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그리고 장범준
요즈음 브런치에서 유재은 작가님의 ‘마음이 머무는 정류장’을 잘 보고 있는데요.
글을 읽다 보니 버스커 버스커의 ‘정류장’이 생각났습니다.
슈퍼스타 K에서 아쉽게 2위를 했었는데 특유의 감성으로 불렀던 곡들이 큰 인기를 얻었죠.
‘벚꽃엔딩’은 많이 알려진 것처럼 벚꽃 연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봄마다 많이 불리고 들려서 저작권료가 수십억이라는 말이 있었구요.
벚꽃엔딩도 많이 듣고 불렀지만, 사실 제가 좋아하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이 ‘정류장’이었습니다.
패닉의 원곡을 아주 감성적으로 잘 불렀죠. 솔직히 원곡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패닉은 역시 ‘달팽이’라는 곡이 제일 좋았습니다.
https://youtu.be/F_h2vpmOwpc
해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 어쩌지도 못한 채
난 그저 멍할 뿐이었지
요즘도 전 여유가 있을 때면 일부러 한참을 돌아가는 텅 빈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차 창 밖으로 멍하니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하죠.
직접 운전을 하며 바람을 느끼거나 한강을 볼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인 것 같습니다. 운전을 하며 신경 쓸 것 없는, 조금은 짧은 기차 여행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 가사만큼이나 슬프면서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그땐 불확실한 미래에, 사는 게 참 힘들었을 때였죠.
그날도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버스를 타고 그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복잡한 심경, 사람들에 치였던 하루.
멍하니 주변 풍경들을 보는데도 서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 내릴 저 멀리 정류장에 그 친구가 서 있었습니다.
추운데 왜 나와 있었냐고 했더니 날 기다렸다며, 제가 사준, 별로 비싸지도 않았던 옷을 입고 환하게 웃어주었죠.
피로와 답답함이 풀리고, 왜 그렇게 예뻐 보이고 고마웠던지.
추운 날씨였지만 안고 있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함께 먹던 따뜻한 저녁식사가 생각나네요.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비싼 식사보다, 그날 같이 먹던 된장찌개와 서로의 숟가락에 올려주던 반찬이 그립습니다.
저 멀리 가까워 오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사진 출처 : 자유분방 IT사진 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