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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21. 2023

악, 소주 한 병 6천 원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회사 후배와 저녁에 국밥을 먹는데, 소맥 한잔 하자고 해서 시키라 했다.


소주 1병 5천 원, 맥주 1병 5천 원

합쳐서 만원.


딱 떨어져서 깔끔하긴 한데, 원래 한 병에 3천 얼마 아니었나 싶었다. 언제 이렇게 올랐지.


한동안 바빠서 강제로 건강 챙기느라 내 돈 내고 술을 안 마셔서 잘 몰랐다. 이렇게 오른 줄.


가스비 폭탄에,

(푸틴 너는 가스비 걱정 할 필요 없는 부자고 크렘린 궁에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만 하니 괜찮겠지.

하지만, 왜 당신 야욕과 자존심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총질해서 죽고 다치게 하고, 나에게 가스비 폭탄까지 던지나.)


안 그래도 물가 올라서 힘든데, 소주 한 병에 6000원, 맥주는 7-8천 원에 팔릴 수 있다는 말까지 들으니 기겁했다. 이제 소맥은 법카로 회식 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주류가 되는 건가. 소맥이 소고기 급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소고기는 이전 글 대도식당을 다루면서 알게 되었듯이, 1인분 등심이 3.5 만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4.6 만원! 이제 삼겹살에 소주도 더 이상 만만한 회식 메뉴가 아니고, 소고기에 소맥은 이제 회사 잔칫날에나 먹는 메뉴가 될 것 같다.


술은 원래 정부에서 인상을 막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다. 대중들이 힘들게 일하고, 팍팍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합법적인 마약(?)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술, 너마저. 가격이 오른다니.


(슬픈 현실에서도 맥주병은 꽤나 다정해 보이네요.

술친구인가. 술이 술을 먹는다더니 ㅎㅎㅎ)


오늘도 본의 아니게 술 광고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술 많이 마시면 속 안 좋고 다음날 힘듭니다. 하지만 오늘 회식이란 게 함정.




내가 대학 다닐 때, 학교 앞 술집에서 소주 1병을 2000원에 마실 수 있었다.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친구와 간단한 안주와 소주 각 1병을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심지어 그렇게 먹고 천 원이 남기도 했다. 소주가 소주 잔에 따르면 딱 아쉽게 애매하게 떨어져서 한병 더 마시게 하는 느낌으로.


그래서 조금 더 마신 적도 있었다. 그래도 1.5 만원, 많아야 2만원이었다. 둘이서 만원 한장씩이면 제법 먹고 싶은 만큼 먹었다.


그런 나에게 강남은 공포의 장소였다.

강남엔 소주 한 병에 3000원이 넘는다더라.

마치 밤에 학교에 무서운 할머니가 나타나서, 간을 파먹는다는 말에 밤엔 학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강남은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강남에서 소개팅을 하자고 하면 가지 않았다. 사진을 봤는데, 진짜 예쁘면 갔다. (어렸을 때라 이해해 주세요.) 며칠 라면 먹을 각오하고.

결국 잘 안되고 라면만 먹었다. 뻔한 슬픈 결말.

그때 물리도록 먹어서 지금은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3000원도 높은 물가를 나타내는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이제 두 배인 6000원!


이제 그 강남에선 곧 소주 한병에 7-8000원 받는 집들이 나올거다. 조금 못 산다는 동네선 5500, 5900원이 나올거고.


더 황당한 것은, 소주 도수가 낮아지며, 소주 병의 수요는 높아진다는데 소주 병 값까지 오른다니, 이게 뭐 하는 것인지.


1.5 리터 이상되는 무지막지한 양과, 20도를 넘나드는 독한 소주 댓고리로 페트병으로 가야 하는 건지. 그건 나이 먹고 잘못 먹으면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차마 못하겠고, 결국 답은 마트행인 것 같다.


이러다 다들 같은 생각으로 소주 가격 인상 전 오픈 런이 있을지도. 서글프다. 전에 다른 글에서 다룬, 명품 오픈 런은 사치와 욕망이라 웃긴데, 생필품 오픈 런은 생계와 생존의 문제라 슬프다.


