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 특집 - 정말 잘되면 한 커플
재미있게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나는 솔로 (solo)’
많이 보시고 들으셔서 아시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남녀 출연자 분들이 며칠 동안 합숙을 하며, (남녀 숙소 분리) 첫인상과 최종 선택도 하고, 데이트도 하는 소위 짝짓기 프로그램의 대표 격인 프로그램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각본을 만들어 놓고 하는 것 같진 않고, 나오신 분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대화하는 모습도 보여줘서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있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너무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 돌싱 특집에서 한 남성 출연자 분이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여성 출연자 분의 턱을 만지는 모습을 보고 같은 남자인 저도 놀랐죠 ^^;;
일이나 사생활 이야기가 더 조심스러워진 직장 동료들과 점심 식사나 잡담 시간에 드라마나 영화보다, 이 프로그램 이야기도 많이들 하는 것 같습니다.
결혼 적령기 분들이 여러 사정으로 (지방에 있다거나, 공부하느라, 일하고 커리어 쌓느라 등) 짝을 만나지 못해, 나오신 분들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화제성이 낮아져서 그랬는지, 출연 신청자 분들이 그렇게 모여서 그런지, 돌싱 특집, 40대 특집이 나오다 이제는 급기야 모태 솔로 특집이 나왔습니다.
전에 40대 특집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외모도 예쁘시고, 좋은 직장에서 일도 잘하고 계신 분이 모태솔로라고 하셔서 센세이셔널이 있기도 했지요.
(많은 남성 출연자 분들이 그 여성분이 좋다고 하자, 여성 MC 께서 ‘짐승’이라고 우스갯소리로 표현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
이번엔 아예 대놓고 모태솔로 특집이었는데요.
사실 모태솔로라고 하니, 무슨 하자가 있는 것처럼, 소위 못 생기고, 키 작고 등등 그럴 것이라 오해할 수도 있지만, 다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사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프로레슬러 분은 쉽게 볼 수 없는 분이긴 하지요. 전에 다른 기수에서 나오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 분처럼요. 이 프로에서는 주위에서 만나기 힘든 직업의 분들이 나와서 자기소개하고 자기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게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합니다.)
서로 알아가 보며 애정 기류에 변화가 일어나는 걸 보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묘미죠. 그 과정에서 최종 선택을 예상해 보고 맞추면 더 재미있기도 하구요.
전에 월드컵 관련 글을 쓸 때, 아르헨티나 메시의 우승을 예상해 보았던 것처럼, 이번 ‘나는 솔로’ 모태솔로 편은 커플이 없을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제가 주위에서 본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입니다.
오랜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여성 분들은 눈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사람 가렸는데, 이제 와서 당신 정도 사람 만나려고?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놓고 잘 말은 하지 않지만요. 쉽게 말하면 눈에 안 차는 거죠.
그래서 본인보다 더 나은 소위 스펙이라는 안정되고 좋은 직장과 직업 그리고 모아 놓은 돈과 경제력을
봅니다. 사실 당연히 그리하게 되어 있는 거라 나쁜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동시에 몸도 좋고 성격도 좋고 잘 생기며 유머 감각도 있는 남자를 찾다 보니 쉽지 않은 거죠.
용케 그런 남자를 찾아도 이번엔 남자 쪽에서 매력을 못 느끼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여성 분이 그만큼 조심성도 많다 보니, 적극성은 당연히 낮습니다. 처음에 호감이 가고 궁금하기도 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도 뭔가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헛, 아닌가 봐. 죄송해요.
좋으신 분 같은데 저하고는 조금 안 맞는 것 같아요
하며 물러서기도 하십니다.
반면에, 연애 경험이 많이 없으신 남성 분들은 지나치게 조급해서, 여유를 갖지 못하고 표현하니,
안 그래도 조심성이 많은 모태솔로 여성 분이 부담을 많이 느끼시는 게 보입니다.
여성 분이 원활한 사회생활 정도, 때론 친하게 지내고 싶다거나 궁금함이나 호기심이 생겨 천천히 알아가 보고 싶다는 말과 행동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급발진하는 거죠.
