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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10. 2023

나에게는 진 홍지윤

미스 트롯 2

맨 처음 이 친구의 무대를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아이돌이구나. 거기서 잘 안 되고. 트로트가 뜨니까 이 쪽에서 승부를 보려고 갈아탔구나.


지레 짐작했다.


(인터뷰를 들어보니 아이돌 연습생으로 믹스 나인에도 나갔는데 부상으로 쉬게 되었다고 한다. 다치고 미래는 안 보이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첫 번째 무대를 보고 기겁했다.

이것이 반전이라는 것이구나. 새삼 느꼈다.


아리랑이야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곡이라 익숙한데, 엄마 아리랑은 처음 듣는데도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어린 친구들이 잘 부르고, 새 얼굴이 잘 부르는 걸 보며 놀라긴 했지만, 이건 정말 놀라움 이상이었다.


지금은 미스 트롯 2에서 2등 한 지도 꽤 되고, 방송도 많이 해서 적응이 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당시 첫 무대를 할 때만 해도 떨림과 어색함이 많이 묻어 있었다.


그냥 여자 아이돌인데 트롯 조금 부르겠다 싶었는데, 지금 다시 봐도 신기하고 놀랍다.


옛날에 가인 (歌人)이 있었다면, 이런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예쁘고 노래 잘하는.

(歌 노래 가, 歌曲 가곡 - 송가인 님 얘기하는 거 아닙니다 ㅎㅎ)


https://youtu.be/IBZzXOAYnCY




1위를 한 제주댁 양지은 님도, 노래도 잘하시고, 사람도 좋아 보였다. 착하고 순박하면서도 흥 있는.


탈락하셨다가 급하게 다시 오셔서 무대에 임했는데, 연습 시간이 부족했는데도, 멋지게 해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버지 얘기를 비롯해서 감동 있는 스토리도 찡했다.


실력과 스토리가 있어서 ‘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연과 대중 투표는 당연히 그런 면이 있으니 불공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딱 하나 실력만 놓고 본다면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홍지윤 님이 ’진‘ 이다.


여러 무대가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배 띄워라’ 라는 곡이 기억에 남는다.


첫 소절이 참 중요한데, 처음에 시작하는 ‘배 띄워라’ 그 네 글자로 보내버렸다. 압도하는 실력이라는 것이 이런 건가 싶었다.


같은 TV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보는 건데, 음악 방송을 한 시간 내내 보고 있어도 감흥이 안 올 때가 많다. 본인들끼리 찢었다. 멋있었다. 잘했다 하는데, 그냥 연습 열심히 하셨고 수고하셨습니다 정도지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런 차이인 듯싶다.


분명 트렌디하거나, 요즘 감성은 아닌 옛날 곡인데,

(구희서 님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가 박범훈 선생이 쓴 곡이라는 설과 경기 민요라는 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허허, 왜 이렇게 신나고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다 좋고,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도 참 많지만,

가사 없이 부르는 ‘구음’ 이라는 부분이 절정이었던 것 같다.


놀라움과 시원함.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에이스 전 ‘진’ 자리를 차지했다.

모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https://youtu.be/pf5yTG7pyVE


최근 미스터 트롯 2와 지난번 임영웅 님 노래를 다루다 보니, 좋아하던 이 친구 노래도 이렇게 남겨두고 함께 들어보고 싶어서 적어 봅니다 ^^


너무 불려 다니는지,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으신지 얼굴에 조금 어두운 빛이 비칠 때가 있더라구요. 좋은 일 많으셔서 밝게 웃으며 좋은 노래 앞으로도 잘 선사해주셨으면 합니다~


홍지윤 파이팅!


TV 조선 방송 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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