakaoTalk_20250514_104556109_12.jpg 빛을 품고 흐르는 검, 검을 품은 톨?

손끝으로 빚은 편들은 엇비슷한 크기와 모습, 빛깔들이 되풀이하며 한 결을 이룬다. 나는 박성욱 선생이 그동안 환한 편으로 살림을 밝혔다면 이번에는 검은 편으로 속살림을 드러냈다고 받아들였다. ‘검’은 ‘빛’을 품고 흐른다. 그래서 ‘결’이다. 그 흐름 가운데 있는 ‘톨’도 속에 검을 품고 있다. 이번 박성욱 작품에서 나는 그 결을 봤다. 작품을 감싸고 도는 기운도.


KakaoTalk_20250514_104556109_01.jpg 만나서 사랑하고 살림살이가 꽃피다

종이를 머금은 분청으로 찢긴 듯한 둘레를 가진 그림으로 도예를 새롭게 누리도록 하는 이금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동화 속으로 이끌었다. 이금영과 박성욱,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며 살림을 빚어가는 모습이 이금영 손길을 거치며 꽃으로 피어났다. 밝은 웃음을 머금은 두 가시버시가 빚은 살림살이는 우리네 살림살이와 판박이라서 저 모습이 우리 엄마 같고 아내와 같았으며 아이들 또한 우리 아이와 같다고 받아들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테다.

'흙 위에 피다'는 박성욱 선생이 새긴'검'과 이금영 선생이 피운 '밝'이 어우러져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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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이라고 여길 분이 적지 않을 텐데. 나는 고요하고 잔잔한 듯한 이금영 작품 세계에서 언제나 솟구치는 기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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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두 사람이 빚은 작품들이 내뿜은 기운이 나를 바꿔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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