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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21. 2023

연봉 인상이 아닌 조정인 이유

물가는 오르는데 연봉을 내리면 어떻게 살라고

연말 인사철이 지나니, 연초 연봉 협상철이 다가왔네요.


연봉 협상 잘하셨나요?

아니, 협상을 하긴 하셨나요?


보통 협상이 아니라, 통보를 받으셨을 겁니다.


퇴직을 진짜 원하지 않더라도, 회사를 나가려면 ‘퇴직원’을 쓰듯이요.


우리는 희망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연봉은 인상되는 거라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실제 그렇죠. 다니면 다닐수록 경력이 올라가며 연봉이 올라가고, 이직하면 연봉 협상을 통해 더 올라가고.


그런데, 회사에선 왜 연봉 인상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연봉 ‘조정’ 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단어를 쓸까요?




회사 생활에서 평가도, 승진도, 자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은 돈이죠. 연봉과 성과급.


앞의 3가지 모두 결국 돈을 더 받기 위함이 기본 목적일 겁니다. 명예, 권력, 사기 진작도 있겠지만, 누가 뭐래도 1순위는 금전적 보상일 겁니다.


(자아실현이 직장생활의 목적인 분들 양해 부탁 드립니다. ^^;;)


매년 초 연봉 ‘협상’ (?) 시점이 다가오면,


‘이번엔 얼마를 올려줄 것 같다.

회사 사정이 이 모양인데, 자금 여력이 어느 정도인데, 몇 명의 월급을 그렇게 올려주겠냐.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물가 인상 폭만큼은 올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등등의 말을,

팀장이나 임원 혹은 사장에게는 잘 말 못 하고,

동료들끼리 수군수군 댑니다.


요즘은 블라인드 같은 앱이 있어서, 주위 동료뿐만 아니라, 익명으로 정보도 공유하고, 키보드 워리어가 되어 회사를 성토하기도 합니다.


어떤 회사는 연봉 인상폭의 가닥이 나오면, 살짝 흘려서 구성원들의 반응을 체크하기까지 합니다. 여론을 보는 것이 정치인들만 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연봉 협상의 주도권은 회사에 있고,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인원 감원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더더욱 연봉을 올려달라고 말하기 어렵죠.


직원들은 물가가 올랐으니 물가인상률보다는 더 높게 올려줘야 한다고 하지만, 회사에선 조금이라도 적게 올려줘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싶은 입장이라 어찌 보면 대치되는 상황입니다.


인사팀과 재무팀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배신을 하지 않을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 친구를 뽑아, 교육시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직장인이면서 이 친구들이 연봉 인상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본인이 더 나은 연봉 인상을 받는 경우도 있고,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니 더 그렇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 것을 빼앗아서 한 사람이나 소수가 해 먹는다. 역사에서 늘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특히, 내쳐질 때) 현타가 오면서 알게 되죠. 아, 난 회사의 멍멍이였구나.




결국 연봉협상이란 대개 직원 측이 질 수밖에 없는 갑을 간의 게임이고, 그래서 노조를 두지만 어용노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을 정말 직원들이 원하는 이상으로 올려주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져 생산성이 높아져 회사의 매출 신장과 실적이 좋아지기만 할까요? 그러면 참 좋을 텐데, 인사팀도 좋은 대학에서 경영을 공부한 친구들이라 바보는 아닙니다.


일정 금액 이상으로 돈을 많이 주면 퍼지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당장은 열심히 할지 몰라도, ‘배 부른 머슴은 게을러진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경영자가 많죠.


그리고 돈을 많이 줘서 여유가 생겨 일찍 일을 그만두면 어쩌겠습니까? 쓰고 싶으면 평생 말 잘 듣고 시키는 일 잘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을까요? 그래서 너무 넉넉하게는 절대 주지 않습니다.


더욱이, 기본급 등의 인상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퇴직금의 인상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걸 잘 알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물가인상률은 커녕, 체면치레로 100만 원 정도 연봉을 올려주기도 합니다. 월급이 아니라, 연봉을 100만 원 올려주는 겁니다. 그러면 많은 직원들은 게 거품을 뭅니다.


