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말-본색 05화

마음의 허기를 밥으로 채워주는 맘(Mom)

식(食)이 곧 복(福)이다!

by 나노

네 번째 인물 탐색: 61세 여성, 심신의 위안자, 주부

[ 먹는 것으로 '사랑의 언어'를 대신하는 보현보살님의 현신 ]


- 늦둥이 딸을 둔 엄마.

- 불교계 종사자로 '부처님의 자비'를 '건강 음식 나눔'으로 실천하는 인물


딸이든, 조카든, 마을 사람이든 주변 모든 이에게 먹거리를 나눔 한다. 불경을 읊는 시간 외에는 항상 음식을 한다. 봄이면 고사리, 취나물, 곰취, 돌나물, 냉이 등등 제철 식재료 채취로 바쁘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딱이다. 마음이 음식으로 표현되는 '엄마 손맛의 소유자'다.



1. 이놈의 지지배 겁도 없어

; 귀한 딸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묻어나는 사랑 표현.

예) 지금 시간이 몇 시여? 9시가 넘었는데! 이놈의 지지배 겁도 없어! 정말!


늦둥이 딸이 대학에 가면서 더 자주 하는 말. 사실 겁 없기로 유명한 사람은 네 번째 인물이다. 혼자서 산행을 가기도 하고, 세상 겁이 없는 사람인데... 놀랍게도 늦둥이 막내딸이 그 성격을 똑 닮았다. 그래서인지 더 걱정하고 염려하면서 딸의 귀가 시간을 단도리한다. 그런데 밤 9시가 어찌 귀가 시간이 되겠는가? 매일 투닥투닥 말다툼을 한다. 길이 훤하고 사람들이 많다며 항변하는 딸과 서둘러 귀가해서 영상통화를 하라는 엄마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사랑이 지독해서 서로 힘들구나 싶고, 아들은 천재로 키운 분도 딸은 바보가 되나 싶다. 애정이 듬뿍 묻은 말이라서 그런지 꼭 '지지배'다. 계집애가 아니고! 지지배를 듣고 있으면 지지배배~~~ 새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그 말에는 참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구나 싶다.


"귀하고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가 항상 걱정이 되어서 그래.

귀한 내 새끼 행여나 험한 일 겪을까 봐.

오늘도 조심 또 조심허자! "


이렇게 들리는 것은 나만인가?



2. 입맛이 없어...

; 힘들고 지쳤을 때 하는 투정. 지친 하루에 대한 하소연의 말.

예) 오늘따라 입맛이 없어... 목에 하나도 안 넘어가서. 팥빵 겨우 삼켰어.


안쓰럽다. 빵순이가 빵을 겨우 삼켰다는 말은.

수많은 사람의 입을 책임지는 건강식 홍보대사가 정작 본인 입에는 좋은 음식을 넣지 못한다. 찾아온 손님과 가족에게만 귀한 밥을 대접하고, 요리하는 냄새에 질려서 본인은 빵으로 식사를 때울 때가 많다. 유명 셰프가 정작 자기 식사는 놓치듯, 네 번째 인물도 그렇다. 남들 챙기다 본인은 굶는 일이 허다하다. 세 번째 인물이 "내가 중요혀"를 아무리 외쳐도, 네 번째 인물은 한 솥 밥만 하고 때를 놓쳐서 "입맛이 없어.."를 토로하니. 둘을 반반 섞으면 참 좋겠다 싶다.

이럴 때는 잔소리를 일발 장전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그러니까..." 하며 후회하는 척하지만, 내일이면 또 남의 입만 채운다. 세상에 무슨 그런 사랑이 있는지. 가장 '이기적인 이타심'이다.




3. 과일 좀 먹을래?

; 본인이 과일을 먹고 싶다는 통보. 묻는다고 다 질문이라 생각하지 말자!

예) 사과 좀 먹을래? 아니면 배 먹을래?


가장 오해를 많이 했던 언어.

질문이면 답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초반에는 곧이곧대로 듣고 "아니. 안 먹어요.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요."라고 했다. 그런데 싫다는데도 굳이 굳이 과일을 깎는 것이 아닌가! 먹으라는 말과 함께! 이 인물의 가장 강압적인 언어. 같은 상황이 두세 번 반복되고 나니, 이제는 알겠다! 빵 배와 과일 배가 다른 것이다. 입맛은 없어도 과일 배는 따로 있어서, 질문을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모르고 극구 사양했다가 몇 번 난처했었다. 깎은 과일을 본인이 다 드셨으니, 눈치는 내가 없었던 것! 이와 유사한 말로 "반찬 좀 싸줄까?"가 있다. 물어는 보지만 선택권은 없음을 기억하라! 먹는 것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다. 군말하지 말고 따르자.