예를 들면, 여성 분이 ‘전 맘에 들면 직진해요.’라는 말에, 여성 분은 ‘일단 맘에 들어야 한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있는데, 남성 분이 분위기 좋으니 이제 ‘직진’한다고 오해하고 좋아하는 경우입니다.
나만 바라보고 직진해 주는, 용기 있는 남자가 좋겠죠. 근데,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래야 하고, 좋다고 해도 자신의 속도가 있어 보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달려들면 부담스럽고, 험한 세상이라 겁이 날 수도 있는 거죠. 없어 보일 수도 있구요.
연애 경험이 없던 어린 시절엔, 친구들과 자기가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설레임도 느끼고 때론 설레발도 쳤던 것 같습니다.
모태솔로라는 공통점을 갖고, 설렘과 불안을 함께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남성 출연자 분들끼리 친하고 본인들끼리 재밌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친한 선배가 있었습니다. 착하고 활기찬 노총각이셨죠. 딴짓 잘 안 하고 성실한 편이라 돈도 어느 정도 모아두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모임에서 알게 된, 그 선배와 나이 비슷한, 공기업 다니시는 여성분을 소개시켜 드렸습니다. 만나기 전엔 궁금하다고 이것저것 저에게 귀찮다 싶을 정도로 서로 물어보더니,
막상 만나서는 이게 맘에 안 든다, 저게 맘에 안 든다 하며 서로 엄청 뭐라고 하더라구요. 좋은 마음에 소개시켜줬는데,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열심히 살아오고,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특히 어렸을 때 만난 옛날 생각하며 비교하고 서로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도 40대 후반 노총각 선배가, 40대 초반 여직원 분을 정말이지 오랜동안 쫓아다녔는데 결국 안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노총각 선배는 정말이지 일편단심 지극 정성으로, 그 여성 분을 챙기고, 그 분이 연애하실 때는 기다리고 헤어지면 다시 접근하고 참 노력이 가상해 보였습니다.
그 여성 분이 몸이 안 좋았을 때도, 몸에 좋다는 걸 이것저것 얼마나 챙기시는지. 가끔 옆에서 보는 제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여성 분이 조금 마음이 열릴까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과자가 먹고 싶다는 말에,
회사의 그 여성 분 자리로 과자종합선물 세트를 선물한 걸 보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원하는 것 해줬다고 뿌듯해하는 그 남자분과,
불편하게 이게 뭐야 애들도 아니고 하시는 여성 분의 표정이 너무나도 대비되었습니다.
그쯤 되면 그 여성분은,
‘아이고야, 그냥 혼자 살아야겠다.
지금까지 없이도 잘 살아왔는데 뭘.
시집가서 시월드에 시달리고, 남편이 사고 치면 골치 아프다는데 이리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금 외롭긴 하지만, 강아지나 키우면서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실제 통계에서 나타나, 안 그래도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은데, 여성 분의 답은, 남성 분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결혼 적령기의 여성 분은 당연히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기반이 잡힌 남자를 찾을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다니시는 분에게 여러모로 더 몰리는 것 같습니다.
깔끔한 외모도 한몫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선순환이라고 좋은 직장을 다니면 돈도 더 많이 받으며 자기 관리를 더 잘하게 되는 면도 있어 보입니다.
아마 커플이 나온다고 하면, 이 분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요. 뮤지컬 하시는 밝은 여성 분과 서로 호감도 있고 잘 될 수도 있어 보이지만, 남자 분이 특히 워낙 신중한 성격으로 보여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종 결정을 할 때, 전의 회사원과 연예계의 차이를 말씀하실 때 언급한 거리감이 발목을 잡을 것 같네요.
프로레슬러 분은 사람 좋고, 성실한데 유머 감각도 있구요. 챔피언 벨트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다른 출연자에게,
결혼도 하기 전에 돌잔치 못 간다고 미안하다고 할 판이네 라는 말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하지만, 여성 분이 보기에 위험한 직업 (큰 수술을 하신 이야기를 들으니, 남자인 제가 들어도 무섭더라고요.) 그리고 안정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까지.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 목적인 분들이라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만나 서로 맞춰가며 사는,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한 것이, 이렇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들 좋은 짝을 만나서 행복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