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흘에 피다
지난 금요일 대전 지소 갤러리(4.18~5.15)에서 펼쳐진 박성욱·이금영 도예전 ‘흙 위에 피다’를 누렸다.
박성욱과 이금영은 분청 기법으로 도예를 빚는다. 분청 기법에서도 분장 기법으로 빚는데 묽게 푼 분장토에 기물을 담갔다가 꺼내는 덤벙 분청 기법으로 흙물이 흘러내리면서 섞이도록 한다.
깊고 담백한 숨결이 담긴 분청 도예가 박성욱 선생은 이번에 달 표면처럼 좀 거친 ‘달항아리’와 ‘편片’들을 선보였으며, 우리 둘레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분청 도예가 이금영 선생은 그 따뜻한 눈길로 안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디잔 조각(편片)들을 켜켜이 저미어 사이를 빚어 작품을 하는 도예가 박성욱은 2008년 처음으로 ‘편片’을 선보인 뒤로 꾸준히 편을 갈닦아 왔다.
곱게 반죽한 흙을 도판으로 만들어 작은 조각으로 자르고 가마에서 불을 거친 조각들은 편(片)이 된다.
손끝으로 빚은 편들은 엇비슷한 크기와 모습, 빛깔들이 되풀이하며 한 결을 이룬다. 나는 박성욱 선생이 그동안 환한 편으로 살림을 밝혔다면 이번에는 검은 편으로 속살림을 드러냈다고 받아들였다. ‘검’은 ‘빛’을 품고 흐른다. 그래서 ‘결’이다. 그 흐름 가운데 있는 ‘톨’도 속에 검을 품고 있다. 이번 박성욱 작품에서 나는 그 결을 봤다. 작품을 감싸고 도는 기운도.
종이를 머금은 분청으로 찢긴 듯한 둘레를 가진 그림으로 도예를 새롭게 누리도록 하는 이금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동화 속으로 이끌었다. 이금영과 박성욱,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며 살림을 빚어가는 모습이 이금영 손길을 거치며 꽃으로 피어났다. 밝은 웃음을 머금은 두 가시버시가 빚은 살림살이는 우리네 살림살이와 판박이라서 저 모습이 우리 엄마 같고 아내와 같았으며 아이들 또한 우리 아이와 같다고 받아들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테다.
'흙 위에 피다'는 박성욱 선생이 새긴'검'과 이금영 선생이 피운 '밝'이 어우러져 빚었다.
뜻밖이라고 여길 분이 적지 않을 텐데. 나는 고요하고 잔잔한 듯한 이금영 작품 세계에서 언제나 솟구치는 기운을 느낀다.
돌아오는 길, 두 사람이 빚은 작품들이 내뿜은 기운이 나를 바꿔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