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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
한 시간의 피로는 홈런볼 한 알로 충분했던 시절
by
황신혜신
Mar 6. 2025
야간자율학습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밤 10시 무렵 집에 오는 고3 언니.
아침 7시에 나가 밤 10시까지
15시간을 밖에서 너덜너덜.
공부를 했는지 자다 왔는지 알 수 없지만
15시간은 뭘 했든 길고 힘든 시간
엄마는 언제나 언니 책상에 홈런볼을 사다 놓았다.
딱 한 봉지.
씻고 자기에도 바쁜 늦은 시간이지만
배가 고파 잠도 잘 안 올 시간.
센스쟁이 엄마는
부대끼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달콤함으로
피로를 씻고 자라고 살포시
홈런볼 한 봉지.
말갛게 세수하고
대략 15-20개의 홈런볼을 천천히 음미하며
작은 입을 오물거리던 언니,
그걸 보고 나도 얼른 고3이 되었음 했던 나,
늦은 시간 다음날 도시락 반찬을 묵묵히 만드시던 엄마.
한 시간의 피로는 홈런볼 한 알로 충분했던 시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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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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