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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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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하다 생긴 일들


브런치를 하다 보니 좋은 글도 읽고 배우며, 내 글도 쓰고 나눌 수 있어 좋다.

또한, 표현하고 기록하고 소통하며, 내 삶의 지평이 좀 더 넓혀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회사 내에서 새로운 일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있어 함께 하게 되었다. 업무와는 관련성이 낮지만, 시대 변화에 적응도 하고 배울 겸 흔쾌히 응했다.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나 같은 비전문가이지만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내부 직원도 있었고, 외부 프리랜서 분도 계셨다. 처음엔 내가 모르는 부분들을 말씀하시길래 신기해하며 배우고, 그분이 뭔가 자신을 어필하고 보여주려 주도하는 데에 따라주고 해 달라는 걸 해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본인의 말이 맞다며, 뭔가 무리한 주장과 제멋대로 식 행동을 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틀릴 수 있고, 시너지를 위해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도 존중하며 저변을 넓혀 가야 하는데. 전문가라고 하기에도 뭔가 엉성해 보이고 조금 이상했다.


그래도, 아닐 말로 내 돈 주고 고용한 사람도 아니고, 나도 이 분야는 잘 모르는 객 이라, 조용히 내 할 일 하면서,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해도 그냥 넘어갔다. 뽑고 관리하시는 분이 있으시니 내가 나서서 짚고 넘어가는 건 조금 오버라 생각했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브런치 이야기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부캐’로 본업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로, 노래, 맛집, 스포츠, 회사 생활 등에 대한 생각을 다루는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작가시냐고 묻길래, 진짜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 심사는 통과해서 글을 쓰고 있다. 감사하게도 구독자님들도 260 분 넘게 내 글을 봐주시고 만 단위 조회수도 경험해보며, 나도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으며 재미있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원래 우리나라 양대 IT 기업 중 한 곳 출신인데 부터 시작해서 자랑을 꽤나 오랜 시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그 회사가 좋은 회사긴 하지만, 솔직히 저렇게까지 자랑할만한 건가 하며 일단 들어줬다.

(들어가기 좀더 어렵고, 월급 좀더 받는거지, 결국 다 같은 월급쟁이 아닌가)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한다 했던가.

갑자기 본인은 구독자가 2000명이 넘는다는 말을 하며, 브런치에서 유명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독자 수가 많은 것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의미에서 대단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튜브처럼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글은 그냥 그래도 구독자 수 늘리는 방법도 있는 걸 알고 있고 구독자 급등 작가도 해본 경험이 있어, 재미있는 친구네 하며 혼자 칼춤 추는 걸 그냥 좀 더 들어줬다.


그러다,


“어떤 글 쓰시는지 좀 보게, url 좀 공유해 주실래요?

작가명은 어떤 걸로 쓰세요? “

했더니,


“지금은 안 하는데요.”

라고 한다. ㅎㅎㅎ


“아, 글 안 쓰시나 보네요. 구독자 님들과 글들은 남아있지 않으세요?”


라고 물었더니,


정색하며,


“탈퇴했는데요. “

라고 한다.


탈퇴하면 글과 계정 같은 게 다 없어지나?

탈퇴를 안 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사기꾼 냄새가 진하게 났다. 탈퇴한 건 맞니? 처음부터 작가 심사도 통과 못했던 건 아니고? 하며 물어보려다 말았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면 전에 브런치 하며 써 둔 글이나, 하다못해 캡처해 둔 사진이라도 보여줄 건데 그런 것도 하나 없었다. 그렇게 유명했다는 사람이.


“너 지금 나랑 장난치냐?”

하며, 한마디 해주려다 회사라서 참았다.


우리 집에 꿀단지 있어요. 내지는,

나 재산이 100억 있어. 하면서 말만 하고 밥 한번 안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어쩌면 저렇게 신나게 오랫동안 뻥을 치며 늘어놓을까. 돋보이고 과시하고 싶어서 그런 건가 싶으면서도 그냥 하지 말지 싶어 조언해 주려다 말았다. 조언을 들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서다.


“그 회사에선 구체적으로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 하셨어요?”

하고 물으니,


”일하던 부서 없어졌어요. “

라고 한다.


‘아니, 일하던 부서 잘 있냐를 물어본 게 아니고, 어떤 부서에서 무슨 일 했냐고 묻는 거잖아, 친구야 ‘

라고 물으려다,


“아, 네”

하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가 몇 가지 더 있었는데, 사실 어느 정도 답은 나온 상태였다.


그 다음부터 하는 이야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검증하며 들으니, 본인의 인사이트나 아이디어, 선견지명 그런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잘난 척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마치 본인 이야기처럼 하길래, 들으며 검색을 해보니 신문 기사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기생충에서 배우 박소담 님이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부잣집 미술교사로 채용되고,

남동생이 사모님에게 (조여정 님)

어떻게 한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몰라, 인터넷에서 본 것. 대충 몇 개 썰 풀었더니 xx년이 갑자기 쳐 울더라니깐.“


결말은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그런 말을 했던 영화 속 ‘기정’은 죽었다.


