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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 날

불현듯 툭

by 나노

회식을 했다.

업무 이야기로 시작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한참을 함께했다. 음식점의 큰 노랫소리가 한 순배 돌 정도로. 그러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질문을 했다. 나이를 먹어도 우린 유치하니까. 그 질문이 돌고 돌아 원색적으로

'누가 최애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너무 유치하고 불편한 데다, 아무 의미도 재미도 없는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이 열을 올렸다. 그만하자고 화두를 돌려도 결국 그 주제로 돌아갔다. 징글징글해서 놓아두고 보니 참... 결국 질문자들이 원하는 질문에 취기 오른 선배의 답변을 듣고 환호인지 조롱인지 모를 웃음이 터졌다. 나만 불편한 것인가?

최애가 무엇인가?

최애는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다. 그럼 나는 아낌을 받았나? 글쎄. 쓰임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분의 최애는 일을 함께할 때, 알아서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그럼 진짜 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린 지극히 업무적으로 얽힌 선후배이다. 서로 다른 의미의 최애 논쟁에서 도대체 나에 대해 뭘 아는가를 물었다. 이쯤 하면 내가 더 유치해진 것이다.

선배는 내 이름, 담당 교과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당연한. 일이다. 우린 사적인 교류가 전혀 없으니까. 그런데 불현듯, 마지막에 덧붙인 말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아버지가 사랑했던 막내딸"


뇌정지가 왔다. 맞는 말이나, 이것은 우리 아버지 장례식에서 들은 정보이다. 이런 최악. 아무리 할 말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 말을 이 자리에서 더할 수가 있을까? 술기운에 들었던 말을 옮긴다고 해도, 할 말과 안 할 말이 있지. 그 뒤로 난 입을 다물고 자리만 지켰다. 진짜 최악이다.

9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아빠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쏟아지는 나에게, 어떻게 술자리 안주로 우리 아빠를 입에 올릴 수가 있단 말인가! 영정사진 본 것이 전부인 사람이!

실망감과 화가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곳은 공적인 공간이었다. 참아야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한참을 울었다. 아부지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겨우 참고 있던 아빠인데... 오늘은 환장하게 아빠가 보고 싶었던 날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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