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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24. 2023

명절에 혼밥 하는 이유

가족과 함께하는 삶

명절 연휴가 끝나가네요.


별 생각 없이 푹 쉬며, 가족 친지들을 만나서 안부를 묻고 명절 음식을 먹는 시간은 참 행복합니다.


명절 연휴를 손 꼽아 기다리는 이유죠.


오래전에 명절에 일을 해야 해서, 혼자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꼭 명절에 해외 출장 가는 분들이 있죠.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일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시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혼자 그러시면 좋은데, 꼭 옆의 사람까지 끌고 들어가니 죽을 맛입니다. ㅎㅎ


말만 ’미안한데‘

차라리 미안할 짓을 하지 마시지 ^^;;

진짜 미안하시면 명절에 일하게 만들지 않으시겠죠 ㅎㅎ)


밥을 먹으려 밖에 나갔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가게 문은 다 닫혀 있었습니다. 인구 천만이 몰려 사는 서울이 이렇게 휑하나 싶었지요. 경기도까지 합하면 총 2천만이 같이 산다는데 말이죠.


한편으론, 사람 없으니 좋네. 길에 차도 별로 없어서 운전하기도 편하고.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국밥집이 영업을 해서 끼니를 해결했었죠. 배고플 때 먹는 뜨끈한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제 국밥 사랑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27





그런데, 요즘은 조금 세상이 바뀐 것을 느낍니다.


물론, 지방에서 상경한 분들이 서울과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하다가 지방으로 가서 고속도로 정체가 있는 일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절 연휴 때 고향으로 가지 않고, 서울에서 연휴를 보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설 연휴 때 찍은 실시간 교통 현황을 캡처한 위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죠.


(어디 좀 가볼까 하고 교통 상황을 보고 좌절했습니다. 예전과는 조금 달라지긴 것이 보입니다. 주요 도로는 오후 되면 정체가 생깁니다. 동네 쪽은 그래도 차가 조금 없는 편입니다.)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정을 나누는 미풍양속의 명절이지만, 한편으론 차표 구하기도 힘들고, 길은 막혀서 많이들 힘들어하기도 했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여, 취직은 했느냐, 결혼은 언제 하냐는 안부를 묻지만, 결국은 불편한 질문이 되기도 했구요.


그래서, 명절 전 주 주말에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하고, 성묘하고, 연휴 때는 따로 해외여행을 가거나 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그렇게 명절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이 1년에 두 번은 그렇게 모여야지 하는 관습을 뛰어넘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가 이런 명절 문화의 변화도 가속화 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와 시차 출퇴근을 포함한 유연근무제의 본격적인 도입과 마찬가지로요.


명절 연휴에 오픈한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사람들이 고향에 가지 않고 서울에 꽤 많이 있구나를 느낍니다. 추워서 길거리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따뜻하고 볼 것 많고 먹을거리 풍성한 백화점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영화관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더 많지요.


연인끼리 특별히 할 일 없으면, 영화 보러 갈까 하기도 하지만, 가족들끼리도 할 것 없으면 오랜만에 영화 보러 가자고들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넷플릭스 등 OTT가 영화관을 대체한다고 해도, 명절 특수라는 말이 있듯이, 외출과 식사를 같이 해결하며 문화생활을 하는 패턴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식사 면에서 동남아에 근무할 때 현지 친구들 가족이 집에서 밥 해 먹는 것보다 그냥 외식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고 놀랬는데요. 그게 더 싸고 편리하다는 답을 듣고 그런가 싶었는데, 그런 말을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 많이 듣고 있습니다. 변화의 모습이죠.)


제가 어릴 적에는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여 전을 부치고, 만두와 송편도 빚으며, 친척이 언제 오는지 궁금해하고, 모이면 음식을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하곤 했었습니다. 어른들은 술도 한잔씩 하시고, 고스톱도 치고 그런 모습이 저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였죠.


