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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02. 2023

하루라도 글을 안 쓰면

손에 가시가 돋을까요?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까지 꾸준한 사람인가?


작년 11월에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벌써 150개가 넘는 글을 올려 버렸다.


작년 12월에 글을 가르쳐주신 현직 작가 분이 한 달 넘게 글을 계속 올리고 있는 날 보고,


“기자세요?”


라고 물었다.


작가인 본인도 그렇게 못 하는데,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냐며 반문했다.


옆의 현직 기자분도, 내가 기자인데 이런 인간 때문에 밥줄을 위협받는다는 말씀까지 들었다.


그 말이 재미있어서 또 글을 썼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49




그때까지만 해도 브런치 작가 선정의 기쁨으로, 한두 달 그러고 말 줄 알았다.


사실 난 어렸을 적 정말이지 게을렀다.


아침잠이 많아서 어머니가 깨워도 다시 자다, 겨우 일어나서 허둥지둥 뛰어다니기 일쑤였다.


지각은 거의 밥 먹듯이 했고, 학교 문이 닫기 직전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때도,


“한 번도 늦지 않고, 한 번도 빠지지 않는 건 교수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는 선배들의 개똥철학을 밑거름 삼아,

당당하게 수업을 째곤 했다.


시험은 당연히 벼락치기.


밤새고 시험 본 후, 삼겹살에 소주 마시며 마치 큰 일 치른 듯 고생했다고 실컷 놀았다.


남들은 한 번도 수업을 빠지지 않고, 시험공부도 미리미리 해서 전 과목 A+ 이네 하고 있는데, 난 정신이 없었다. 학점도 당연히 신통치 않았다.


기차 여행을 가도 기차 시간에 딱 늦지 않을 정도로 역에 도착하는 일이 많았다. 5분 전에 도착하는 건 양호하고 1-2 분 전에 가까스로 탄 적이 많았다.




군대를 가서 조금 바뀌었다.


군대를 가면 사람이 되어서 나온다고 한다.

(병장 지나서 제대하고 나면 다시 돌아오기도 하지만)


규칙적인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선 신입 때 전날 술 마시고 아침에 늦게 갔다가,


“너 돈 받고 일하면서 그따위로 할래?

돈 내고 다닌 학교하고 회사가 같은 줄 알아! “


라는 부장님의 말씀을 들은 이후로 지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 후론 지각할 것 같으면 그냥 휴가를 냈다. 내가 벌써 그 부장님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니.)


회사도 십수 년을 다니다 보니 조금 퍼진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은 꾸준히, 성실히 해왔다.


그런데, 그건 돈 받고 해야 할 일이니 그렇다 치고,

브런치는 의무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몇 달째 왜 이러고 있나.




사실 새해가 되고 해야 할 일들과 계획이 생기며, 다른 작가님들처럼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요일에만 한번 정도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기 작가님이 권유한 방식이라 정말 그래볼까 싶었다.


그러다 터졌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77


올릴까 말까 하다 올린 글이 조회수가 만 단위가 되는 걸 보며, 많이 놀랐다.


이건 뭐지.

말로만 듣던, 다른 작가 분의 글에서만 보던 만 단위 조회수가 나에게?


최근에 두 번째로 만 단위 조회수를 기록한 글이 나왔는데, 첫 번째의 그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거의 시간마다 조회수를 확인했던 것 같다.

보통 땐 하루 한두 번 정도 보던 것을.


그리고 얼마 전 두 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44


이쯤 되니, 음모론이 떠올랐다.


브런치 팀에 계신 분이 내가 계속 글을 쓰도록,

뭔가 조금 텐션이 떨어졌다 싶으면,


메인에 띄워주거나, 아니면 그만큼 조회도 안 되었는데 조회수를 조작해서 기분 띄워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M net에서 produce라고 연습생 친구 등이 나와 경쟁하는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을 국민 프로듀서라고 불러주며 투표를 독려했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조작한 것이 드러나서 PD 등이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도 그 국민 프로듀서 중의 한 명이었다. 트라우마 ㅡㅡ;)


세상을 그렇게 나쁘게만 보면 안 되지.


글을 쓰다 보니, 더 쓰고 싶어 진다.


글 쓰는 것으로 먹고 살 정도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책을 내고, 등단을 해도 인생이 확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브런치의 다른 작가 분들의 글도 많이 읽는 나이기에,

’적은 돈을 버셨다.‘

‘인세로 먹고 사는 작가는 손으로 꼽는다.’

라는 말을 많이 보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쓰고 싶고, 하고 싶은 걸.


생각도, 음식 이야기도, 노래 이야기도,

사진, 영화, 서평 등 쓰고 남기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사실 저장글에 써두고 퇴고하며,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는 글들도 많다. 어떤 작가님이 글을 너무 많이 올리면 좀 그렇다는 말씀을 하셔서, 그래 하루에 하나만 올려야 겠다고 원칙을 세웠다. 정말이지 더 올리고 싶다면 최대 둘.


그런데, 그 작가님이 하루에 글을 3개 올리는 걸 보며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며, 뒤에서 딴짓하는 사람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 작가 분의 글도 재미있게 잘 읽었기에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웃어 넘겼다.


소재가 떨어진다는 것을 느낀 적도 있었다.


늘어난 구독자 분들과 조회수에 부담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난 오늘도 쓴다.

오늘 이것저것 바빠서 못 쓸 뻔 했지만, 다행히 퇴고를 마쳤다.


글쓰기를 알려주신 작가님들 말씀대로,


“달구어진 손으로,

손에 모터를 단 듯 써보련다.“


그리고 그 글로 작품을 만들어, 오랜 꿈인 등단도 해보고 출간도 해보련다.


어떤 작가님이 적어주신 대로,


“쓰고 싶은 마음만큼 중요한 글 선생님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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