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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19. 2023

아프니까 중년이다

서평 -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오랜만에 다시 읽고

파란색 배경이 아닙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추운 겨울의 하늘입니다.


쌀쌀한 날도 이렇게 아름다운 인생이었으면 합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었습니다.


전 책을 잘 팔지 않고, 쌓아두고 모셔 두었다가 여유가 생길 때 눈에 띄면 다시 읽어 보곤 합니다.


그러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시험 보기 위해 공부하는 책도 여러 번 보다 보면 못 봤던 부분이 보이고, 새롭게 깨닫는데 제가 보고 싶어서 여러 번 본 책이라면 더 그러합니다.


베스트 셀러이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에게는 ‘아프니까 청춘이래’라는 말도 들었던 그 책입니다.

(유명한 책이니 유명 가수가 그런 말도 하는 거겠지요.)




예전에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쓰신 분의 의도대로 읽었습니다.

그땐 저도 청춘이어서 더 그랬을겁니다.


맞아, 불안한 미래를, 이 경쟁 사회에서 맞이해야 하는 이 땅의 청춘들이 얼마나 힘들겠나.


대학 입시, 회사 입사 시험, 공무원 시험 등의 엄청난 경쟁률은, 노량진의, 신림동의 수많은 사람들의 고생을 숫자화한 것이지요.


적은 돈으로 아껴서 컵 밥을 먹고, 수업 듣고 공부하며 엉덩이를 의자에서 뗄 수조차 없기도 할 겁니다. 한창 사람들과 어울리며 세상을 주유하며 배워야 하는 나이에, 이게 맞는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장 일 등 소위 블루칼라의 일을 하는 친구들도 고생은 더 힘듭니다. 어디든 처음 들어가면 밑바닥 일부터 하게 마련입니다.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한 마디로 3D 일이죠.


그렇게 일해도 경력이 짧고, 숙련도가 낮다고 월급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열정 페이를 강요하기도 하고, 너 아니면 사람 없냐, 직장 구하기 힘들어서 사람들 줄 서 있다. 하기 싫으면 집에 가라고 험한 말과 가혹한 대우를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을 하는 친구들도 힘들고 좋지 않은 일을 겪고, 공부하는 친구들도 낮은 합격률에도 ‘합격만 하면’이라는 희망고문 속에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렇게 취직은 늦어지고, 일을 해도 보통 월급이 200-300 만원 선에서 정해져서 (혹은 그보다 낮게) 많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5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지요. 연애도, 사회생활도, 집도, 결혼도, 자녀도 포기하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입니다.


서울에서 어느정도 살만한 동네의 20평대 아파트가 10억 언저리에 있고, 자녀 교육으로 1명만 수억 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세상에서, 어느 청춘이 좌절하지 않을까요.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라며 함께 하다가도 기약 없는 미래에 지쳐 헤어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금수저도 사실 힘든 사람 많습니다. 심적으로, 가족이나 인간관계 등으로),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고, 큰 돈을 벌기는 힘듭니다. 젊었을 땐 고생도 하며 차근차근 모아가고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니 잘 참고 이겨내고 힘내서 희망을 갖고 미래를 개척하라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그런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 길을 걸어온 저도 아직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젊을 때 한탕이라는 기치 아래, 주식이나 코인 혹은 부동산 영끌에 들어갔다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친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너무 힘들다 보니, 나 아니면 누가 날 도와주나, 세상은 날 버렸어. 나를 믿고, (까진 그나마 괜찮은데)


내가 다 해 먹을 거야 라며, 돈이 최고야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만 많이 모으면 돼 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각종 사기와 사채 등 사회문제도 그런 상황이 만든 부정적인 단면이라 생각됩니다.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마약과 도박 문제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중년이 된, 진짜 어른들은 아프지 않을까요?


손에 가시가 찔리면 누구나 아프기 마련입니다.

상처 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마음이 아픕니다.


더 많이, 더 오래 경험해서 조금 더 내성이 생겼을 뿐

아프긴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어른이 그것 가지고 뭘 그러냐는 말에, 내가 책임져야 하는 노부모나 자녀 등을 위해,

참고 넘기는 것이죠.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한 혜택 그리고 지하철 무임승차와 노인 수당 등 노인 분들을 위한 복지도 있지만, 어중간하게 높은 소득을 갖고 있는 중년들은 복지 수당 등에서도 제외되기 일쑤입니다.


밑의 자녀, 위의 부모를 모셔야 하고, 산업의 중간 허리이자 국민연금의 최대 부담자이면서요. 가스, 전기값 모두 오르고, 의료보험료와 국민연금까지 오르니 더 체감이 됩니다.


어떤 혜택을 바라고, 뭘 해달라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넋두리라기 보단 서로 더 이해하고, 위로하고 그랬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저 살아가는 걱정 없는 세상을 꿈꿔보며 한 줄 적어 봅니다.


중년의 나이에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것은 직장 내 괴롭힘일 수도 있고, 고된 일이거나 사고일 수도 있으며, 코로나 등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 분들일 수 있습니다.


평생 자신보다 가족을 돌보며 살아오시느라, 노후 대책 마련 하기 힘들셔서 힘든 노후를 보내고 계시는 많은 어르신들 그리고 꿈을 위해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위로를 보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 땅의 낀 세대 분들에게도 위로를 보냅니다. 나라마저 여러분들은 먹고 살만하지 않습니까 라고 하지만, 그렇게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할 때도 중간 간부라, 책임 있는 사람이라 텅 빈 회사를 채워야 했을 것입니다.


사업하시는 분들도 책임감 때문에, 대리 운전을 해야 하기도, 배달을 해야 하기도, 또 다른 일을 하시기도 했을 것입니다. 마음만 아픈 게 아니라, 몸도 아픕니다. 약으로 버틴다는 분들도 많죠.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는 그 중년 분들에게 특별한 위로를 보냅니다.


그 위로가 어쩌면 지금껏 잘 살아오고 하루하루를 잘 버티고 있는 저에게도 보내는 작은 위로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무탈한 하루 되시고, 올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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