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성장기
두 번째 소개팅이 끝난 뒤, 나는 첫 연애를 시작했다.
친구로 지내던 아이에게 고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거리라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처음이라 모든 게 설레고 서툴렀다.
하지만 연애는 곧 서로 상처 주기 바빴고, 결국 상대의 변심으로 끝났다.
그때 배운 첫 번째 교훈.
사랑은 서로 행복해야 한다.
아무리 빛나는 순간이 있어도, 괴로움이 더 크면 오래갈 수 없었다.
두 번째 연애는 친한 동생의 소개로 시작됐다.
세 번째 소개팅에서 지쳐있던 때라, 편하게 말이 통하는 게 좋았다.
고백을 할 때도 귀엽게 떨며, "너 나랑 사귈래?"라고 물었다.
유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장거리였다.
게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군인이던 그는 외출도 휴가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지쳐갔다. 힘든 일을 나눌 수 있길 바랐지만
그는 진지한 대화 대신 늘 농담으로만 넘어갔다.
결국 내가 먼저 헤어짐을 고했다.
그때 알았다. 사랑을 해도 외로울 수 있다.
나는 사랑이 외로움을 다 채워줄 거라 믿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특히 이 두 번째 교훈이 내 인생에 영향을 많이 줬다.
세 번째 연애는 아주 우연히 시작됐다.
문제집을 중고로 팔았는데, 그 구매자가 계속 연락을 해왔다.
키는 크지만 배가 불룩 나온, 어딘가 어색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나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결국 사귀게 됐고
프러포즈까지 받았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차렸다.
나는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나가 도왔다. 몸은 지쳐갔고
조언을 해도 그는 대충 운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카페에 김밥을 팔자고 했다.
내가 반대하자, 불려 나가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들어야 했다.
"왜 프러포즈를 안 받았냐"
"왜 우리 아들 기다리게 하냐"
"왜 김밥 못 팔게 막냐"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왜 퇴근하고 이런 소리를 듣고 있지?'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원하는 대로 하세요. 대신 저는 여기까지예요. 제 시간이 아까워서요."
그날 이후 그는 매달렸지만, 이미 마음은 떠났다.
세 번째 교훈은
사랑은 상대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함께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존중이 없다면 오래갈 수 없다.
세 번의 연애가 끝나고, 나는 결심했다.
다음 사람과는 무조건 결혼할 거라고.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에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이상형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85개의 솔직한 리스트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