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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01. 2023

무제

글에서 제목은 중요합니다.

또한, 제대로 제목을 잡으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제목이라는 것 자체가 글의 내용이 무엇일지 알려주고, 잘 만들어진 제목은 함축적으로 잘 다가옵니다.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해서 글에 뛰어들게도 하지요.


글쓰기에 대해서 배울 때도 제목의 중요성을 여러 사례를 통해 배웠고, 합평했던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제목을 이렇게 잡으면 참 좋구나를 직접 느끼기도 했습니다.


브런치에는 제목과 소제목까지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제목을 잡다 보면, 너무 길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눠서 쓰고 싶기도 하고,

어떨 땐 몇 개의 제목이 생각나서 고민하다 제목과 소제목으로 (다른 곳에선 ‘부제’ 라고도 표현하죠) 쓰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날도 브런치 글을 쓰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제목을 꼭 써야 하나.”


그냥 틀이 그렇게 있고, 다른 분들이 그렇게들 쓰니 계속 써왔습니다. 나쁘지 않았고, 큰 불편도 없었고, 때론 소제목까지 붙이는 것이 좋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전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진들을 올리다 보니, 화면을 꽉 채운 첫 번째 화면에 제목과 소제목의 글자가 왠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이 사진만 먼저 보실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런 기능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없었겠죠? 제목이 없는 글이라뇨.

하지만, 상식을 한번 뛰어넘고 싶은 마음은 뭘까요.


브런치 담당자님에게 이 글이 닿으면, 글에 제목이 있어도, 사진만으로 첫 화면을 채우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화면 사진을 온전히 보고, 내리면 자연스레 제목과 작가명이 노출되며, 글까지 연결되는 거죠.)


그래서 일단 소제목을 쓰지 않아 보았습니다.

훨씬 낫더군요.


아래 ‘하늘’이라는 글에서 처음 시도해 보았는데, 제목의 글자도 최소화해서 사진을 감상하시는 데에 방해도 덜 되는 것 같았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57


그러고 나서, 다른 작가님들 글을 보는데, 소제목이 없는 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글도 좋지만, 좋은 사진과 그림도 많아 온전히 보고 싶었는데 더 좋아 보였습니다.


다른 분들이 하니까 소제목까지 쓰는 걸 따라 하다,

그게 싫다고, 소제목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소제목을 쓰지 않는 분들이 있는 걸 보고 안도하는 제 자신도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제목이 없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쓰기의 기본까지는 버릴 수 없고, 막상 제목 없이 발행을 누르려고 하니 망설여져서, 결국 선택한 것이 ‘무제’라고 짧게 제목만 붙인 것입니다.




최근에 많은 것을 버리고, 정리하며 브런치에 비움에 관한 글까지 쓰며 많은 분들과 말씀을 나눠서 더 뭔가가 없는 상태로,


요즘 말로는 미니멀리즘으로 가고 싶어, 글의 제목까지 없앨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계속 비우고 정리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1월의 마지막 날을 돌이켜보니, 한 해를 시작하며 스스로도 그리고 본의 아니게 많이 비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울 것을 찾다가 스케일링까지 해서, 제 귀찮음으로 그동안 함께 했던 치석들까지 날려버리니 개운합니다.


이제 2월의 첫날.

올해를 정말 시작한 느낌이 듭니다.


왠지 1월 1일이 새해의 첫날 같지만,

구정 연휴가 있어 이때가 지나야 본격 스타트하는 것 같은 건 저만 그런가요?


예를 들면, ‘서른 즈음에’ 라는 말처럼,

서른이 되면 내가 진짜 서른인가 싶다가,

서른 한두살 먹어가며 중반으로 가다 보면, 내가 30 대구나 하는 걸 느꼈던 것처럼요.


많은 것들을 비웠더니, 새로운 기회들이 찾아옵니다.


올해는 ‘exciting’ 보다는,

조금은 심심하게,

조금은 재미없게,

살고 싶습니다.


다들 좋다고 하니까 그동안 너무 ‘fun'을 추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떠나 보내야 할 것은 아쉬움을 접어 보내주고,

일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며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마치 예전으로 치면 고시생처럼, 요즘 라이프 스타일로 보면, 연구자처럼요.


그러다 보면 책도 내서 출간 작가도 되고, 문예지에 응모해서 문인으로 등단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오늘따라,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책이 눈에 들어오네요.


세월의 마디에서,

새로운 2월이 되셨으면 합니다.



(사진 출처 : 빵킴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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