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몸 담았던 회사 조직에서도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을 보며, 세상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안에서 멋진 모습도 있었지만, 아쉬운 모습도 있었다.
능력을 인정받고 누가 봐도 분명한 실적을 달성해서 보상을 받고 승진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심 어린 박수를 치기도 하고 존경의 눈빛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시기와 질투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지시한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제멋대로 행동하다 면 팀장이 되거나 흔히 말하는 “인사상 불이익”을 입기도 한다.
요즘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경기 문제와 산업 변화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있다. 얼마 전 재미있게 봤던 “서울 자가 사는 대기업 부장” 이야기는 내 현실과 비슷해서 더 흥미롭게 보았다. 한 동료는 너무 리얼해서 보다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볼 수 없다고도 말했다.
직장생활이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아니, 어쩌면 생활이 안정되어 있고, 빚이 없는 등 경제적 안정과 자유가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누구 말처럼 “해고는 살인”이 될 수 있기에, 더 무서울 수도 있다. 공포영화는 어차피 연출된 화면으로 그냥 보고 지나거나 안 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퇴사 이후의 삶은 현실이고 대출 갚고 생활비를 써야 하는데 모아 놓은 돈은 얼마 없으면서 수입이 없다면 당장 밥도 한 끼 사 먹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이 자본주의 세상, 고물가 시대에 말이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희망퇴직”이다.
구조조정은, 특히, 우리나라에선 인력조정이 필연적이다.
그렇게 HR 직원들이 많고 전문성이 있다고 난리인데, 인사 관리는 왜 그렇게 엉망인 곳이 많은지.
거기다,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정작 직원들이 잘려 나가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드라마에서도 묘사되었지만, 희망퇴직은 사실 종이 한 장이다.
흔히들 사표를 쓴다고 하지만 그건 그냥 본인이 양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종이에 원하는 대로 자필로 쓰던, 컴퓨터로 타이핑을 쓰던 갖고 있다 상사에게 멋지게(?) 던지는 것이다.
누구나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닌다고 하지만, 비유적인 표현일 뿐 일상생활에서 옷 속 주머니에 종이 사표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다 극적인 설정일 뿐.
희망퇴직은 나이 많은 사람이 일 순위다. 어떤 회사에선 젊은 친구들에게 넌 창창하고 먹여 살린 가족도 없고 기회가 있으니 어린 니가 나가라고 한다지만, 보통은 나이 순으로 내보낸다. 보통 연차가 높으면 연봉이 높은 경우가 많다. 특히, 임피 (임금 Peak제)에 들어가기 전엔 말이다. 통상 55세가 기준이다.
(임피가 없는 직장도 생각보다 많다. 장기 근속과 평생 직장을 찾는다면, 직원이 오래 다닐수록 실적으로 증명되어 회사가 돈을 버는 데에 실제 기여하여 임피가 없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이다.)
요즘은 그 55세도 옛말. 50세, 45세, 40세 그 이하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시대와 산업 그리고 시장 환경의 변화가 맞물려서 그렇다. AI로 대표되는 세상의 변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희망퇴직의 시작은 인건비를 얼마나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몇 명을 줄여야 하는지에서 부터 시작한다. 사업계획과 실제 직원들의 업무량 및 실적을 감안해서 조직 별로 뿌리고 팀 단위로 배분된다.
결국, 면담과 퇴직원 이라는 두 가지로 귀결된다.
나이 많고, 저성과자에, 다루기 힘든 직원, 징계받은 자 혹은 찍힌 사람까지.
여러 기준을 낙인으로 하여 면담을 한다.
그냥 쫓아내기엔 특히, 정규직의 경우 우리나라 노동법이 그 요건과 절차를 꽤 까다롭게 규정해 두어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어, 좋게 좋게 달랜다.
결국, 요약하면, “너 나가라”인데 말이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보통 화내거나 운다. “왜 내가 대상인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들어주고 결론이 안 나면,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자.” Or “시간을 줄 테니 한번 생각해 보라”로 끝낸다.
면담자의 성격에 따라서는, 회사에서 준 지침대로 지금 나가야 그나마 더 챙길 수 있다라는 것을 실리적으로 따질 수 있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드라마에선 피 면담자가 “실업급여는?” 하며 먼저 말을 꺼내지만,
현실에선 화내고 우는 상대방을 달랠 하나의 card로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도록,
해당 “Code”로 진행해주겠다고도 말해준다.
보통 우리가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나 이직 성공했어!” 하는 등으로 뛰쳐 나오면,
자발적 퇴사다. 당연히 고용보험을 몇 년을 넣어도 실업급여 지급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에 반해, 대표적으로, Code 23.
