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말-본색 06화

우쭈쭈 하게 되는 어른이

손이 가요 손이 가~새우깡도 아니고!

by 나노

다섯 번째 인물 탐색 : 45세, 회사원, 큰딸

[유아독존 유형의 사회화 형태, 얄미운데 밉지 않아.]

-할 말은 많고 인정도 받고 싶다!

-매 순간 내 감정에 솔직한 쎈케!


1. 그가꼬(그래 가지고)

: 할 말은 많고 마음은 급해서 나오는 접속사.

예) 오늘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손님이 오면서 빵을 사와가지고, 그가꼬 여기저기 나누느라고~


"그가꼬"

어디서 들어봤나를 생각해 보니 4살짜리 조카가 많이 하던 말이었다.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선을 잃기 싫어'서 서둘러 가져다 붙이던 추임새 같은 접속사. 이 말이 나오면 최소 10분은 경청 모드로 가만히 들어줘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극적인 추임새뿐. "진짜?, 정말?, 어이없네!, 그래서?" 등등.

다섯 번째 인물은 기본적으로 수다를 좋아한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차 마시고, 식사하고, 술 한잔 하는 모든 행위를 좋아한다. 약속을 잡아 놓고서 나가기 싫다고 투덜투덜하지만, 다녀오고 나면 텐션이 높아져서 즐거웠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털어놓는 수다쟁이다. 그러다 보니 자주 하는 말-본색이 바로 '그가꼬'다. 얼마나 마음이 급하면 '그래 가지고'도 아닌 줄임말을 쓸까? 특히 첫째 딸로 태어나 무한 사랑을 독차지한 배경 때문인지 귀여운 말투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신이 나면 과거 본연의 자아로 돌아가는 것일까?



2. 미쳤는게벼

: 고마움, 감탄, 놀람이나 충격, 핀잔, 책망 등을 표현하는 감탄사.

예) A: 내가 한약 사줄게.

B: 미쳤는게벼. 니가 뭔 돈이 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말이다. 말하는 상황에 따라 모두 등장하면서 '격한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접두사처럼 사용된다. '미쳤는게벼' 뒤에 붙어 오는 다음 말을 통해서, 그 의미를 구별해야 한다. 도대체 뭘 하루에 몇 번이나 미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만큼 감정의 정도가 강렬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처음부터 사용한 말은 아니고, 5년 전에 같이 근무하던 이모님의 말-본색을 따라 하더니 이제는 제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유쾌하고 독보적인 것들은 스펀지처럼 잘도 흡수하는 '언어의 용광로' 같은 인물이다. 즐거운 것에 대한 선망이 있다.



3. 히히히 아주 탁월한 것 같어!

: 본인이 원하는 답을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가장 기분 좋은 상태에서 하는 만족감의 표현.

예) A: 점심시간 다 되었으니까, 일단 밥부터 시킬까?

B: 히히히. 아주 탁월한 것 같어!


이 언어 표현의 생명력은 '히히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신이 나서 웃는 소리. '하하하' 큰 소리로 웃고 싶지만 겸언쩍어서 그 강도를 낮춰서 표현한, 자체 수위 조절의 언어'히히히'다.

평소 '본인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선언하던 인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말이 아니면 눈빛, 태도, 손짓, 발짓으로라도 꼭 표현한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서 주변 눈치라는 것을 살필 때도 있고, 그중에 본인이 원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면 통쾌해하면서 하는 말-본색!! 약간은 철없고 눈치(?)는 있는 이 인물이 선택한 차선택이다. 그다지 탁월하지 않지만 '본인 기준'으로 탁월한! 원하던 바를 상대방이 알아채줄 때 만족해서 하는 말. 더 기분이 좋을 때는 "너 똑똑한 것 같아!"를 첨부물처럼 덧붙인다.

투명한 시냇물 같은 인물. 언제나 속이 다 보이고, 쉴 새 없이 흘러 다니면서, '졸졸졸' 소리를 내는 재잘거림까지! 만약 이 글을 본다면, 4번의 말을 할 것이다.



4. 짜잉나이씨

: 스스로는 열심히 숨긴다고 했지만 상대방에게 속내를 관통당했을 때 하는 말.

예) A: 그래서 지금 커피가 먹고 싶다는 거잖아?

B: 히히히. 아주 탁월한 것 같아.

A: 그렇게 좋으냐?

B: 짜잉나이씨!!


진짜 짜증이나 화가 난 상태는 아니다. 귀여운 투정이다. 유리알처럼 투명해서 속내가 다 보이는, 심지어 거짓말도 다 들통나는 사람이니, 속속들이 자신을 알아채는 상대방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럴 때 외치는 불만 표출의 언어다.

이 인물의 희로애락은 급간이 크지 않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슬픔은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건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그래서 마음속에 원한을 품거나 슬픔을 갈마 두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지점이다. 그 순간에 감정을 표출하고 뒤돌아서는 툴툴 털어버리는 건강한 회복탄력성의 소유자다. 그러니 '짜잉나이씨'는 비속어로 판단하기보다는 감정을 털어버리는 마지막 단계의 의성어다.



5. 왜 이려 / 나한테 왜 이려

: 화가 날 때, 어처구니가 없을 때 하는 핀잔의 말.

예) 오늘따라 왜 이려! 나한테 왜 이려!


어딜 가나 우호적인 시선과 응대를 받는 다섯 번째 인물. 그렇기에 상대가 말을 심하게 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면 참지 않는다. 두 눈을 똑바로 본 상태에서 이 말을 한다.

"왜 이려?"

무거운 경고이면서 질책의 말이다. 부당한 것을 참지 않는 솔직함에 연장자들이 처음에는 불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팎이 동일한, 투명한 성격을 더 선호한다.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기에 결코 불쾌한 언사를 참지 않는 용기 있는 인물이다. 강강약약의 행동을 통해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사람임을 증명한다. 그래서인지 어딜 가나 존중과 인정을 받는다.



6. 나 안 해

: 가장 서운할 때 하는 말. 우쭈쭈 달래 달라는 강력한 요구.

예) A: 오늘 집에 갈 때 운전은 내가 할게.

B: 아니. 내가 할게. 지난번에도 니가 했으니까.

A: 나를 위해서야.

B : 짜증나이씨! 나 안 해!

A: ㅎㅎㅎ


자신의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아 수틀렸을 때 하는 찡찡이 언어. 이럴 때 원하는 것은 우쭈쭈다. 그런데 원하는 답을 해주고 싶지는 않다. 애 버릇(?) 나빠질 것 같은? 마흔에도 애는 있다. 좀 말 안 듣는 어른이다.

이런 말-본색은 모두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랐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끝까지 솔직하게 표현해도 거부당하지 않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니 축복받은 자가 누릴 수 있는 '감정의 호사'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인물은 감정에 솔직한 어른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성인이 부러워할 면모를 지녔다. 지독히도 솔직하고 물러서지 않는 자기표현 능력! 이 모든 감정의 기반에는 자기 확신과 엄청난 애정이 뒷받침되어 있다.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보여주는 당당함! 그 아이가 성장했을 때 이 인물과 같은 성격을 보일 것이다.



※ 우주의 중심은 나! 그때그때 감정에 솔직하자!

우리는 부당하게 대우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당당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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