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였으면 나가야 할 산더미 같은 일들을
‘코로나니까’, 다섯 글자로
나를 설득하고
더러운 자취방 놀이 시작.
정크 푸드와
미뤄뒀던 넷플릭스 시리즈,
침대 옆을 뒹구는 책 몇 권,
강릉 친구와의 오랜만에 긴 통화
그렇게 방에는 배달음식 쓰레기가 쌓여가고
독기로 가득했던 내 가시도 말랑해지는 중
바람 소리가 가득한 창문 밖
날은 어두워진다.
내일은 ‘코로나니까’로 설득되지 못하는 시간.
다시 내 가시를 세우고
멀쩡한 얼굴로 나아가
눈알을 뒹굴뒹굴 굴리며 하루를 보내겠지
코라도 뻥 뚫려서 커피냄새라도 맡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