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성장기
세 번의 연애를 마쳤더니 내 나이 어느덧 서른 하나.
다음에 만나는 상대와는 무조건 결혼이다!
더 이상 실패하는 연애가 아닌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자
어디선가 본 '이상형 리스트 100개'를 채워보기로 했다.
막상 노트를 펼쳐보니 막막했다.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가장 먼저 적은 건
1. 키 180cm 이상
세 명 만나보니 깨달았다.
나보다 키가 적당히 큰 사람이 좋다는 것을.
190cm는 너무 커서 목이 아팠고, 180cm 정도가 딱 좋겠다 싶었다.
그 뒤로는 술술 써 내려갔다.
2. 적당한 근육질의 몸
3. 깨끗한 피부
4. 어깨가 넓고 큼
여기까지는 흔한 취향이었다.
그런데 점점 구체적이 되어갔다.
8. 손이 크고 예쁘다
9. 발이 270mm 이상
친구가 "발까지 재려고?" 했지만, 나는 진지했다.
나보다 발 작은 남자 만나봤다. 좀 그랬다.
30개, 50개로 늘어가면서 단순한 취향을 넘어선
조건들이 들어갔다.
14.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건 세 번째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학력 차별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31. 술은 적당히 즐긴다(블랙아웃 금지)
전 남자친구가 술 마시고 기억 못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곤란했던 기억 때문이다.
44. 독립해서 혼자 산다
84. 정신적, 경제적으로 부모님과 독립했다
세 번째 연애에서 마마보이를 경험한 후 추가된 조건들이었다.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사람과는 미래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62. 젓가락을 표준방법대로 사용한다
젓가락을 이상하게 쓰는 남자도 만나봤다.
콩자반 나오면 못 집어서 내가 해줬다.
66. 편지를 자주 써준다
전 남자 친구가 자기는 글을 못 쓴다며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한글 워드로 쳐서
프린트해 줬던 기억이 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손 편지가 좋다는 것을.
73. 축구에 관심 없다
아버지가 축구 때문에 집안을 시끄럽게 했던 기억에
보통 남자라면 좋아할 축구에 관심 없는 남자가
내 이상형이 된 지 오래다.
사소하지만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기준들이었다.
어느새 조건은 85개까지 늘어났다.
85. 가치관, 신념이 나와 일치한다
리스트를 완성하고 친구에게 보여주니
"이거 사람이야 로봇이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진지했다.
세 번의 연애 실패 끝에 내린 결론이었으니까.
'이제 정말 체계적으로 사랑할 수 있겠다.'
그렇게 나는 이 85개 리스트를 마음속에 품고
본격적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85개면 충분할 줄 알았다. 이제 정말 체계적으로
실패 없이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난 남자들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