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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12. 2023

자료 공유란 없습니다

안 되는 회사는 이렇습니다 (2)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17




“아, 그건... 말이지...

(아 맞다.) 회사 비밀이라 이런 자리에서 말하기가 조금 곤란하네.“


당면 사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내 질문에, 면접관 중 한명인 사업본부장으로 보이는 임원이 말했다.


‘비밀이라... 진짜 비밀일까? 제대로 모르고 대응 방안이 잘 서 있지 않아서 둘러대는 건 아닐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소위 합리적 의심이라는 것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국가 안보상 밝힐 수 없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뭔가 대단한 것처럼 이렇게 말하며 빠져나가려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무능과 면피가 판치는 집단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렇게 빠져나가려는 사람에게, 질문자가 사실은 상당 부분 그 내용을 알고 있어서,

“이런 게 뭐가 국가 안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겁니까? 이런 기본적인 내용도 제대로 말 안 하고 무슨 청문회를 하겠다는 겁니까?”


보통 비밀주의, 보안만 강조하는 회사는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 내용으로, 구글에 찾아보면 그 보다 더 나은 자료가 있는데, 자기 정보는 자기와 측근들만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혀 있는 것이다.


당연히, 진짜 중요한 정보는 측근에게도 공유하지 않는다. 자기 자리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중요한 노하우나 영업 비결, 기술력 같은 건 확실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그런 가치가 있는 것인지, 혹여 그렇게 비밀 지키다가 정작 내부에서조차 필요한 부서와 사람들에게 그 정보가 제 때에 가지 않아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지도 생각해 보고 확인해 보아야 한다.


보통, 회사에서 사고 치는 사람들은, 사고 친 것이 걸리면 징계받고 회사를 나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해당 정보를 숨기고 뒤늦게 공개한다. 경영진들이 이런 사람들에게 당해보아서 요즘은 손 쓸 수 있게 문제가 있으면 초기에 이실직고하라는 말을 많이 할 정도다.


인사권을 가진 경영진에게도 정보를 제때,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데, 같이 일하는 수평적 관계의 동료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할리가 없다.


‘정보는 힘이다.’ 라는 말을 곡해한 것인데,

본인이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어, 심리적으로 만족할지 모르나,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때에 전달되지 못해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업무 추진이 잘 안 되는 일이 꽤나 자주 발생한다.




반대의 경우를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잘 되는 회사와 비교해 보면 이렇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아니면 팀 변경으로 새로 온 사람이 있다.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받으면 뭘 해야 할까?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머릿속은 백지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정보 공유가 잘 안 되고, set up이 잘 안 된 조직은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 자료는 어디 있느냐,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제서야 대답해 준다.


“아, 그거 말씀 안 드렸나요? 내 정신 좀 봐. 바쁘다 보니. 다음에도 모르는 것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편하게...

진짜로 편하게 10번 물어보면, 보통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 입은 웃고 있으면서 말은 친절한 설명이 나와도.

물어보는 사람도 민망하고 난처하다.


하지만, data base가 잘 되어 있고 access 접근이 용이한 조직은 어지간한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 조직도와 R&R (role & responsibility) 그리고 업무절차서부터 세부적인 과거 자료들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모여있어 웬만한 건 스스로 다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와, 이 정도 자료까지 이렇게 구해서 모아 놓고 쉽게 볼 수 있게 되어 있어?’

하고 놀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조직은 열개 중 하나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자료를 잘 모아놓고, 공개해 놓으면 보안 상 문제가 없느냐는 걱정을 할 수 있다. 뭐 빼내려고 작정을 하면 10명 경찰이 1명 도둑을 못 막겠지만, 그런 회사는 안전장치가 있다.


먼저, usb로 자료를 빼내지 못한다. 관할 팀장과 IT 보안팀의 결재를 받고 나서야 가능하다. 그 전에는 시스템적으로 아예 내려받기가 안된다.


그리고, 회사 메일을 통해 개인 메일로 보내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모니터링된다. 큰 회사일수록, 저작권이나 기술 보안에 대한 필요가 높을수록 모니터링되는 범위는 넓다.


