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바나나와 아빠 백로
'으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들 지게에 으름 열매 몇 가닥 걸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
'조선 바나나' 으름을 먹어 본 적이 없다고들 했다. 들판이 노랗게 익어가면, 산에서 느타리버섯과 능이버섯, 그리고 으름 몇 가지를 들고 오셨었다. 울 아부지는.
그 으름을 거의 몇 년 만에 만났다. 고모부가 산에 가서 따오셨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달달한 흰 과육은 먹기 좋지만, 검은 씨가 90%를 차지해서 씨앗으로 배를 채우는 음식이다. 으름은~
가족들이 산책하는 들판에, 아빠 백로가 우리랑 같이 거닐었다. 이 논, 저 논으로 날으며... 함께 산책을 했다.
울 아부지 49제날 본 그 백로가 이제는 마을에 산다.
왜 든든하고 반가운 것인지.
오래오래 함께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