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4강 진출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

by 이상

8강 둘째 날


모로코 vs 포르투갈 1-0


잉글랜드 vs 프랑스 1-2


모로코라는 이변의 연속.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아니다. 유럽, 남미의 강자들이 모두 출전하는 월드컵이다.

심지어 모로코는 네이션스컵에서조차 2004년 준우승한 이후 2021년까지 4강에 오른 적이 없다.


4강 대진표가 완성되었다.


아르헨티나 vs 크로아티아

(12/4 수 한국 시간 새벽 4시)


프랑스 vs 모로코

(12/5 목 한국 시간 새벽 4시)


아,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이틀 연속 새벽 경기.

이거 교회 새벽기도도 아니고. 이번 주말이 좋았다.




모로코가 일냈다.


이전 글에서 예상은 했지만 진짜 이렇게 되니 신기하다. 아프리카 팀이 월드컵 4강에 올라간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놀랠 노자다.


모로코의 단단함을 포르투갈은 깨지 못했다. 촘촘히 두줄로 간격을 좁혀 공간을 주지 않는 수비진의 모습이 무척 유기적이었다. 심지어 주전 수비진이 지치거나 부상 혹은 옐로카드로 인해 교체되어도 무척이나 견고했다.


주장 역할을 하는 친구가 빠져도 하나로 똘똘 뭉쳐 소통하는 모습이 마치 이순신 장군과 함께 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격군들 (노 젓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하나 둘 서로 소통하면서 하면서 지휘하는 사람의 (감독의) 말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불과 올해 8월까지 감독과 선수 간 불화로 팀이 깨지고 난리가 아니었다는데 감독 교체 후 불과 3개월 만에 어떻게 이런 팀웍이 만들어졌는지 의아했다.


분명한 건 이들의 개개인 기량이 그리 높지 않은 게 눈에 보였다는 거다. 화려한 개인기도, 정확도 높은 슛도 없는데 역시 축구를 비롯한 팀 경기는 팀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일깨워줬다.


그리고 계속 언급하고 있는 야신 부누 골키퍼.

이번에도 그의 선방은 계속되었다. 조별 리그 벨기에, 크로아티아에 이어, 16강 스페인 그리고 이번 8강에선 포르투갈 공격진의 매서운 공격까지 모두 막아 버렸다.


크로아티아의 리바코비치 골키퍼와 함께 이번 대회 골든 글러브 (최우수 골키퍼) 자리를 놓고 다툴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야신 부누 골키퍼가 스페인 라 리가 (la liga - the league) 세비야 소속인데 2021-2022 라 리가 최우수 골키퍼로 수상 받았다고 한다.


원래 잘하는 친구였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A class 골키퍼로 발돋움해서 더 상위 팀으로 이적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왠지 4강에서 프랑스의 음바페에게 별칭이 보노 (Bono)라는 이 골키퍼가, 폴란드의 슈체스니 골키퍼처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반대로, 크로아티아의 리바코비치 골키퍼는 아르헨티나의 메시를 잘 막아 결승에 진출.


결국 이번 월드컵 야신상은 다시 한번 준우승할 크로아티아의 리바코비치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해본다.

(크로아티아. 좋아하는 팀이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우승팀의 전력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모로코와 포르투갈의 경기는 포르투갈이 주로 공을 잡고 공격하는 형태였다. 이따금 모로코가 역습을 하곤 했는데, 꽤나 날카로웠다.


신기한 건 모로코 친구들은 수비 조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상대방이 공을 주로 갖고 있어도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보통 우리 팀이 공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서둘러 공을 뺏어올 생각이 들 텐데. 그렇지 않고 잘 막고만 있다가 공을 차지하면 역습을 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상대 소유의 공을 뺏어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리커버리라고(Recovery, 회복) 한다는데, 경기 중간에 모로코는 50초, 포르투갈은 10초. 이런 식이었다. 점유율도 포르투갈이 70 프로, 모로코가 30 프로가 안 되는 때가 많았다.


그런데 경기 결과는 모로코가 역습을 통해 기록한 한골을 지켜 모로코의 승리로 끝났다.


전반 41분 모로코의 엔 네시리가 (En-Nesyri)가 역습 상황에서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의 코스타 골키퍼가 잘하다가 어찌 보면 실수를 한 것인데, 페널티 박스로 날아오는 크로스를 처리하려고 나왔는데 처리 못하고 그 전에도 머리에 잘 맞추던 엔 네시리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스위스 전 해트트릭의 주인공 포르투갈의 신성 하무스 (Ramos)도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교체될 때까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 최고 수준의 미들을 구성하고 있는 페르디난데스와 실바도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사우디보다 더 촘촘하게 견고하며 항상성을 가진 이 수비진을 뚫어낼 수 없었다.


