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자본주의의 단면
“수치화할 수 없는 목표는 관리될 수 없다.”
계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어느 경영학자의 유명한 말이다.
회사는 당연히 원가, 매출, 이익을 기본으로 한다. 즉, 제품이든, 서비스든 만드는 돈을 줄여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되, 가치를 부여해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많이 팔아야 돈이 된다.
그렇게 나온 숫자가 경영자의 실적이 되고, 회사의 상황을 말해주는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이런 실적과 자산 그리고 미래 전망을 비롯한 fundamental을 기준으로,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시가총액이 그 회사의 가치를 말해주기도 한다.
너무 ‘돈 돈 돈’만 외치고, 기업이 돈 버는데만 혈안이 되어, 노동자를 착취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까지 하고, 환경 오염까지 서슴지 않는 현실이 있었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까지 (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나오고 이것이 발전되어 esg 경영이 대세가 되었다. (esg - environement, social, governance)
그런데, 이런 사회적 가치마저도 정량화해서 지표별로 평가하겠다고 덤비니, 이 숫자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세상은 너무나도 치열하다. (정성화해서 정성 평가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것들을 숫자로 만드는 것도 힘들고, 그 다음엔 그 숫자를 쌓아 올려야 하니 더 힘들다.
기업에서 경영 쪽 관련 업무에 조금이라도 관여하고 있다면, kpi와 okr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다. kpi는 워낙 많이 쓰이는 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측정가능성을 고려한 주된 지표를 말하는 것이고, okr은 objective and key results이다.
OKR
인텔에서 시작되어 구글을 거쳐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대된 성과관리 기법으로, 조직적 차원에서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결과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다.
(출처 : 네이버)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고, 표현하며 다른 분들과 나누는 글쓰기인 이 브런치조차, 구독자 숫자와 조회수 그리고 순위와 브런치 북의 완독률이 중요한 지표고 출판의 판단 기준이 되니,
사실 말 다했다. ^^;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이 글을 쓴 계기는,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평소처럼 음악 관련된 글을 남기려고 펜을 (아니 폰을) 잡으면서였다.
그냥 들으니 좋아서 미스터 트롯 김용필 님의 노래에 관한 글을 썼는데, 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천 단위 조회수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다른 노래 관련 글들도, 심혈을 기울여 길게 쓴 생각에 관한 글보다 검색을 통해 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해서, 미스터 트롯 방송을 보며, 응원하고 기대하는 분들의 노래를 듣고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회차에서는 개인적으로 솔직히 이전만큼 노래가 좋지 않아서,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았다. 좋아야 사랑을 할 것 아닌가.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36
그래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후발주자로 따라오고 있는 ‘불타는 트롯맨’ 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서도 이 프로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어 잘 되었다 싶어, 이 참에 지평을 넓혀보려 했다.
실제로, 미스터 트롯의 시청률이 20프로를 조금 넘고, 불타는 트롯맨의 시청률이 15프로를 넘거나 왔다 갔다 하니 종편 프로의 시청률로도 그렇고, 지상파 유명 프로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었다.
지상파도 그렇지만, 종편의 시청률은 보통 한자리 수인 경우가 많다. 말이 좋아 한 자리 숫자지 2-3 프로도 다른 프로에 비해 괜찮다 원래 그렇다고들 한다. 1 프로 이하의 프로도 많으니까 그렇다.
노래가 좋아서 브런치에 글까지 남긴, 임영웅 님과 이름이 같은 황영웅 님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본명이라고 한다.
노래를 들어보니 과연 괜찮았다.
‘인생’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사색하는 나에게, ‘인생아 고마웠다’라는 곡도 와 닿았다.
미스터 트롯의 우승 상금이 5억 원, 불타는 트롯맨의 우승 상금은 오픈 상금제라 예상액이 7-8 억 원 정도라 하는데, 이 20대 후반 청년의 1등 신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웬걸, 유튜브에서 다른 노래를 들으러, 영상을 좀 더 찾고 보다 보니, 이 친구가 상해 전과 전력이 있고, 상반신은 엄청난 문신이 있다는 과거 사진을 담은 내용들이 있었다.
마스터인 조항조 님의 곡 ‘인생아 고마웠다’라는 곡을 황영웅 님이 잘 불렀던 건데, 같은 소속사인 데다, 이 곡의 원곡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대훈 님의 ‘내 마지막 날에’ 라고 한다.
주장이 모두 사실인지는 좀 더 지켜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임영웅 님처럼 고생하고 살며 그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온 인생까지를 같이 보는 나로선 선뜻 이 노래를 다룬 글을 쓰고 싶지 않아졌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노래는 노래만으로 봐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다. 하지만, 개인 취향 존중을 부탁드립니다. ^^;
대신 관련 내용의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다른 내용들을 검색해 보다, 이 트롯 프로그램도 잘 나가니 참 재미있는 일이 많구나 하는 걸 알았다.
돈이 커지고 이해관계가 많아지면, 욕심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연예인이라는 것이 속성상 대중의 관심을 정치와 행정, 사법 등으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가십의 성격도 갖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긴 했다.
하지만, 머리 식히고 감성에 젖으려 보고 듣는 프로에서, 투표수와 순위를 비롯해, 숫자와 치열한 자본주의 세상을 보니 참 아이러니하긴 하다.
수억 원의 우승 상금에 눈이 가려져 있었는데 (사실 그마저도 막대한 광고료에 비하면 적은 돈이겠지만) 경연 출연자들의 회당 출연료가 10만 원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어 음원으로 나오는 수익도 모두 방송사에서 가져가고, 해당 가수는 30만 원 정도의 가창료를 받는다고 한다. 프로그램 제작비, 홍보비 등 돈 드는 것 알겠다. 무명이나 신인 가수나 지망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이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실속은 왕서방이 챙겨간다.‘라는 말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하긴 전의 아이돌 연습생들의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출연료가 없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으니 그것보단 나은 건가. 그래서, 이 트롯 프로그램과 가수와 관련된 분쟁에 대해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그에 반해, 마스터 심사위원 분들은 회당 적게는 300,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아 간다고 한다. 허허, 연예인의 인지도와 심사의 어려움과 심사평의 중요성까지는 알겠는데, 10만 원과 1000 만원 이거 너무 심하게 차이 나는 것 아닌가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정 시간만 와서 앉아서 하는 것 듣고 지켜보고 평가하는 사람과 며칠동안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죽어라 연습해서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에 대한 보상이 이런 차이라니. 여기서 잘해서 알리고, 다른 데 가서 벌어라는 식의 말은 왠지 조금은 부당해 보인다.
더욱이, 평소 좋아했던 장윤정 님과 ‘진’을 한번 차지한 바 있는 출연자 박지현 님이 같은 소속사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 전엔 그냥 대학생이 도전한 줄로만 알았다.) 물론, 평가가 그런 것에 좌우되지 않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불필요한 오해나 추측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소속사 경연 참가자에게는 투표를 하지 않는 룰을 만들면 공정성을 더 담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장구신동 박서진 님의 탈락에 대해 여러 논란까지 있는 걸 보니, 이 동네도 돈이 되니 사람들이 몰리고 경쟁하다 보니,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나 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나마 이 박서진 님이 이번에 좋은 경험을 하며,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며 성난 팬들에게 부정적인 댓글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며,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더욱이, 고향인 삼천포의 모교에 천만 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는 소식까지 들으니 다시 보게 되었다.
아~ 노래 들으며 여유로워야 할 일요일에, 난 또 왜 이렇게 치열한 숫자 세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나.
인생은 알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