아, 소주는 생필품은 아닌가. 왜 이렇게 생필품같지. 이참에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소주 회사 재벌 만들어주는 짓도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


월급은 소걸음 마냥 제자리 걸음이고, 그 마저도 통장을 스치듯 안녕하는데, 서민들은 어떻게 살라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기사에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사용 금액이 사상 최고치이고, 증가폭도 이전보다 크다는 내용을 봤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1 금융권 대출도 안되고, 보험 대출을 지나, 위험한 사채 전단계로 분류될 정도로 이자가 높다.


그냥 내 지갑에 카드가 있고, atm 가서 찾으면 되니 급할 때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쓰게 되는데, 갚을 때 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은행 이자가 한 자릿 수라면, 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의 이자는 앞에 숫자 1이 더 붙는 경우가 많다. (5% vs 15%)


저소득층이 급할 때 당연히 많이 쓸거고, 특히, 코로나 때 힘들었다, 이제 조금 장사할 만한가 하신 자영업자, 소상공인 분들도 많이 쓰시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분들도 같은 서민이 많은지라, 소주 한 병이 50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란 걸 잘 아신다. 손님이 줄고 장기 경기 침체로 이어져, 경기 한파가 오는 것 아닌가 걱정이 많으시다고 한다. 자칫 폐업까지 하는 분들이 많을까 앞선 걱정까지 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렇게 죽어라 일하는가. 이렇게 하면 돈 걱정 없이, 안정되게 먹고 살만은 한 것인가.





이러니 출산율이 오르겠나.


인구가 줄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하는데, 직접적인 지원은 부족하고, 물가를 비롯한 환경은 점점 팍팍해져간다. 그런 것이 출산율에도 영향을 분명히 미친다고 생각한다.


소주 한병 6천원은 안 마시면 되고, 몇 천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신라면 지수처럼 서민 생활에 영향이 있는 물가 지표이기 때문에, 고물가를 상징하는거라 임팩트가 이렇게 큰거다.


남녀가 사랑하면 의식주 기본을 같이 하고, 안정적이어야 애를 낳을 생각을 할 건데, 집은 애 키우며 서울에서 살만한 집이 10억이라니 말 다했다.


거기다, 생활 물가가 이래서야 원.

그래도 월급은 안 밀리고 받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취준생이나 사회 초년생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고 왜들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알겠다.


강남에 소주 한 병 값이 3000원 일 때 겁냈던 나와, 지금 소주 한 병이 6000원인 시대의 사회 초년생들의 월급이 2배 차이 날까? 그만큼 지금 친구들이 많이 받을까? 주위나 통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소개팅이나 데이트는 고사하고 친구 만나서 1/N로 먹는 것도 부담스러울 지경일 거다. 그러니, 혼자 광고가 반인 월 5500원짜리 넷플릭스 보면서, 싼 마트 치킨에, 저렴한 맥주 마시는 게 최고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이제는 사무실에서도 종종 울리는 ‘당근, 당근’. 당근마켓의 중고물품 활성화도 궤가 같다고 본다. 새 것 살 돈은 없고, 있어도 되도록 싸게 사자, 아껴 살자는 분위기가 많이 퍼져 있다. 회사에서 받은 커피 쿠폰 중고 시세보다 100원만 싸게 올려도 ‘당근’이 삽시간에 몇개씩 날라온다. 이러다 당근 부자 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와중에도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라는 표현답게 만나고 헤어지는 친구들도 많이 본다. 그런데, 경제적 갈등 때문에 헤어진 친구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잠실에서 친구를 만나고 집에 가는데, 어떤 연인들이 싸우고 있었다.


남자가,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자유이용권 나 얼마, 너까지 얼마. 밥 먹은 것 얼마 어쩌고 저쩌고.

너 얼마 냈어? 엉?“


말하자,


여자가,


“아 몰라, 짜증 나. 우리 그냥 헤어져.”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웃긴 해프닝일 수 있는데, 남의 일만은 아닌 사람들이 많을 거다.


좀 다들 하루 세끼 편하게 먹고, 부담없이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고 시름 털어내고, 집값이나 애 키울 걱정 안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아이고, 이러다 화나서 술 마셨는데, 계산할 때 더 화나게 생겼다. 일명 도루묵.


그래서, 안 마신다. 이 참에 술을 끊고, 소식하며 강제로 건강을 챙겨보자.


결국 무소비가 답인가. (산에 들어가서 혼자 살 자신은 없고,) 이제부터 나는 (도심 속)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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