당장은 몇몇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길게 모든 사람을 속일 순 없다.


‘실력은 없는데, 직장 생활은 못 참겠고, 일단 뛰쳐나와서 경력 부풀려서 해 먹으려 하는데 쉽지 않겠네.‘

싶었다.


성실하고 대단한 프리랜서도 많다. 방송에서도 저런 사람은 한 방송사에서만 있어선 안 될 사람이었구나 싶은 사람도 있다. 한 회사에서만 있기엔 그 회사가 그 사람을 담을 그릇이 안되어 아까워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준비되고 내실있게, 성실하게 하는 게 당연히 맞다. 그런데, 실력과 경험은 부족한데다, 허풍까지 장착해서, 노력으로 내실을 채울 생각을 하지 않으니, 결과가 보였다.


짧지만은 않은 내 십수 년의 직장생활과 경험의 세월은, 저 친구도 곧 사라지겠네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곧 사라질 친구하고 아옹다옹해서 뭐 하겠나, 그냥 조금 참고 넘기고 들어주면 된다. 말려들지 않고 선을 긋고 거리를 유지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주위 사람들이 다들 그러고 있다.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다.


자연스레 어느 순간 보면 없어서,


“그 친구 더 일 안 해요?”

하고 물으면,


“그만뒀어.”

라는 답이 돌아온다.


어디선가 또 약 팔고 다니다, 안 먹힐 때쯤 또 어디론가 다니며,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한탄하고 있겠지. 안타깝다.




구독자 한 분이, 내 브런치에서 맛집 글과 여행 사진과 그리고 자유를 언급한 소개를 보고, 돈 많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인 줄 알았다가,


얼마 전 올린 자본주의 사랑, 명품백 관련 글을 읽고 잘못 단정 지었다는 말씀을 주셨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65


재미있는 해프닝이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서도 댓글 오해랄지, 브런치를 하며 이런저런 일들이 있는 걸 발견한다. 아무리 온라인이고, 서로 잘 몰라도, 브런치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일이기에, 여러 일들이 있는 것 같다. 살다보면 또 그런 일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 없고 무료하기도 하다.


(제 글을 오랫동안 읽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난 중산층도 아니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취직해서 성실히 일하고는 있는데 그냥 월급 받는 걸로 생활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맛집과 여행 글을 올렸더니, 매일매일 맛집 탐방하고 인생을 즐기며 놀러 다니는 걸로 오해하셨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하긴 내 사정을 일일이 설명을 제대로 드린 적도 없고, 인스타 등에 맛집 탐방과 명품백 사서 올리며 자신을 과시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로 회사 회식에서 법카로 간 곳이 많고, 오랜 기간에 걸쳐 어쩌다 한 번씩 간 곳들을 하나하나 기억에서 꺼내어 공유하며 권해드린 거다. 브런치에서 음식 이야기를 하신 다른 작가 분들의 글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 ^^;;


평일엔 그냥 일년 내내 일하고, (방학, 안식년이 부러운 직장인)

보통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밖에서 먹으면 국밥집 가서 만 원짜리 밥을 먹는다. 택시비 아끼려 회식 때도 지하철 끊기기 전에 들어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택시비 너무 많이 올랐어요. 물가가 무서워요.)


여행도 일 년에 한두 번, 여행 경비를 모으고 모아서 휴가철 등에 시간될 때 가는 정도다. 해외여행도 출장이나 파견 간 김에 둘러본 것이 대부분이다.


오해를 받은 김에, 진짜 재산이 100억 넘게 있어서, 회사는 그냥 취미로 다니다, 아니다 싶으면 쉽게 때려치우고 맛집 탐방이나 하고, 심심하면 여행이나 다니는 한량으로 사는 상상을 해보기는 했다.


그런데, 쉽게 일어날 일 같진 않고, 막상 인생이 잘 풀려 그렇게 되어도,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 있어서 크게 변할 것 같진 않다. 일은 하고 취미 생활로 브런치 글 쓰고 읽고, 산책이나 산행하며 살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잘 쓰고 문단 등단도 하고, 책도 내고 하면 진짜로 구독자 분들이 2000명이 될 수도 있으려나. 2000 개의 글을 쓸 자신은 있지만, 구독자 분들 수와 조회수는 내 맘대로 할 수도 없고, 설령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해도,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냥 꾸준히 글 쓰고,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고, 생긴 대로 살련다. ^^



아, 혹시라도 오해하실 분이 있으실까 봐 말씀드립니다. 소개해 드린 식당 중에 협찬이나 요청을 받아, 돈 받고 글을 쓴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습니다. ^^


자칫 직간접 광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맛집 광고처럼 보일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면도 있지만, 다 제 돈 내고 아니면 법카 회식이나 모임으로 간 곳입니다. 그냥 제가 좋아서 기록하고 추천할 뿐입니다~


혹시 이렇게 꾸준히 맛집 탐방 글을 적다, 신기하게 맛 칼럼니스트가 되거나, 돈 받거나 식사 대접받고 글을 쓰는 경우가 있으면 꼭 밝히겠습니다. 그럴 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ㅎㅎ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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