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급의 사건 판결사, 마라맛
일곱 번째 인물 : 58세 남성, 공무원
[세상만사 모든 일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문제 해결사]
-오랜 공직 생활로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
-허용적인 경계선과 확고한 본인만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된 '호불호'가 명확한 기성세대.
1. 내가 말했잖아!
: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선언의 말.
예) 내가 말했잖아. 이런 상황에서는 한 발 물러 서는 것이라고.
같은 사무실에 "내가 말했잖아!"라고 단호박처럼 말하는 인물과 "내가 말했던가?" 하며 분위기를 살피던 동료가 함께 있었다. 당연히 대화의 지분은 일곱 번째 인물이 70% 이상 차지했다. 본인이 말을 많이 했기에, 그리고 그전에 했던 이야기와 결을 같이 하기에, 본인의 말을 끝까지 하겠다는 단호한 선언의 말을 서두에 뿌린다. 그러면 전에 했으니 하지 말라는 말도 못 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본인이 했던 말을 이어서 더 하겠다는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이 말이 시작되면 귀가 따끔할 정도로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참 놀랍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본인이 같은 말을 중언부언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사람'과 이렇게 대비가 될 수가 있다니? 그만큼 일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혜안이 있기에 가능한 말-본색일 것이다.
부장급인 일곱 번째 인물의 이 말을 들으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경청 또 경청이다.
2. 세상은 딱 두 부류여. 해 본 놈과 안 해 본 놈
: 간명하게 문제 상황을 분류하는 '포청천' 급의 상황 종결 언어.
예) 세상은 딱 두 부류여. 뭐든 해 본 놈과 안 해 본 놈. 그러니까 힘들어도 해 본 놈이 낫지.
고민 고민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해주는 간단명료한 사건 종결의 언어. 이 말을 들으면 구름 속처럼 뿌옇던 머리가 맑아지면서 그저 명쾌해진다. 어차피 세상을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한다면,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긍정의 힘이 솟아난다. '안 해 본 놈'이 되어서 계속 찝찝하고 심난하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해 봤다'라는 경험치라도 쌓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구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일곱 번째 인물의 이 말-본색은 아마도 본인의 실패 경험들을 통해 내린 명쾌한 해답이 아니었을까? 고민하는 시간에 차리리 해버리라는 선배의 실패담?
덕분에 큰 힘을 얻는다. 어떤 행동을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해 보는 것이 낫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들었던 적이 있다. 행동은 다양하게 말은 조심스럽게. 이것이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선구안이 아닐까?
3. 뭐 그런가
: 마뜩잖을 때 겨우 동조하는 듯 표현하는 불만의 언어.
예) A: 그러니까 이번 점심은 비도 오고 짬뽕을 드셔 보시게요.
B: 뭐 그런가..
본인의 선택이나 철학이 아니면 절대 공감하지 않는 인물.
한 번 아닌 것은 절대 아닌 원칙주의 끝판왕. 하지만 오랜 공직생활에서 그 철칙을 끝까지 주장하면 실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몸소 터득하였다. 그렇기에 최후에 마지못해서 하는 동조의 발언이 바로, "뭐, 그런가"이다.
절대 공감도 동조도 아니다.
이 말은 잘 살펴야 한다. 이 말을 긍정의 언어로 이해하고 추친했다가는 폭망이다. 모두 참여해도 일곱 번째 인물만은 빠지는 수가 생긴다. 이건 "싫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다. 잘 읽어내야지 자칫 수긍의 언어로 이해했다가는 '가까워질 수 없는 먼 강'을 건너게 된다.
"보이는 것보다 더 싫어하고 있습니다."의 증표다. 그렇다면 왜 이 인물은 부정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을까? 아마도 부장급 이상의 자리에서 호불호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라는 의식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꼰대는 되기 싫은데 꼰대의 기질이 농후한 '귀여운 순환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때 표정을 보면 200% 불만족의 비언어적 표현을 드러내니, 절대 말에 속으면 안 된다. 언제나 진심은 말보다 표정에 더 드러나는 법.
강제 어른도 힘들 때가 있는가 보다. 이렇게 주변 눈치를 보는 것을 보면. 이럴 때는 우리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보자! 어른도 취향은 있으니 은근하게 배려해 보자.
4.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가위바위보 혀!
: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을 때 하는 할리우드 액션.
예) 아니 그지여? 그지? 왜 뭘 사달라고 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가위바위보 혀!
처음에 거지 소리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상했다. 아니 커피 한 잔 사달라는 후배에게 거지라니.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처음 본 사이도 아니고, 서로 돕고 도우며 사무실에서 함께 생활한 것이 얼마인데... 그래서 맘 상해서 가위바위보를 거절했었다. 커피를 핑계로 대화를 시도해 보려던 마음을 싹둑 차단해 버렸으니.
그런데 몇 개월 지나 보니, 그것은 게임을 핑계 삼아서 부담 주지 않고 커피를 사주려던 배려였다. 그래야 다음에 커피를 갚는다는 책임감이 사라지고, 게임을 통해 스스로 따냈다는 쾌감이 남아 더 만족스러울 테니..
일곱 번째 인물은 말이 언제나 쏘가리 맛이라 주변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본디 '말-본색'은 그 상황과 깊은 심중을 읽어내는 것!
참고로 이 인물과 10년 가까이 잘 지내고 있다. 그래서 말보다 따뜻한 마음이 먼저 느껴진다. 그럼 왜 이리 말이 톡 쏠까?
그 옛날 교장선생님 댁 큰아들이니, 친절하고 부드럽게 후배들을 말로 대접하기는 조금 근질근질한 것 같다. 그래서 퉁퉁거리는 말투로 진심을 감추려 하지만, 사실 온통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여념이 없다.
반전 매력의 소유자!
일을 하다 고민이 가득할 때 꼭 이 인물을 찾아간다.
그러면 그전에 앓고 있던 근심 걱정이 싹 사라진다. 문제가 별것 아닌 것으로 느껴지고 원인이 간명해진다. 그래서 마라맛 포청천을 존경한다. 이렇게 통쾌 명쾌 경쾌할 수 있다라니!
언제나 생각은 복잡하고 판단은 간결하다.
※ 세상 뭐 있어! 그냥 열! 건! 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