그리고 중요한 자료의 반출은 바로 관리자에게 alert 알림 메일이나 문자가 가기 때문에, 관리자가 업무 시간에 술 퍼마시고 골프 치러 다니거나 사우나에 박혀있지 않는 한 바로바로 조치가 가능하다. (뜨끔하신 분들 있으시죠? ^^;;)


요즘은 컴퓨터 하드에 저장하지 않고, 회사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경우도 많아서, 모니터링이 훨씬 더 용이하기도 하다. 회사 컴퓨터에 개인적으로 이상한 자료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저장하지 않는 게 좋다.


사내 메신저도 모두 모니터링된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많고, 관리 대상이 아니며, 별 얘기 아니라 판단해서 계속 쳐다보지 않을 뿐이다. 채팅 기록이 일정 기간 남아있기 때문에 일이 터지면 일일이 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보안 관련 징계를 강화해서 사례가 있을 때마다 확실히 처벌하고, 회사 게시판에 공지하기 때문에,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주의하게 되어 있다.


안 되는 회사에는 퇴직자가 나가면서 혹은 나가서 현직자에게 자료를 자기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우리나라가 학연, 지연, 근무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이 있어 이런 일이 그동안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 분은 임원까지 하셨던 분이고, 자기가 하던 일 자료인데 뭘.

나도 이 회사 얼마나 오래 다니고 기여했는데.‘


이런 핑계가 안 통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사람들이 사규를 찾아보거나 하진 않는데, 회사의 제반 자료라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걸려면 빠져나가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게, 조금 번거롭더라도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결재받고 갖고 나가는 것이 퇴직자, 현직자 그리고 회사에 문제가 없다.




이렇게 필요한 정보가 적시에, 필요한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회사에서는 정보의 흐름이 친소관계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너만 알고 있어.

다른 데는 얘기하지 말고.‘


가만히 보면 이렇게 귓속말로 속닥거리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이런 곳이다. 다 모여있는 회의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낮에 담배 피울 때, 저녁에 술 마실 때 이야기한다.


이런 문화는 정보의 공개와 공유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평가와 승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정당한 보상과 대우가 이뤄지지 않는다.


HR의 기본이 탤런트 (talent 재능)의 발굴과 성장 그리고 유지이고, 최고의 복지는 결국 연봉과 보너스다. 그런데,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자꾸 이상한 걸로 보상을 한답시고 생색을 낸다.


그러다 그 회사에서 교육을 받고 좋은 경험을 한 유능한 인재들이 결국 다른 회사로 떠나서 남 좋은 일 시켜주는 모습을 자주 본다.


(보통 이런 회사는  HR 역량이 낮아, 인재들이 떠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그냥 관심있는 척 하는 정도다. 누가 뭐라고 할까봐.


HR 친구들이,


‘지들이 가겠다고 하는데 누가 말려. 내 자리는 온전하니 노 프라블럼 (no problem)'


이러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핵심 인재들의 근속 연수가 낮고 이직률이 높을 때 HR에 대한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정말 똑똑하고 열심히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연말 승진에서 물을 먹었다. 업무 실적과 성과도 분명하고, 승진한 사람보다 훨씬 일도 많이 하고 기여도도 높았다. 가서 따져 물으니,


“저 친구 작년에 승진 물 먹었잖아. 나이도 많고. 넌 어리고 실력 있으니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내년에 챙겨줄게.”


라고 대답했다.

그 팀장은 중간에 팀장 자리에서 잘리고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버렸다. 그 젊고 똑똑한 친구는 좌절했다가 그 다음 해에도 승진에서 물 먹고 퇴사했다.

(HR 얘기도 할 말 많으니 다음에 더 다루겠습니다.)


이렇게 자료 공유 등이 시스템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data base도 잘 갖춰지지 않으며 접근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것들이 앞서 말한 대로 친소관계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그런 회사를 보고 ‘구멍가게’라고 한다. 큰 사업을 벌이는 조직일수록 이런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보의 원활한 공유는 적절한 소통이다.

communication이 잘 안 되는 회사가 계속 잘 나갈리가 없다. 문제 상황이 발생하고, 때론 큰 사고가 터지게 되어 있다.



(쓰다 보니 자꾸 할 말이 많네요.

다음 회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이상하죠?


저는 참 좋은 회사, 잘 되는 회사에 다니는데 왜 이렇게 안 되는 회사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고 쓸 거리가 많을까요?


인생은 재미있는 미스터리의 연속입니다. ^^;;)


(사진 출처 : 빵킴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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