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말-본색 09화

공감 천재의 살벌한 이중 생활

진짜요?

by 나노

여덟 번째 인물 탐구 : 26세, 여성, 보건직 직장

[겉은 달콤하게 속은 오싹하게]

-어른들 앞에서는 한없이 친절하고, 내 아래로는~ "흩어 모여!"

-오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해바라기' 같은 애어른



1. 진짜요?

: 자신의 관심도를 표현하는 일상어로 질문을 가장한 호감의 말.

예) 어제 도착하셨어요? 진짜요?


여덟 번째 인물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본색. "진짜요?"

놀랄 때도, 좋을 때도, 새로울 때도, 심지어 관심이 없을 때도 항상 이 말-본색으로 화두를 시작한다. 모든 말의 시작을 '경청-진짜요?'로 공식화하다 보니, 진심 없이 응대하고 있나 하는 의심을 한 때도 있었다. 이 인물은 기본적으로 대인관계를 좋아하고 대화를 즐기는 인물이다. 아마도 본인의 경험에서 "진짜요!?"는 감탄과 질문을 동시에 의미하기에 말하는 사람에게 극적인 공감 또는 반응의 메시지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누구보다 '큰 호응'을 하는 말이 되었고, 상대가 신이 나서 더 즐겁게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마법의 언어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입에 올라서 모든 말의 시작을 이것으로 두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계산해서 다룰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에 몸소 터득한 자연스러운 말-본색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언젠가 한 번은 물어본 적이 있다. "왜 되물어?"라고. 그랬더니 당황하면서 그런 의도가 아니라 이야기기 재미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나온 반응이었다고 대답했다. 역시 '극외향적인 인물'로 모든 대화를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다.


2. 근데요

: 본격적인 발화의 시작. 지금부터 나의 무대임을 알리는 신호탄.

예) 저 그런데요. 다음에도 또 오시나요?


어찌나 조심스럽게 본마음을 표현하는지, 듣고 있는 상대방이 먼저 귀를 쫑긋하고 뒷말을 집중해서 듣게 된다. 워낙 잘 들어줘서 상대편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 냈기에, 뒤늦게 천천히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여덟 번째 인물의 이야기를 안 들어줄 수가 없다. 어떤 부탁이든 질문이든 다 들어줄 마음과 태도의 준비가 끝나 있다.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열고 서서히 다가갈 줄 아는 '탁월한 소통가'임이 틀림없다. 이 뒤로 나오는 말들이 사실 이 인물이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말들이다. 그래서 이 말은 꼭! 아주! 잘! 집중해줘야 하는 책무성이 있다. 이렇게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사람을 대하는 어린 화자가 있다니. 보건 계열 서비스직에 딱 어울리는 태생의 언어를 지니고 있다. 요즘 MZ들은 '간단명료하게 요청하기' 이후에 상대가 허락하면 간단한 목례 후 떠나는 것이 공식인데, 이 인물은 참 예스러운 태도와 말하기 방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이런 배려심이!


3. 맞아요

: 긍정의 공감과 수용의 언어. 이미 상대의 생각에 2000% 공감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말.

예) 맞아요. 저 같았어도 그랬겠어요.


이 말을 들으면 조심스럽게 시작했던 수다도 힘을 얻어 몇 마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어린 상대와 대화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꼰대력'을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말수를 줄이고 상대의 표정을 읽어 가며 속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 "맞아요"와 환한 미소를 보게 되면 그때부터는 질주하게 된다. 그래도 여덟 번째 인물을 싫은 내색 하나도 없이 눈을 마주치면서 고개를 끄덕여 준다. 브레이크를 놓쳐버린 경주마처럼 달리게 하는 '마법의 언어'가 틀림없다. 첫 번째 말-본색과 더불어 아주 자주 하는 대표어다. 그래서인지 이 인물이 일하는 곳에서 '어른들 원 픽'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뜻한 마음과 따스운 눈빛이 저절로 드러나서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상대의 '화려한 언변'에 더는 속지 않는 내공을 지니고 있기에, 이 말의 진위 여부를 본능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인물은 순도 100%의 언행일치를 시전 한다. 신뢰도 급상승!



4. 진짜 맛있어요

: 음식에 진심인 감탄사.

예) 우와! 진짜 맛있어요!


이 인물은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다. 그래서 본인 기준으로 음식 맛이 부족할 때는 "네. 맛있어요."라고 대답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맛일 때는 "진짜 맛있어요!" 하면서 엄지 척과 동공 확장 반응을 보인다. 미식가라 기준점이 높지만 절대 상대에게 그 속내를 보이려 하지 않는다. 요리한 사람의 수고로움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이 말-본색을 내뱉으면 그것은 찐이다. 그래서 그 음식은 본인의 소울푸드로 등극하게 된다. 쉽게 좋아하지도 않지만 또 쉽사리 질리지도 않는 원푸드 러버! 그래서 '진짜'가 붙었을 때는 그것은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이것저것 챙겨주게 된다는 주변인들의 후일담! 사랑받을 자격과 준비가 충분한 인물이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입구에 포장해 놓은 것을 보면 "내 건가?" 하며 눈치를 본다. 맞다. 워낙 맛있게 잘 먹어서 직접 포장해서 챙겨주게 된다. 그럼 본인도 한두 번 겪은 상황이 아니기에 이미 알고 묻는다. 눈치를 본다지만 설렘과 기쁨의 눈빛을 보면, 다른 사람 몫이라도 이 인물에게 주고 싶어질 정도이다.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틀림없다.

"예쁨도 미움도 다 지 하기 나름이야."



5. 히잉 / 너 지금 뭐라고 했냐?

: 어른 앞에서 서운함을 표현하는 앙탈어 / 아랫 동생들의 기를 잡는 포악어

예: 히잉 서운해요. /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다시 말해봐.


이중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여덟 번째 인물!

어른들께는 한 없이 친절하고 우호적이지만, 본인보다 어린 동생들에게는 깍듯한 예의범절을 가르친다. 아마도 본인이 그렇게 예의 바른 것도 엄격한 가정교육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동생들이 어른들께 무례하거나 근본 없이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완전 '어린 꼰대'이지만 어른들께는 '귀여운 애교쟁이'다. 서운하거나 속상할 때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의성어를 섞어가며 귀엽게 투정을 부린다. 누가 이 인물의 사랑스러움을 거절할 수 있을까? 물론 동생들에게도 따뜻하고 인자한 것이 평소값이고, 동생들이 선을 넘을 때는 가차 없이 혼구녕을 낸다. 대상에 따른 온도 차는 확실히 크다.

어른들 눈에는 귀엽고 고마운 역할을 자처하니, 안 그래도 이쁜데 얼마나 더 이쁠까? 세대 공감 올드 앤 뉴의 실전판이다. 이 인물이 동석한 후 대화는 여러모로 참 어른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동생들에게는 아닐 수 있지만(?)~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손짓 하나에도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이 인물은 양쪽 집안의 첫째 딸이라고 한다.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을지 알만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어른 공경에 대한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선을 잘 지키는 어린 꼰대'이다. 같은 꼰대 라인으로 참 듬직하다!



* 말벗해드릴게요! 말 안 듣는 동생들은 제가 손 보겠습니다! 사랑과 책임은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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