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 회사원입니다만.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의 의미.
얼마 전 같이 합평을 했던 분들과 즐거운 식사 자리를 가졌다. 줌으로(Zoom) 온라인 합평을 했던지라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도 불편하지 않고 친근하면서 재미있었다.
부캐라는 필명으로 다른 분께 빵킴님, 알람시계님이라고 부르는데 웃음이 나왔다. 나이 먹고 본명과 직급으로 회사 일 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데, 이런 경험을 해보니 그냥 재미있었다. 서로의 글을 읽으며 감상평을 나누었던 것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브런치 얘기가 나왔고, 하필이면 내가 화젯거리가 되는 순간이 있었다. 음악 이야기, 스포츠 경기 리뷰도 그렇고 같이 합평했던 소설 Como estas?를 마무리한 것도 그렇고.
그 자리에 브런치 대상을 받으시고, 우리에게 글쓰기에 대해서 한 수 가르쳐주신 작가님이 내가 글을 꾸준히 쓴 것을 보고,
“기자세요? @@“
하고 놀랐다.
본인도 본업이 작가인데 이렇게까지 글을 쓰지는 않고, 마감이 있어야 겨우 글을 마친다는 얘기와 함께.
공교롭게 그 자리에 기자 분도 계셨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요.”
기록하는 사람이 기자라면 (記者) 나도 기자인가?
그러게, 난 왜 이렇게 좋다고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쓰고 있을까? 돈도 안 되는데.
출퇴근 길에, 점심시간에, 퇴근하고 밤에 보통 자는데, 글을 쓰고 읽고 있으면 정신없이 빠져든다.
나는 평소 휴대폰을 잘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시대의 창살 없는 감옥 같기도 해서다. 요즘은 스팸 문자나 전화도 많이 와서 더 그렇다.
몸에 잘 지니고 다니지도 않고, 회사나 일이 있을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챙길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휴대폰을 손에서 뗄 시간이 없다.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합평하며 다양한 분들의 글을 읽으며 더 흥미를 느꼈다. 전문 작가 분들의 소설, 수필, 시 같은 문학 작품이나 전문 서적보다 내 주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들과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너무 좋았다. 글들은 일단 라이킷을 눌러 놓고 보고 있다. 구독도 먼저 눌러 놓는 것이 하나의 글이 맘에 들면 일을 하고 시간이 될 때 찬찬히 그 작가분의 글들을 보자는 마음이다.
글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신세계.
생각해보면 꼭 돈 되는 일만 해야 하나?
산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누군가 말했다.
“고생 고생해서 위에 찍고 다시 내려올 걸 뭐하려고 하나.”
힘들고 고생하면서 돈도 안 되는 것 맞다. 어떨 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해서 괴롭다.
그런데, 땀 흘리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시원함.
정상에 올라 해냈다는 성취감.
고요히 산 아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스카이라운지보다 훨씬 좋다.
정상에서 나눠먹는 음식과 하산해서 운동하고 먹는 식사는 꿀맛이다.
나에게 브런치는 그런 산행과 닮아있다.
돈도 안되고 잠을 줄여서 신경 써서 써야 하지만,
기록한 것을 다시 읽어보면 재미있고,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부자 할아버지가 한 대사를 빌려보면,
“자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나?”
“뭔데요?”
“사는 게 재미없다는 거야.”
부연하면, 가난하면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은 못하면서 계속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해서 재미가 없고,
부자는 돈이 있어도 신경 쓸데가 많아서 사는 게 재미없다. 신경 쓸 게 많이 없고 시간이 많아도 다 해봐서 흥밋거리가 없어서 심심해서 재미없기도 하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사는 재미가 많다.
산행도 좋아하고, 산책도 좋아하고, 책도 좋고, 영화, 연극, 뮤지컬도 좋고, 게임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고 보는 것도 좋아하고, 맛집도 좋고, 요리도 좋고,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도 좋고, 운동하는 것도 좋다.
브런치가 추가 되어서 더 좋다. 사는 재미를 추가하는 것이야말로 사는 맛이다.
시간이 부족하고 쉬어야 해서 귀찮아서 안 할 뿐.
퇴직 후 할 게 없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을 보면, 말은 안 하지만 사는 재미를 찾아보면 참 많은데, 평소에 이것저것 해보시지 하는 생각만 한다. 오징어 게임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아도 재미있는 건 세상에 참 많다.
그래서 죽지 못해 산다는 말도 그리 좋아하는 말은 아니다.
나도 힘들 때가 있고,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건 더 노력하고 삶을 바꾸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인다. 노력해도 안되고 구조적으로 안된다면? 거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인정하면 된다. 세상을 바꿀 힘과 의지가 있다면 하면 되는 거고.
대학 때 술만 마시면 다음 날 내장탕만 먹는 친구가 있었다.
난 내장탕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맛있냐고 물으니,
자기는 해장하는 데에 내장탕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물으면 그냥 내장탕이라 편하다고도 했다.
나에게 브런치는, 그 친구에게 있어 내장탕 같은 존재다.
누군가 이렇게 매일같이 글을 쓰라고 시켰으면 아마 못 했을 것 같다.
일간지 기자처럼 매일매일 기사 쓰고 데스크의 컨펌을 받아야 하면 말이다.
매번 누군가 내장탕을 먹으라고 했으면 물려서 못 먹었을 것처럼.
오늘 점심은 내장탕 아니, 내가 좋아하는 갈비탕 먹으러 가야겠다. 물가가 올라서 가격이 올랐지만 돈 벌어서 뭐하겠나 내가 좋아하는 데 써야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분들과 브런치에 감사할 뿐이다.
어쩌다 꽂혀서, 아님 서재에 글들을 한꺼번에 퇴고할 수 있어서, 글을 하루에 두세 개 올릴 때에도 조금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
다른 분들 글을 보고, 산행이나 맛집 탐방, 서평도 해서 기록하고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함께 즐기는 영역을 넓혀볼까 합니다.
일이 바쁘거나 해외 출장 가거나 하면 한동안 못 올리기도 할 겁니다 ㅎㅎ
제 글 읽어 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