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
기적은 여기까지였다.
아프리카 팀의 첫 4강 진출로 만족해야 했다.
모로코의 촘촘한 수비도 결국 음바페의 프랑스를 막을 수 없었다. 프랑스가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역사도, 첫 4강 진출의 기세도 프랑스의 매서운 공격력을 어찌할 수 없었다.
프랑스가 넣은 두골 모두 음바페가 관여했다.
(아쉽지만 도움 기록은 없음. 그래서 이 정도면 0.5 골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
전반 5분 테오 에르난데스의 날아 차기 골
음바페를 막기 위해 그 조직적이던 모로코의 수비가 몰리면서 공간을 내주고 이태리 AC 밀란 소속의 에르난데스에게 기회가 생겨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리 손흥민을 막으러 떼로 몰려들다 황희찬에게는 1명만 겨우 따라붙다 골을 허용한 포르투갈 전 마지막 극장골이 생각났다.
이렇게 강력한 선수는 자신이 골을 넣지 못해도 그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모로코는 선제골을 얻어 맞고도 무너지지는 않았다.
끈질기게 수비하고 마지막까지 공격했다. 마지막 점유율이 모로코가 60 프로, 프랑스가 40 프로였는데, 기존 모로코의 경기 양상과는 사뭇 달랐다. 골을 넣어 일단 동점이라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같이 공격과 수비 모두 좋은 팀에게, 수비 위주의 약팀이 선제골을 얻어맞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임이 되는 게 당연하다.
강한 수비도 뚫고 골을 넣기도 힘들고, 무서운 역습 때문에 뒤가 겁나서 마음껏 공격하기도 어렵다. 한골 더 먹으면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실력차도 있고 이미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어 역전의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본다.
후반 34분 무아니의 골도 마찬가지였다.
음바페가 박스 안에서 헤집어 놓고 슈팅한 것이 굴절되어 나온 것을 교체되어 들어온 무아니가 골로 연결시켰다.
이번 대회 최고의 선방을 보여주고 있는 야신 부누도 손을 쓸 수 없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골키퍼 할아버지가 와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모로코의 야신 부누와 크로아티아의 리바코비치 골키퍼 모두 4강에서 탈락했는데, 이거 이러다 이번 대회 야신상은 우승할 프랑스의 요리스가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골키퍼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장면일 수 있었는데, 3-4 위전과 결승전 활약과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
두 팀 중 한 팀만 결승에 올라갔어도 신예 두 명 중 한 명이 야신상을 받았을 건데, 세상은 아무리 잘해도 이렇게 만만치가 않다. 기존에 버티고 있는 형님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보통 3-4위 전은 아무래도 결승전에 비해 김 빠진 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상금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50억 넘는 차이가 적냐고? 아래 우승팀과 준우승팀의 150억 넘는 차이를 보라.
그래도, 크로아티아 모드리치가 월드컵 마지막 경기라 투혼을 불사를 것 같고, 모로코의 집중 수비도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승리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단단하지만 체력은 빠진 두 팀. 이번 대회 주목받는 두 골키퍼의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맞대결에서 누가 선방쇼를 보여줄지도 기대된다.
승부차기까지 가고 마지막에 골키퍼가 슛을 하는 상황까지 가고 둘이서 서로를 격려하고 얼싸안으면 길이길이 기억되는 명장면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마치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채치수와 변덕규의 포옹 장면처럼)
아, 그러고 보니 이 두 팀은 F조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지 않았나? 3-4위 전에서 다시 만나다니. 이놈의 인연이란 참.
두 팀의 컬러가 단단한 조직력 측면에서 비슷하고, 객관적 전력은 크로아티아가 한수 위지만 모로코의 수비력이 있으니 재미있는 명장면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예상한 대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이다.
서사의 정점을 찍을 메시냐, 세대교체에 다시 한번 쐐기를 박을 음바페냐.
(파리 생제르망은 좋겠다.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는 두 팀의 에이스들이 소속된 팀이라니. 예전엔 레알이나 바르샤가 그랬는데. 모로코 하키미와 브라질 네이마르까지 파리 생제르망 소속임)
거기다, 두 팀 모두 월드컵 2회 우승을 했다고 하는데, 누가 자랑스럽게 앞으로 유니폼에 별을 3개로 늘려 달지도 궁금하다.
한 달 정도 전, 월드컵 시작을 앞두고 음바페 (그리고 메시) 이야기를 처음 다루고, 경기 분석과 중간중간 예상을 해왔는데 이렇게 둘이 결국 맞붙는 걸 보니 신기하다.
아르헨티나가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사우디에 역전패하며 메시가 마지막 월드컵에서 조별 탈락하나 싶기도 했다. 프랑스도 2018 월드컵 독일처럼 디펜딩 챔피언의 조별 예선 탈락의 전례가 반복될까 흥미롭게 지켜보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이번 주말에도 크로아티아와 모로코의 3-4위전을 시작으로, 최고의 두 팀 간 건곤일척의 결승전을 보게 될 생각을 하니 신난다. 태어나길 잘한 것 같다.
프랑스가 2018 월드컵 우승에 이어, 이번에 결승에 2회 연속 올라왔다. 이것 만으로도 대단한 기록이다
브라질의 펠레 시절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고 (1958, 1962)
1994년 브라질이 우승 후, 98년 결승에서 얄궂게도 프랑스에게 우승을 내줬다.
하지만 음바페의 프랑스는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만족하지 않을만큼 강하다. 우리는 평생 살면서 보기 어려운 2회 연속 우승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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