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 할머니 컬렉터
어려서부터 참 많은 동물을 키웠다.
강아지, 소, 염소, 토끼, 돼지, 오골계...
거의 동물농장이었다. 그중에 유일하게 딱 일주일 키우다 다른 집으로 보내진 것이 고양이였다. 아부지가 고양이 똥 냄새가 난다면서 작은 집으로 보내버리셨다. 그래서인지 냥이 언어는 패치가 없다. 다른 동물들은 눈치로 대충 소통이 되는데...
시골 동네에서, 사육하지 않아도 개체 수를 유지하는 종족이 바로 고양이들이다. 참 잘도 숨고 잘도 살아낸다. 우리 집 하우스 한 동도 그네들의 아지트가 된 것이 오래다.
그런데 2월에, 갑자기 셋방살이를 시작한 냥이가 있다. 요 녀석은 주인이 있다. 그런데도 눈 많이 오던 겨울밤, 우리 집 평상을 차지하더니... 밤마다 엄마를 지켰다. 아주 내몰아도 소용없고. 그렇게 울 엄마 짝사랑을 굳건하게 실천했다. 엄마가 불을 끄고 자면 헛간 구석 어디에서 자다가, 아침에 엄마 인기척이 들리면 신발 옆에서 딱 기다렸다. 그게 벌써 4개월이 넘었다.
울 엄마 화장실도 따라다니고, 텃밭에도 따라가고, 산책길도 응원해 주는! 완벽한 24시 이동식 카메라다. 갸르릉 거리면서 꾹꾹이도 선보이고 골골송도 부르고.
밥은 우리 집에서 먹고, 제 원래집도 잘 찾아간다. 그러면서도 울 엄마 스토커짓을 까먹지 않는다. 처음에는 싫어하던 엄마도,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고양이 츄르를 사봤다. 강아지는 우유에 간식에 온갖 것을 사다 주었지만, 고양이는 나도 낯설다. 그래도 그 녀석을 엄마가 이뻐하니까! 츄르를 주는 엄마도 난생처음이고! 츄르를 받아먹는 것도 처음인 냥이의 불협화음(?) 엉거주춤!
이 둘의 캐미가 좋아질수록 온몸이 화로 '불타오르는 이'가 있다.
둘의 캐미를 견딜 수 없어 쾅쾅 짖는 우리 강아지!
엄마의 스토커 고양이와 그것을 즐기는 엄마, 그 둘을 지켜보며 분노하는 강아지라니!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남의 집 냥이에게 한 없이 잘해 줄 수도 없고. 참 어렵다.
" 우리 거 인 듯, 우리 거 아닌 너~~"
우연히 알게 된 것은!
냥이가 스토커짓을 아흔 넘으신 아랫집 할머니께도 했다고 한다.
도대체 한 번에 세 집 살림이라니! 능력 냥이다.
근데 이 녀석은 "야옹~" 소리를 못 낸다. "흐약~ 흐약~" 하면서 말마다 훈수를 둔다. 무슨 연유로 소리를 잃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