경영상 필요에 의한 인원 감축, 회사 불황으로 인한 권고사직 명예퇴직용이 있다.
회사에서 고용보험 이직확인서를 제출할 때 이 코드가 입력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계약기간 만료 (Code 32), 정년 퇴직 (Code 31), 회사 폐업, 도산, 근로자의 경미한 과실로 인한 권고사직 (Code 26-3) 등이 있는데 여기선 자세히 적지 않는다.
허무하게도 그 모든 과정이 “퇴직원” 한 장에 담겨 있다.
퇴직 사유에 “명예 퇴직” 이렇게 적어주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 10년, 20년 이상 하고 정년 퇴직이나 본인이 원할 때까지 근무하지 않고 나가시는 분들이 명예 퇴직할 때,
이 한 장으로 가장 중요한 절차가 마무리되어 허탈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 통지와 전자 결재 그리고 노트북, 사원증 반납 등은 그냥 절차다.
대부분 면담 때부터 울고 화내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물게도 웃으며 나가는 사람이 있다.
퇴직 위로금을 받고 나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대출도 없고 모아 놓은 돈이 많아서 월급이라는 “푼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자유가 있으면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고 능력과 연줄로 (아니 network라고 하자. 좋은 말로 ㅎ)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 있거나, (거기다 연봉과 대우까지 더 높일 수 있다면?)
사업을 해서 안정적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웃을 수 밖에. (참고로, 마지막까지 사업해서 웃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주의 요망!)
금융권의 경우 6억이라고 하니 꽤 큰 돈이다.
대기업에서 장기 근속한 경우 2-3년 치는 보통 챙겨주니 2-3억 정도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근속 연수와 연차가 얼마 안 되면 얼마 안 되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분은 금융권에서 처음 안정적인 1 금융권에서 구조조정 당했을 때,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고 하는데,
뭉칫돈 퇴직 위로금을 받고 불과 몇 달 만에 저축은행 붐이 일어나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저축은행이 부실채권을 포함하여 여러 문제로 문을 닫을 때 또 퇴직 위로금을 몇 억 받고, “내 인생 왜 이렇게 꼬이나.”
라고 했는데, 운 좋게 외국계 은행에 또 몇 달 만에 들어가셨다.
그 외국계 은행까지 국내에서 철수하며 또 다시 몇 억 퇴직 위로금을 안겨서,
세 번째 퇴직 위로금을 받으셨다.
퇴직 위로금은 흔히, 눈물의 돈이고 금방 날아가는 돈이며 프랜차이즈 치킨집 하다 고생하고 날려 먹기 일쑤라고 하는데,
이 분은 3번의 퇴직 위로금을 (거기다, 퇴직금과 저축한 돈도 있다.)
받고는,
더는 취직하지 않았다.
그만두고 앞서 말한 “구직급여”를 9개월 받을 수 있었는데, (최소 4개월이기도 하다. 분류에 따라 다르다.)
1-2달 만에 취직이 되어 구직급여를 받지 못했을 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쪽으론, 이렇게 취직 잘 될지 알았으면 좀 더 쉬면서 구직급여 받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는 소리이고 취직되면, 구직급여는 잘해야 200 정도 되는 돈이기에, 취직해서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불러줄 때 입사하는 것이 낫다. 실업자일 땐 정말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몇 년씩 재취업이 안 되거나 연봉이 확 깎이거나 조건이 맞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준은 이번엔 9개월치를 다 받고, 진정한 은퇴를 했다.
임원도 아닌데, 퇴직금과 퇴직 위로금 다 합쳐서 10억이 넘었다고 했던 것 같다.
퇴직연금 형태가 아닌, 일시금 수령할 경우 10% 정도는 세금으로 잡아야 하니 세금만 1억 정도 되겠지 ㅎㅎ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대기업에서 30년 근무하고 퇴직했을 때 임원이 아닌, 부장이면 퇴직금만 따지면 2억 정도 수준인 것을.
(물론, 그보다 적은 분들이 다수일 것이고, 3억 넘게 받는 분들도 있다.)
물론, 대기업 고위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해서 10억, 20억 혹은 그 이상 받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본인 말로, 처음엔 눈물의 봉투인 줄 알았더니,
되돌아 보니 3번의 홈런이었다고 하는 표현처럼, 성공(?)한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출장 중이라 내일 좀더 써볼까 합니다.
해외 나와 있어도 가만 돠두지 않은 본사 회사 놈들 ㅎㅎ
여유로운 1월의 마지막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