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은 나의 것
"엄마 왜 급발진해?"
또용이가 눈으로 레이저를 쏘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급 발진' 아이들 언어로 '버럭 화내다'라는 의미입니다.
저 말을 자주 들었던 시기는 또용이가 중2, 반항 전투력이 최고치로 향할 때였지요.
제가 그나마 이성의 끈을 잡고 있을 때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한 박자 속도를 늦추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미처 이성의 끈을 잡지 못했거나, 애써 잡고 있던 끈을 놓치는 날에는 어김없이 모녀대첩이 일어났지요. 마치 '반드시 너에게 상처를 주고 말겠다!'는 결의를 다진 듯 서로를 날카롭게 후벼 팝니다.
전투의 결과는 처참하지요. 정신을 차리고 나면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폭풍처럼 밀려옵니다.
평소에는 또용이와 저는 사이가 좋았어요. 학교에 다녀오면 가방을 벗으면서부터 그날 있었던 이야기들을 재잘재잘 들려줬습니다. 이성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지게 쏟아냈지요.
또용이는 스스로를 '금사빠'라고 규정했어요. 아이들 언어로 '금세 사랑에 빠지는 아이'라는 뜻입니다.
마음이 일방통행이어도, 양방통행이어도 좋아하는 마음을 이야기할 때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걔를 왜 좋아했지?"
어느새 눈에 콩깍지가 벗겨진 거죠.
제가 한참 사춘기 길목을 지날 때 일입니다.
"아빠가 하는 말이 잔소리가 아니라 굵은 소리래." 지금도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과 놀기만 좋아하는 막내딸을 보며 많이 답답하셨던 모양입니다.
당시의 저도 반항지수가 만만치 않았기에 아빠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지요. 잔소리가 짜증스럽기만 했습니다.
아빠는 혼내는 것도, 잔소리하는 것도 통하지 않자 저를 불러 진솔한 대화를 시도하셨어요. 저에게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셨던 것 같아요. 울컥 눈물이 터졌지요. 말을 하려니 목구멍에 뜨거운 덩어리가 걸린 듯했어요.
"저도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이번 시험에는 그냥 믿고 지켜봐 주세요."
울먹울먹 겨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순간의 감정으로 울먹이며 지켜봐 달라 했지만, 저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울면서 이야기했던 게 창피한 흑역사가 되었네요.
위 세 가지 일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버럭 화내는 것' '콩깍지가 씐 것' '울컥 눈물이 나는 것'
모두 '감정이 앞선 상태'이지요.
감정이 앞선 상태에서 한 말이나 행동은 후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적으로 어떤 선택을 한다면 후회하거나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도 높지요.
감정에 잘 치우치시나요?
감정조절이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레몬 아로마오일을 손바닥에 한 방울 떨어뜨려 깊이 호흡해 보세요.
상큼한 레몬 향기는 머리를 시원하고 맑게 해 줍니다. 머리가 맑아지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지요.
이성을 찾은 후 대화를 이어가거나, 어떤 결정을 하면 스스로 훨씬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레몬오일 향기를 맡을 수 없더라도 방법은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다면 빠르게 내 감정에 물음표를 붙여보세요.
'내가 왜 화가 나지?'
'내가 왜 눈물이 나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만 해도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다행히 또용이의 사춘기는 완만한 경사를 타고 내려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또다시 레몬오일과 친하게 지내게 될 것 같아요.
둘째 퐝지(둘째 아이의 애칭)가 중2를 향해 가며 예사롭지 않은 전투력을 뿜어내고 있거든요.
아! 혹시 운전대만 잡으면 욱하시나요? 혹은 주변에 그런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차량용 방향제로 레몬을 추천드립니다. 왜 욱하게 되는지 스스로 물음표를 붙여보며 레몬 향기도 즐겨보세요.
오늘도 안전운전!
굽이굽이 감정 길도 안전운전!
내 감정의 핸들은 내가 잡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