우릴 개돼지로 아는 거냐. 하지만, 회사는 웃으며 그 모습을 보면서, ‘꼬으면 나가면 되잖아.’ 연봉 많이 받고, 나이 많아서 퍼진 사람들 퇴직위로금 안 주고, 내보내면 그 돈 세이브 되고, 더 적은 연봉으로 일하겠다는 사람들 줄 서 있으니 그 사람들 쓰면 되거든. 하기도 합니다.


(실제 그런 몰지각한 회사는 없겠죠? 제가 오해하고 있고 잘못 알고 있는 거라 믿고 싶습니다. ^^;;)


그렇게 되면, 능력 있고 연봉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고 이직을 합니다. 그럴 능력이 없거나 나이가 너무 많거나 그냥 안주하는 사람들은 그냥 주는 대로 받고, 근로 의욕은 저하된 채 다니는 거죠.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 당장 돈 쓸 일은 많은데, 여력이 없으면 더 그러합니다.


쓴웃음이 나오는 현실이지요. 그런데, 현실엔 이 연봉 100만 원 인상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월급이 많이 오른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잘 말하지 않습니다.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려 얘기했다가 역풍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죠. (헉, 괜히 말했다. 이런 거죠.)


신나게 자기 연봉 오른 걸 자랑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연봉이 많이 오르지 않거나, 동결 혹은 삭감된 경우라면 반응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지 않고 연봉 올라서 잘됐다고 해줘도, 그런 심경은 부지불식 간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보통 인상 폭이 적은 사람들이, 서로 비교해 보고 회사를 성토하고, 그냥 회사를 다니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지요.


그래도 월급이 오른 사람들은 연봉 통보를 받은 날, 바로 퇴근하진 않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그래 어쩌겠나 하고 버티다 퇴근을 합니다.


하지만 유독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결. 더 나아가 연봉 삭감을 맞은 분들이죠.

인사팀에 전화 걸어 격렬하게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인사팀 사람들이 연봉 통지 시점엔 전화를 잘 받지 않죠. 담당자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희한한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휴가를 가 버리기도 하구요. 마치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정이죠. 시간이 지나면 다들 가라앉고 못 옮기면 그냥 잊고 체념하고 잘 다닌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연봉 인상 폭이 적다고 불만을 토로할 때, 조용히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일찍 들어가 보겠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진짜 몸이 좋지 않기도 하지만, 동결이나 연봉 삭감에 충격을 받은 거지요.


그럼 지난 1년 동안 내가 한 것은 뭔가. 이 회사는 나를 도대체 뭘로 생각하나. 이런 X 같은 기분으로 여길 더 다녀야 하나.


조금이라도 올라서 그걸 갖고 웅성웅성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그래도 니들이 낫다 하며 접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대표적으로, ‘임피’ 직원이 가장 흔한 예입니다.

처음 누가 저 임피 직원인데요. 라는 말씀을 하는 걸 들었을 때,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그 유명한 임금 피크제의 줄임말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보통 55세) 그때부터 연봉을 매년 낮추는 거지요. (보통 연 10% 정도 됩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그동안 오래 다니셨고 월급 많이 받으셨으니, 이제는 나이도 먹고 효율도 떨어지셨지만, 노동법도 있으니 자르지는 않겠습니다. 매년 월급은 조금씩 내리겠습니다. 그 돈 받고 다니시려면 다니시고, 퇴직금 내려갈 수도 있으니 그것 싫으시면 지금 그만두세요. 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이 있으신 분들이 여기에 대고 화를 내기도 하고, 소송까지 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업무량이 줄었거나, 업무 효율이 낮아진 이유가 아닌, 같은 일을 하면서 단순히 나이만으로 임금 삭감을 하면 안 된다는 판례도 나와 이슈가 된 적이 있었지요.


매년 10 프로씩 임금이 삭감되어 10년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100 프로가 되어 0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현실에선 그 정도까지는 안되고,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후 10년을 버티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정년이 있으니 쉽지 않죠.


하지만, 우스갯말로 10년 더 다니면, 회사에서 교통비 받고, 구내식당에서 밥 먹으러 나오는 거네 하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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