후반 5분 흐름의 변화를 주려고 나선 무소속 호날두마저도 막혔다. 호날두의 여친이 사랑의 힘으로 세계 최고 선수를 교체 선수로 내보내서 충분한 시간을 안 주면 어떡하냐고 했는데, 일찍 교체해서 충분히 시간을 줘도 결과는 이랬다.


메시와 수차례 발롱도르를 나눠가지며 5회 발롱도르를 수상한 FIFA 최고 득점의 사나이 호날두.

과거의 영광을 잊고, 콧대도 좀 낮추고, 세대교체라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는데, 이 친구를 보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후반 23분 하무스를 빼고 교체해서 들어온 레앙마저도 통하지 않자, 포르투갈의 54년생 노장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도 뚫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한 듯했다.


사실 벨기에와 스페인이 뚫지 못했던 모로코의 공격하는 상대방이 때리다 지치는 수비를, 객관적으로 두 팀보다 한수 아래 공격력의 포르투갈이 뚫지 못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모로코의 승리와 역사적인 4강행이 확정되었다.

(아시아팀이 4강에 올라간 것은 지금까지 2002년 우리가 4강에 올라간 딱 한번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팀이 4강에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8강 대전도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게임 이상으로 흥미로운 게임으로 예상되었다.


프랑스의 지루, 음바페, 그리즈만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래쉬포드, 사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들의 향연이 기대되는 경기였다. 물론 프랑스가 약간의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는 이미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다.


첫 골의 주인공은 역시 프랑스였다.


전반 17분

프랑스의 미드필더 추아메니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2000년생 신성. 우리 박주영이 뛰었던 AS 모나코에 뛰다 지금은 무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다.


왠지 이번 대회에 날아다니고 있는 잉글랜드의 사카 등에게 까불지 마라고 하는 자신만만한 표정이 보였다.


이번 대회 골 측면에서는 잠잠하지만,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리즈만이 어시스트했다.


(프랑스의 두 번째 골도 그리즈만이 어시스트했는데, 골을 넣어서 예전의 그 두 손을 돌리며 머리까지 흔드는 골 세리모니를 보고 싶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프리미어리그의 잉글랜드가 아니었다.

(아시다시피 프랑스의 리그1 (LIGUE 1)은 EPL과는 상대가 안된다. 네이마르, 음바페 그리고 메시가 뛰고 있는 파리 생제르망은 빼고)


후반 9분

우리 손흥민의 동료이자 공을 잘 밀어주던 토트넘의 해리 케인이 직접 PK 골을 넣었다. 역시 해결사.


PK 반칙을 한 선수는 첫골의 주인공 추아메니였다. 골 넣고 너무 의욕 과다였나.


평소 동료들에게 밀어주지만, 위기일 때, 결정적인 순간엔 직접 해결한다. 왜 사카 등 어린 친구들이 믿고 의지하고 따르는지 알겠다.


하지만, 잉글랜드에 해리 케인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프랑스 최다골의 주인공 지루가 있다. 후반 33분 2-1 승리에 점을 찍는 멋진 헤딩 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후반 37분 다시 PK를 얻은 잉글랜드. 케인이 다시 찼지만, 아뿔싸. 실축하고 말았다. 잉글랜드 최고 공격수.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수준의 케인이 이런 실수를 하기도 한다.


94년 월드컵 당시 최고 스타 이태리의 로베르토 바조의 실축이 기억났다. 밥 먹고 공만 차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잘하는 사람도, 몇 만 명 앞에서 큰 타이틀을 걸고 하는 경기에서는 이렇듯 실수를 한다. 그것이 우습지만 인생일지도.


그렇게 경기는 정리되었고, 3개의 강팀과 하나의 이변의 아프리카 팀이 격돌하는 4강전이 온다.


모로코.

3개 팀 중 아르헨티나 혹은 크로아티아를 만났다면 결승 진출이라는 초유의 이변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너무 지쳤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연거푸 오랜동안 계속 상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감독도 선수들도 4강에 올라가는 시나리오를 염두해두고 체력 안배를 할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거다. 그럴 틈도 없었겠지만.


우리는 곧 아프리카의 돌풍을 잠재우고, 그 대단한 지단도 해내지 못한 프랑스의 2 연속 월드컵 우승을 이루어내며 크게 생각 없는 표정으로, 활짝 웃는 킬리안 음바페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 출처 : 박메쉬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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