4. 커피 좀 내려봐

;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하는 요청. 유일하게 쉬는 시간.

예) 거 밥 다 먹었으면, 커피 좀 내려봐~


유일하게 하는 요청이다. 커피와 치아바타 궁합을 가장 좋아하는 취향이나 항상 산채 요리를 한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른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 사람들 식사를 다 챙기고 나면, 그제야 부탁하는 말. 비로소 네 번째 인물이 본인을 챙기는 시간이다. 커피를 참 좋아하는데, 그것을 처음 배운 곳도 절이다. 다도 분야에 조예가 깊던 스님이 커피 공양도 하셨고, 그분께 한 입 두 입 배운 유일한 낙이다. 커피를 숭늉처럼 시작했다가 요즘에는 피곤을 이기기 위해 마시는 독차의 느낌으로 먹고 있다. 요리하고 불경 읊는 것이 고되 보여, 참 안쓰럽기도 하다. 보시하는 일은 자신을 공양으로 올려야 가능하니...

현대인 중에 커피 마약을 안 먹는 직장인이 있을까?



5. 미쳤어 미쳤어

; 과한 소비를 했을 때 놀라서 뱉는 혼구녕.

예) 이히! 이렇게 비싼 것을! 미쳤어 미쳤어! 돈을 아껴야지!귀하게 번 돈을 이렇게 다 써버리면 어쩌려고!


혼구녕이 나는 유일한 순간은 과! 소! 비!

그런데 그 과소비의 기준은 네 번째 인물의 검소함이라, 다소 민망할 때가 있다. 치즈 하나만 사가도, 화장지만 사가도, 과자만 사가도 혼이 난다. 이 인물은 검소하기로 대한민국 일등이라, 돈 쓰는 행위 자체를 염려한다. 힘들고 귀하게 번 것이라며, 오 천 원만 넘어도 아까워한다. 그런데 우리는 '돈 쓰는 맛'에 고통을 견디고 버티는 것이지 않은가? 돈으로라도 보시를 하고 싶은 것인데.

귀하게 준비한 식재료를 음식으로 보시하듯, 욕먹으며 번 돈으로 아끼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보시하고 싶은 것이니, 결국 같은 마음 아니겠는가?

미쳤어는 "고맙다."의 다른 표현으로 미안함과 감사함이 겹쳐진 말이다. 이제는 그런 투박하고 거친 표현이 참 고맙다. 내 고된 돈벌이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6. 나?

; 내심 기쁘고 반가울 때 하는 확인의 말.

예) A: 힘들지?

B: (쑥스러운 표정으로) 나?

A: 응 힘들어 보여.


자신의 힘듦을 공감하고 알아주면 '상대의 관심에 대한 반가움'의 표현이다. 단둘이 대화하는데 다시 '나?' 하고 되묻는 것은, 좋아서다. 그 모습이 참 귀엽고 매력적이라서, 일부로 쑥스러워하는 말을 입에 올린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얼굴을 돌리는 소녀 같은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본인은 그 아름다움을 모를 것이지만... 때로 듣고 싶던 위로는 다시 챙겨 듣고 싶지 않은가?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참 좋다. 순수 본연의 자태 같아서!



7. 밥은 먹었냐?

; 잘 지내고 있는가 염려하는 사랑의 말.

예) 밥은 먹었냐? 잘 챙겨 먹어라.


"요즘은 어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니?"

이런 세련된 말은 어색해서 못한다. '밥'을 화두로 근황과 건강, 일상을 염려한다. 참 투박하고 거칠지만 사랑이 묻어나는 인사다. 이 말을 들으면, 안 먹었어도 혹은 못 먹었어도 대답은 "응".

어찌 그 질문에 못 먹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온통 내 안위를 염려하는 물음 앞에서. 진실보다는 '하얀 거짓말'을 하게 된다. 참 신기하다. 때로는 질문이지만 질문이 아닌. 그런 말들이 있다.



네 번째 인물의 말-본색은 온통 '먹거리'다.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예전 우리네 어머님들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밥'은 단순한 요깃거리가 아니다. 사랑의 표현이지. 이 인물의 손끝은 물이 마를 새가 없다. 온통 남의 입을 잘 먹일 궁리뿐이다.



※ 잘 먹고 잘 쉬었다 가세요. 전 식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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