이런 명절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전을 부치고 따뜻할 때 먹으며, 어머니와 숙모님들이 고생하는 모습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어느 정도 눈치도 보고 늘 하던 대로 음식을 하던 어머니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 전권을 잡으신 이후론 음식을 최소화 해버리셨어요. 숙모님들도 내심 바라셨는지 얼씨구나 동조하셨고, 이미 나이 들어 힘 빠진 아버지는 그냥 하자는 대로 하고 주는 대로 먹을 수 밖에요. ㅎㅎ


(가끔씩 버럭 하시며 아직 안 죽었다며 남자다움을 보여주시려는 것 같지만, 어머니가 받아주는 척 하시며 오구오구 하는 게 보입니다. 마치 본인보다 나이 많은 아들을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역시, 사람은 고생이 싫고, 편한 것이 좋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명절 음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밖의 음식을 먹는다고 하면 전통시장에 가서 전을 사 오는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명절 음식 set를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으로 통으로 시켜서 먹는 사람들도 많죠. 일상이 쿠팡이고 간편식인데, 이걸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특정 앱 광고 아닙니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겠죠.


‘놀면 뭐 하니’라는 우리나라의 근면성이 발산되며, 고물가 시대에 안 쓰고, 한 푼이라도 더 벌자. N잡러가 되어. 라는 기치가 맞물리며 살맞이 단기알바라는 것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설 연휴 때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서 저녁에 밖에서 만나 편하게 한잔 하려는 마음들이 있어, 술집과 밥집이 운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다양한 연휴 단기 알바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밥집, 술집, 까페 알바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명절에 뭔가 하려는 곳이 꽤 많습니다. 대청소랄지, 미뤄두었던 정리 작업이랄지 등등 무척 다양해서 신기했습니다.


어떤 분은 밤에 혼자 술집 마감하는 게 무섭다고, 도와주면 1-2 만원 주겠다고 알바 공고를 낸 것을 보니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저조차 긴 연휴에 하루는 택배나 우체국 등에서 짐 나르는 단기 알바하며 몸 좀 쓰고 정신 좀 차릴까 하며 일 하기도 했습니다. ^^;;


(일도 남이 하자고, 시키면 싫은데, 이상하게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더 힘든 일도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묘한 심리입니다 ㅎㅎ)


이렇게 코로나, 불편할 수 있는 명절 문화, 쉬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자는 주의가 맞물리며 우리 사회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다는 이 세상에서 연인은 커녕 친구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혼밥, 혼술이 보편화되다 보니, 명절에 혼밥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히 취준생, 저소득 직장인 그리고 사별한 노인 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30-40 대에서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 후 1인 가족이 된 경우가 많아졌죠.


마트에서 4분의 1 조각 수박을 보며, 와 저렇게도 파나 했습니다. 지금은 음식물이 남거나 썩는 것이 부담스러운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많은 걸 보면, 이것이 분명하게 증가세에 있는 사회 현상이라는 걸 느낍니다.


원래부터 혼자였거나, 가족 불화 (싸우거나 사건 사고가 있어서 연락 안 하고, 안 보는 사이 등)는 말하면 길어지니 쓰지 않겠습니다. 이 부분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오늘도 배민 오토바이는 열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분들도 혼밥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요? 혼밥 하시면서 혼밥 하는 분들께 배달하는 경우도 많으실 겁니다. 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덕분에 먹고 삽니다.


사진의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에머이의 쌀국수와 볶음밥은 궁합이 잘 맞네요 ㅎㅎ


배 고프면 뭐든 혼자 먹어도 맛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이 반찬인가 봅니다. 저는 왜 혼밥을 했을까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먹고 싶어서 한 끼는 그렇게 먹었습니다 ^^


세상엔 그렇게 분석하지 않아도, 분석과는 맞지 않는, 큰 이유 없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연휴 마무리 잘하시고, 남은 한 주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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