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니까

by 황신혜신

감기였으면 나가야 할 산더미 같은 일들을

‘코로나니까’, 다섯 글자로

나를 설득하고

더러운 자취방 놀이 시작.

정크 푸드와

미뤄뒀던 넷플릭스 시리즈,

침대 옆을 뒹구는 책 몇 권,

강릉 친구와의 오랜만에 긴 통화

그렇게 방에는 배달음식 쓰레기가 쌓여가고

독기로 가득했던 내 가시도 말랑해지는 중

바람 소리가 가득한 창문 밖

날은 어두워진다.


내일은 ‘코로나니까’로 설득되지 못하는 시간.

다시 내 가시를 세우고

멀쩡한 얼굴로 나아가

눈알을 뒹굴뒹굴 굴리며 하루를 보내겠지

코라도 뻥 뚫려서 커피냄새라도 맡을 수 있다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